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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낫현 Oct 01. 2022

그것은 내 책이자, 영화이자, 여행이다

"내가 그때 교환학생을 갔어야 했는데."


이 시간이 내 책이자, 영화이자, 여행인 이유다.

"내가 그때 교환학생을 갔어야 했는데." 귀가 닳도록 들은 말이다. 20대 후반 학교 선배에게도, 50대를 앞둔 어른에게도 이 말을 들었다. 출국하기 전 나는 인턴을 했다. 선배들은 독일에 가서 눌러앉으라며 한국으로 돌아오지 말라고 했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아마 긴 시간을 보낸 한국에서의 생활, 특히 회사생활이 지겹게 느껴져 한 말이었을 것이다.


공감됐다. 내 삶에서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해외생활은 없을 것 같았다. 입시 3년,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바라보며 고생했는데 한번 뿐인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취직하게 되면 사실상 장기간 해외생활은 포기해야 했다. 그것이 코로나 시국에도 교환학생을 꼭 쥐고서 놓지 않게 만든 이유였다. 교환학생을 꿈꾼 지 2년 6개월, 나는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희망은 그냥 주어지지 않았고,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학점이 부족했고, 돈이 부족했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잡고 있으니 방법이 보이기 시작했다. 군에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며 기적적으로 학점을 만들어냈다. 해외파병에 합격해 생명수당으로 2천만 원을 마련했다. 행정상의 문제는 그때마다 파견교와 연락하며 해결책을 찾았다.


직접 준비해보니, 나의 활동 범위는 대부분 돈이 결정하더라.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이거다.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라고 조언드리고 싶다. 장학금이든, 알바든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경제적인 부분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물론 돈이 부족해도 방법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낭만적으로 살아가면 된다. 그곳에 있는 시간 자체로 여행이 될 것이다.


여행하고 나면 결국 나에 대해 더 알게 된다. 낯선 환경에 던져진 나는 본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1년 동안 나의 취향이, 두려움이, 지향점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이것이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결정의 기반에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할 수 있는 한 번의 기회, 교환학생에 무거운 가치를 둔다.


책, 영화, 음악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들은 꼭 기록한다. 반복해서 감상하기 위해서다. 감상하며 한번 영감을 얻은 것들은 시간이 흘러 다시 경험해도 비슷한 전율을 느낀다. 교환학생도 그렇다. 독일에서의 시간은 내가 살아가면서 반복해서 떠올릴 소중한 기억이다. 그 기억으로 힘을 얻고,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다. 이 시간이 내 책이자, 영화이자, 여행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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