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녁설 Oct 08. 2020

사회적인 신념, 꿈을 가진 사람

슬기로운 달빛 생활 (6)

한 공간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그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달빛 탐사대는 문경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꿈을 더욱 확고히 펼치고자

문경에 우리보다 앞서 자신의 공간을 만들고 꿈을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오고 있다.


자신만의 특색으로 공간을 꾸민 카페 사장님부터 자신의 생각을 찻사발로 만들어 표현하시는 분 까지

참 많은 훌륭하신 분들을 만났고 다양하고 깊은 말씀을 들었다.

이러한 만남 중 가장 뚜렷한 울림을 준 만남은 문경이 고향이시고 문경으로 다시 돌아오신 로컬기업 대표님과의 만남이었다.




격렬한 일이 다하면 여유로운 상태가 다시 오기 마련이다.


전 날 격렬한 태풍이 불었던 8월 말의 어느 날이었다. 매우 평화롭고 조용한..

하늘은 가을 하늘처럼 높고 구름 한 점 없었으며 산들바람은 아직 여름스러운 햇빛을 밀어내 주기에 충분했던 그런 날


우리는 문경에 있는 한 로컬기업의 대표님을 만났다.


9시 20분 나를 카풀해주시기로 한 분께 연락이 왔다.

"어디예요?? 금방 데리러 갈게요."

오늘의 로컬 탐사 목적지는 문경시 산양면에서도 굽이굽이 들어가야 하는 공장이었다. 원래 같으면 혼자서 여유를 만끽하며 버스를 타고 가겠지만 버스를 타고 간다면 과정 자체가 탐사였다. 그래서 급하게 단체 톡방에 카풀해주실 분을 찾았고 감사하게도 태워주신다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차를 얻어 타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 후 문경시 산양면으로 향했다.

산양면으로 향할 때마다 느끼지만 산양면은 산세가 굉장히 완만하고 평지에 논밭이 많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놓으면 제주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아직은 추수할 만큼 고개를 숙이지 않아 꼿꼿하게 고개를 세우며 바람에 자신의 몸을 맡기는 나락을 구경하며 공장에 도착했다.


공장에 도착하니 먼저 와 계신 탐사대원들이 보였다.

꽤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오늘도 은근 다가가기 힘든 느낌은 마찬가지였다. 아마 대부분 아는 얼굴인데 새로운 사람이 몇 명 보여서 그런 건가.. 물론 이 이유만은 아니었다. 원래 같으면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었겠지만 이 날은 내가 먼저 다가가서 굳이 먼저 말을 걸고 싶지 않았다. 전날 밤샘 편집을 해야 했기에 피곤에 절어있었고 또 새롭게 이 곳을 찍어야 약간의 부담감에 정신이 없었다.


그 후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촬영에 몰두했을까... 정신없이 풍경을 담았다. 이 정도면 영상으로 쓸 정도는 담았으니 이제 인사를 드릴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어? 다들 어디 갔지...??


다른 분들은 모두 대표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공장 내부에 들어가 계셨고 나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매니저님의 한마디.. "빨리 들어오세요"

아뿔싸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내가 온지도 잘 몰랐다는 듯 사람들이 말했다.

'오 왔어??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사실 난 늦지 않았다. 사람들끼리 대화하느라 내가 온 것을 몰랐을 뿐이다.

그런데 뭐 이해는 한다. 내가 따로 왔다고 인사를 드린 것도 아니고 각자 다른 곳에 정신이 있었으니...

그래서 그냥 이렇게 대답했다.

"아 역시 출근길이라 길이 많이 막히네요~ 지하철 타고 올걸~"


먼저 안에 들어가서는 그 로컬기업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다. 이 로컬기업은 문경지역의 특산품을 2차 가공품으로 만들어 이곳저곳에 납품하는 기업이었다. 판매 품목 중 하나는 국내 유명 쇼핑몰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인지도가 있었으며 이제는 해외로 수출을 앞둔 그런 기업이었다.

