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스파이>, <고스트 버스터즈>등 유쾌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영화 안에 잘 녹아들게 영화를 연출했던 폴 페이그 감독의 신작이 최근에 개봉했다. 전작들이 각 영화의 메인 장르에 코미디를 잘 조화시켜 만들었기에 <부탁 하나만 들어줘> 개봉 소식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번 영화의 장르는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어떤 영화가 나왔을지 너무 궁금했다.
사고로 남편과 친오빠를 잃은 '스테파니'는 어린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다. 아들의 유치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브이로그에서는 다양한 레시피와 생활 꿀팁 등을 주제로 개인 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 그녀에게 아들 친구의 엄마인 '에밀리'가 나타난다. 그녀는 멋지고 스타일도 좋고 예쁘기까지 해 단번에 '스테파니'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둘은 대화를 나누던 중 일과 육아에 지친 '에밀리'가 '스테파니'에게 술 한잔하자고 제안을 한다. 흔쾌히 수락한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집을 가게 되는데, 둘은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자신과는 다르게 일을 하는 워킹맘이고 태도와 말투에서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느껴져 '스테파니'는 그런 '에밀리'를 부러워하면서 동경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밀리'가 자신의 아들을 대신 픽업 해달라는 통화를 마지막으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과연 '에밀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 ?
영화는 어딘가 모르게 복고풍이 느껴지는 음악과 시작된다. 전작들이 그러했듯이 음악은 역시 감각적이고 영화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영화. 지난 8월 말에 개봉했던 영화 <서치>가 떠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대놓고 '이 영화는 범죄 영화야!'라는 주인공의 대사가 나오지만 영화의 연출자가 '폴 페이그' 감독님이니까 코미디의 요소를 절대 버리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에서의 유머 코드가 너무 내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웃긴 장면들이 나오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충분히 '범죄 영화'였지만 이야기의 진행과 두 명의 여자 주인공 캐릭터는 그렇지 않았다. 수다스럽고 오지랖이 넓은 스테파니와 털털한 매력의 에밀리가 한 화면에 잡힐 때는 상반된 두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충돌'이 코미디 그 자체였다. 영화 전체적으로 포복절도하는 장면은 많이 없었지만 각자의 매력으로 캐릭터를 살려낸 두 배우의 연기가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에밀리가 자신의 아들을 스테파니에게 맡기고 실종이 되면서 영화의 온도는 바뀌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범죄, 스릴러 장르를 장착하는데 이 영화는 두 장르의 특성인 긴장감과 무서움을 이용하기보다는 오히려 에밀리라는 인물의 비밀을 하나하나씩 풀어가는데 집중한다. 자신의 절친인 에밀리를 찾기 위해 스테파니는 경찰과는 별도로 스스로 단서를 모으며 에밀리의 과거를 캐기 시작한다. 그런 뒷조사를 따라가는 과정은 충분히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지만, 에밀리의 과거가 하나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그것이 하나의 유기적인 과거사가 되는 게 아니라 부분적인 개별 사건으로만 관객들에게 보여진다. 단서들이 모여 하나의 큰 그림으로 에밀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개별 사건이 쌓여 완전히 설명되지 못한 채 영화는 혼자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뭐가 어떻게 된 거야?'하는 식의 반응을 보일 것이다. 또한 이 영화에 아쉬운 점은 에밀리의 과거가 현재의 에밀리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여자가 어떤 여자길래 저런 설정까지 끌어들이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가 범죄 스릴러 영화가 아닌 하나의 막장 드라마로 보여지는게 아쉬웠다.
결론적으로 이번 영화는 전반적으로 아쉬웠다. 영화가 재미없지는 않지만 범죄 스릴러 장르와 코미디 장르 둘을 조화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애초에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에 더 실망이 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나 켄드릭과 블레이크 라이블리 두 배우의 연기는 이 영화의 매력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주어진 이야기 안에서 자유롭게 활개치고 있는 두 배우는 폴 페이그 감독 전작들의 캐릭터들이 그러하듯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혹은 연기)로 남을 것이다.
★★★
갈수록 장황한 이야기에 지치지만
두 여배우의 연기가 그 힘듦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