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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ond eyes Apr 20. 2021

사회 초년생의 나답게 사는 법 (4)

MZ세대 신입사원을 위한 최적의 OJT 매뉴얼

어느덧 4년 차, 

사회 초년생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팀 내 연차가 차이나는 주니어 분들이 3분이나 있다. 

팀 파트에서는 막내였던 내가 4년 만에 직속 막내를 받는다고 하니까 나보다 주변 상사들이 더 신났다. 

사수와 나 둘 뿐이었던 이 파트에서 새롭게 업무를 분장하고 신입사원 분에게 주어질 업무의 성격을 정해주는

것이 내겐 낯설고 한 편으론 과거를 상기시키게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유로운 밀레니얼 세대라 하지만 그들에게도 첫 회사는 긴장되고 설레는 순간의 연속이다.


OJT라 쓰고 던지기라 읽는다 

그룹사와 계열사에서 진행되는 연수가 끝나면 배정받은 팀으로 배치돼 실질적인 업무 인수인계를 받게 된다. 

8곳의 크고 작은 기업을 다니며 내가 느꼈던, 인턴이나 신입을 대상으로 한 OJT는 대게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 이건 이번 연도 사업계획 서니깐 한 번 편하게 봐주세요. (이 정도면 사업 개요는 이해하겠지?)
· 그리고 앞으로 맡게 될 업무에 관한 기획서예요. 내용 보시고 궁금하신 거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실제 업무 기획안을 공유했으니 현업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알게 될 거야)
· 00님, 잠깐 시간 돼요? 지금 같이 회의 들어가요. (다른 부서와 어떻게 협업하는지 보여줘야지)
· 궁금한 거 있으면 메모해두었다가 수시로 물어봐주세요. (피드백까지 줄 수 있는 난 좋은 선배야)

모든 회사가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OJT에는 전후 사정이 없다. 

그룹사와 계열사 신입 연수에서 이미 충분한 교육을 받았을 거라는 것을 전제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일은 본래 부딪히면서 배우는 것이다'라는 선배들의 말들만 반복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것이 OJT인지 아니면 신입이 들어왔으니 빨리 내 업무로드를 줄이기 위해 신입에게 업무를 던지기 위함인지 헷갈릴 정도로  

어느 순간부터 폭발적으로 업무가 늘어난다. 


무엇이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OJT의 시작은 개인의 성향 파악 

팀 막내가 들어올 때마다 내가 하는 것들이 있다. 바로 간단한 미니 인터뷰다.

너무 사적인 질문은 하지 않되 내가 신입분들에게 던지는 질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원래 어떤 회사를 가고 싶으셨어요? 
· 지금 회사를 들어오기 전, 어떤 회사의 인턴을 다녔었나요? 
· (원하던 팀에 배정받지 못했던 경우) 원치 않는 결과를 받게 되었는데, 우리 팀이 무슨 팀 같아요?

3년 차가 된 사원 A는 입사 때나 지금이나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해군사관학교와 서울의 유수 대학교를 동시 합격할 만큼 명석한 친구였으며 경험의 폭이 넓지 않지만 사유의 폭이 깊었던 친구였다. 처음부터 많은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주기보단 업무의 인과관계를 따져가며 단발성 업무보단 처음부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업무를 먼저 인수인계하는데 주력했다. 


1년 차가 된 사원 B는 오랜 해외생활 끝에 유통사에 꿈을 꾸며 한국 기업에 입사했다고 한다. 뷰티와 패션에 관심이 많던 B는 업무 인수인 계보다 한국기업 문화의 정서를 빨리 알려주는 것이 급선무처럼 보였다.


이제 갓 입사한 사원 C는 굉장히 적극적인 친구다. 마케팅 동아리 활동과 금융권 인턴, 서비스 기획 인턴을 했던 친구는 호기심이 많았기에 어떤 업무를 줄 때 있어 WHY 포인트를 먼저 말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이렇게 3명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각기 성향에 따라 신입사원에게 알맞은 인수인계의 시작점이 달라진다. 

마치 우리가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심리테스트와 MBTI를 하는 것처럼, 최소한 신입사원이 무엇을 위해 입사했고 어떤 회사생활을 꿈꾸며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물어보는 것은 입사를 확정 짓기 위함 뿐만이 아니다. 

개개인별 성향을 바탕으로 그들의 가려운 부분을 최소한 우리 팀이, 이 직무가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OJT의 첫 번째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OJT는 나와 회사의 목표를 일치시키는 과정

입사한 친구들과 간단한 미니 인터뷰를 끝내고 난 뒤 나는 3가지를 먼저 설명한다.  

바로 사업부 구조와 팀 내 업무 구조, 그리고 핵심 KPI이다. 


신입 때 갑갑했던 부분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회사 전체로 보았을 때, 팀 전체로 보았을 때 도대체 어떻게 

기여되고 있는지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직무 전문가를 꿈꾸며 입사했던 내겐 동기부여의 요소로 자리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연차가 차고 나서부터 신입사원들에겐 사업부 구조와 팀 내 파트 구조를 동시에 설명해준다. 

타사와 다르게 조직도가 '왜 이렇게' 짜여 있는지 말하면서 회사가 목표로 하는 방향성에 대해 첫 번째로 이야기한다. 