 처음에 흔하지는 않지만 인터넷을 찾다 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역에서 성공한 기업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져 진행된 로컬기업 대표님의 말씀을 들으며 이 기업만의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의 내 글을 읽어 주셨던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뭘 하든 크게 감정 기복도 없고 흥미로워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늘 그래 왔듯 아무런 기대 없이 흔한 기업성장 스토리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저는 원래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전공을 살려 일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유아교육을 배운 사람이 유아교육일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지역 특산품을 이용한 사업을 한다?? 그리고 해외로 수출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의 기업으로 키운다? 내 상식에서는 결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유아교육을 하던 경력과 이 사업 간의 뜬금없는 연관성은 과연 무엇인가?? 갑자기 어떻게 이렇게 기업을 키웠는지 궁금해졌다. 이 궁금함은 삶의 가치 혹은 신념과 관련된 것은 아니고 금전적 가치와 관련된 돈을 버는 방법이었다.


이유야 어떻든 대표님의 첫마디를 듣고 나서 거부할 수 없는 대표님의 과거 회상이 내 귀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돌보며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IMF가 터졌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장소도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돌보는 것조차 힘들어졌어요. 이때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현실적인 삶을 살고 있는 한 돈이 없으면 그 어떠한 대의를 위한 일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마르지 않는 우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일자리를 잃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어요. 그때 아버지가 농촌은 산 송장들만 산다며 이 나라가 이렇게 돼도 괜찮냐?라는 질문을 저에게 하셨어요. 그때 문경에서 농촌을 더 활기차게 살리기 위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우물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여기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결코 쉽지 않았어요. 저는 이 분야 관련 전문가도 아니고...(굉장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배움을 통해 극복했다는 이야기)... 그렇게 우리 기업은 내년부터 사회적 기업으로서 행보를 이어가려고 합니다."(글에는 간략한 순서와 핵심 사실만 압축해서 게재하였습니다)


대표님의 말씀에서는 진심이 느껴졌다. 여느 정치인들처럼 공정, 소수자를 위한으로 표현되는 추상적인 단어로 도배된 영혼 없는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신념과 이에 따라 실천한 행동을 담은 대표님의 말씀은 그 어떠한 허울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보다 대단해 보였다.

 

 앞서 조금 흥미가 생겼던 이유가 기업가로서의 성공 비결 같은 것이 궁금했던 것이라면 이제는 대표님이라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진짜 대표님과의 만남이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뒤에 이어진 말 때문이다.


"그래서 저는 여기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배우고 오라고 계속하여 멀리로 보내고 있어요. 그 친구들은 여기서 머무르면 안 되는 친구들이에요..."


대표님도 결국 자신의 사업을 위해 사람을 고용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떠한 형태이든 말이다. 그러면 자신의 일을 시키고 그에 달하는 정당한 대가를 급여로 지급하면 끝이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그런데 이 수준을 넘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고용한 직원을 교육하는데 투자하시고 추후 자신을 떠나 각자의 길을 가길 원하는 대표님의  큰 뜻은 너무나도 존경스러웠다. 



언제나 존경할 만한 사람은 많았다. 그 사람이 하는 말만 들으면... 

말은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지만 행동은 결코 그렇지 않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말로 비추기만 해서는 안되고 행동해야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은 모두가 안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세우고 삼일 넘기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즉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꽤나 높은 수준의 몸의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 몸의 힘이 마음을 온전히 담아낼 정도로 강력하지 않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그러나 대표님이 행하고 있는 일은 신념과 행동이 완벽히 일치하는 것 같았다. 뭐 비판적으로 본다면 그 대표님을 얼마나 잘 알기에 그분이 믿을 만 한가?라는 물음표를 던질 수는 있다. 하지만 대표님이 문경으로 내려온 과정부터 기업을 성장시키는 스토리는 결코 평범한 사람이 가벼운 목표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 단편적으로 주변에 아파트 한 채 찾아볼 수 없고 논과 밭만 있는 시골 동네에서 사업을 하라고 한다면 누가 할 수 있을까?

 

덩치도 키도 왜소한 체구를 지니셨지만 당차게 자신의 신념을 갖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해나갔오셨고 계속하여 남을 도우며 살겠다는 신념을 통해 생기는 목표들에 설레며 열정 넘치게 도전하려는 모습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나는 언제쯤이면 생각만 해도 설레고 나를 이끌어 줄 무엇인가가 생길까...

작가의 이전글 문경세제? 아니라 문경새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