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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낫현 Jul 11. 2021

나의 한계

Malcolm Gladwell, 『Talking to Strangers』

신체의 한계는 나의 한계가 아니다.
통제의 한계가 나의 한계다.


우리는 냉정한 과학자처럼 판단하지 않는다. 과학자는 사실들을 수집한다. 분석한다.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우리는 반대로 한다. 판단을 먼저 내린다. 그 뒤 판단에 맞는 사실들을 모은다. 이 과정은 우리가 낯선 상대에 대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게 한다. 이 책은 낯선 이를 마주할 때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 말한다. 통념과 반대되는 사례를 소개한다.


신뢰는 본능이다. 상대가 진실하다고 가정(Default to Truth)하는 방법으로 인류는 협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신뢰를 깨는 행동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쌓일 때만 의심을 시작한다. 한 실험이 있다. 알고리즘과 판사가 범죄자의 위험도를 분석한다. 알고리즘의 분석이 더 정확했다. 독자에게 질문한다. 우리는 어떻게 상대가 신뢰받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가.


취중진담은 없다. 흔히 취했을 때 본모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사실이 아니다. 이 장을 읽고 술을 끊었다. 음주 후에는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왜곡된다. 우리의 인격은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즉각적이고, 충동적인 성향과 복잡한, 장기적인 생각이다. 이 둘의 균형이 잘 맞춰진 상태가 본모습이다. 음주 후에는 이것이 무너진다. 충동이 나머지 인격을 지배한다.


우리는 맥락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맥락은 사람과 연결(Coupled)되어 있지 않고, 이것이 달라지면 사람들은 이동(Displacement)한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자 리처드 세이 덴의 연구 결과는 다르다. 금문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515명을 추적했다. 25명만이 울타리 설치 뒤에 다른 방법으로 같은 선택을 했다. 맥락은 큰 비율로 사건을 변화시킨다.


신체의 한계는 나의 한계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생각했다. 본능과 충동. 이것들 자체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의 경향성을 인지하는 것이다. 충동은 통제하기 어렵지만, 환경은 통제할 수 있다.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맥락을 제거하는 것이다. 자기 관리의 시작이다. 본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쉽게 확신할 수 없다. 나의 판단이 얼마나 불확실한지 안다. 생물학적인 한계를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나는 어떻게 보는가. 어떻게 듣는가.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는가. 경향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 맥락에서 도움이 됐다. 흔히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날카로운 판단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판단 자체를 통제하는 것이 가능한지. 환경에 시선을 돌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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