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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낫현 Jul 11. 2021

결국 누구도 잠들지 않았다

모든 틸덤 감독의 영화 《패신저스》

영화 감상 후 가볍게 읽어주세요 :)

우리는 끊임없이 나아가야 하는 존재인가.
그렇지 않다면 현재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존재인가. 미래를 포기하면서까지.


@네이버영화

새로운 식민행성을 찾은 인류. 도착까지는 긴 시간이 걸린다. 동면이 필요하다. 모두가 잠든 지금, 한 남자가 깨어난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도착까지는 90년 남았다. 우주선 안에는 딱딱한 벽과 로봇만 있다. 창밖의 드넓은 우주를 감상하는 것도 잠시. 1년 동안 남자는 외로움과 절망감에 시달린다. 자살까지 시도한다. 남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네이버영화

동면기안에 잠들어있는 한 여성을 발견한다. 오로라 레인, 뉴욕, 작가. 동면기에 이렇게 적혀있다. 그녀가 우주선에 타기 전 촬영한 인터뷰 영상을 본다. “우리를 이어주는 것이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남자는 그녀의 작품을 읽는다. 사랑에 빠진다. 곧바로 고뇌가 시작된다. 오로라를 깨우는 행위는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도착지에 이르기 전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영화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사는 강조한다. 우리는 꿈이 있고, 운명의 주인인양 행세하지만, 운명이 이끄는대로 따르는 승객이다. 결국 여자를 깨우는 선택을 하게된다는 이야기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도착하기 위해 살아가는 걸까. 시간 속에 있을 뿐이다. 그 시간 안에서 행복하면 된다. 도착지가 어딘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네이버영화

오로라를 깨운 남자는 그 사실을 숨긴다.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를 통해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배신감과 분노에 고통스러워한다. 우주선의 고장으로 위기를 맞는 두 사람. 서로를 구하며 신뢰를 회복한다. 우주선은 정상 작동한다. 여전히 시간은 90여 년이 남았다. 의료장치를 동면기로 활용한다. 한 명은 잠들 수 있다. 누군가 잠드는 선택을 할까?


@네이버영화

잠든다는 것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 현재를 두고 미래를 선택하는 행위다. “You can`t get so hung up on where you`d rather be that you forget to make the most of where you are.” 도착지에 집착해 현재를 잃을 수 있다. 지향점은 현재를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 영화의 메시지다.


@네이버영화

결국 누구도 잠들지 않았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식민행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둘은 행복한 삶을 우주선에서 마감하는 것을 선택했다. 영화는 오로라가 후대에 남긴 편지로 마무리된다. 도착지는 삶에서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끊임없이 나아가야 하는 존재인가. 그렇지 않다면 현재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존재인가. 미래를 포기하면서까지.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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