(설명 예시) 저희 회사는 본래 정보보호팀, CS팀, 품질팀, 물류팀을 함께 두고 일했었어요. 하지만 정보보호팀을 대표님 직속 하위 부서 팀으로 분장시키면서 최근 발생되는 고객정보보호 처리 이슈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에요. CS와 품질, 물류가 함께 묶여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상품으로부터 발생되는 이슈를 일원화하여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당사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거고요. 


이후 팀 내 파트 구조를 설명하고 팀이 목표로 하는 핵심 KPI를 언급한다. 동시에 신입에게 주어질 일이 이 KPI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고, 나아가 회사의 방향성과 다시 연결 짓는다. 

(설명 예시) CS팀의 핵심 KPI는 2가지, 당일/약속 준수율과 수주율입니다. 전자는 상담품질의 퀄리티를 점검하는 최소한의 지표이고요, 후자는 주문 접점 채널의 편의성 개선 및 시나리오의 최적화를 점검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이 중 고객센터 관리를 맞게 될 C님은 전자를 책임지게 될 것입니다. 상담품질은 결국 상담원 관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으니까요. 


OJT라 쓰고 구조적 사고 기르기라 한다


구조적 사고란 사건이나 일을 전체적으로 놓고 생각하는 사고를 말한다. 

주로 컨설턴트나 서비스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사고로 문제 해결을 위한 요소들을 분석 시,  상호 중복이 없고 전체적으로 누락이 없는 상태(MECE)를 만들어 낼 때 필요한 접근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비단 컨설턴트나 서비스 기획자뿐만 아니라 모든 직군에 필요한 사고방식으로 프로젝트성 업무에 주로 투입되는 요즘 직장인들의 업무를 보면 어느 것 하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업무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연관된 유관부서만 최소 3개, 각 유관부서 당 요구사항을 다시 재정립 해 다른 유관부서와 접목시켜 상사에게 보고해야 할 내용은 또다시 재구성해야 하며 그 가운데 우리 팀의 입장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대한 유려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일을 하게 될 신입사원들에겐 최대한 '맥락적 배경'을 잘 설명해줘야 한다.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도록 한다.

(잘못된 예시) 
C님, 00 카드로 장기 무이자 결제를 할 경우엔 결제 취소가 안된데요. 결제 취소하고 싶으면 재경팀 000님께 요청해서 별도 처리하면 됩니다. 상담원 분들께도 공지해주세요.

현업자의 바쁜 상황을 고려했을 땐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신입사원의 머릿속에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 00 카드만 왜 제한이 걸리는 거지? 

- 결제 취소가 왜 상담사는 할 수 없는 거지? 어드민 시스템에선 왜 안 되는 것일까? 

- 무슨 이유로 이렇게 처리가 되었을까?

- 상담사들이 알아야 하는 범주는 어디까지일까? 


조금 더 구조화된 형태로 업무 인수인계를 해준다면 아래와 같은 형태로 다시 말해볼 수 있다. 

 1. 개요  : 00 카드 장기 무이자 결제 시, 결제 취소 불가 
2. 결제수단 제한 : 00 카드 / 무이자 결제 / 개월 수 16, 24, 36에 한정 
3. 배경 
- VAN사를 통해 결제되던 00 카드의 수수료 상승 이슈가 커짐 → 당사 비용 확대 
- 이에 따라 바로 VAN사를 통한 결제가 아닌 중간 PG사 ㅁㅁ을 거쳐 결제할 수 있도록 절차 변경
- PG사 ㅁㅁ의 전산 시스템 완성도가 떨어져 현재 상담원을 통한 결제 취소 불가, 카드사를 통한 
  요청 취소도 불가 
4. 관련 부서 
- 재경팀, 온라인팀, 주문운영팀
5. 상담사 숙지 사항 
- 해당 결제 수단으로 장기 무이자 결제 후 결제 취소를 요청하는 고객 발생 시 전산 접수 원천 불가
- 재경팀 00에게 인계 요청
- 절대 카드사나 어드민 개발자에게 수기 취소 요청하지 말 것  

같은 업무이지만 이러한 이슈가 발생되게 된 배경, 관련 부서, 상담사가 숙지해야 할 상황, 당사가 결제 시스템 수수료 비용 감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등의 여러 내용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다. 

귀찮을 수 있지만 구조적 사고를 잘하는 직원으로 길러내고 싶다면 일정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마치며

신입사원 퇴사로 골머리를 앓는 기업들이 많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 글을 통해 내가 바라는 것은 2가지다. 


하나는 직무 전문가가 되겠다며 들어온 신입사원을 내쫓지 말자라는 것이다. 

본인의 꿈의 색깔이 너무 짙고 그것이 회사의 테두리에는 클 수 없어 퇴사를 자처한 사원이라면 불가항력적이다. 하지만 소위 '덕업 일치'를 언급하며 일하는 것이 곧 자신의 정체성이 되고 업무 성과가 자신의 존재 이유가 되는 사람들에게 일터는 가장 납득할 수 있고 설명 가능한 것으로 변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던져두고 라떼는 원래 그렇게 배웠어라기 보단 조금만 더 불편해도 내가 친절해진다면 한 개인의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 


두 번째는 OJT의 본질은 결국 목적성을 부여하는 것에 최종 목표를 둔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회사와 나에게 어떻게 기여될 수 있는지 찾아가는 첫 번째 단추가 OJT라는 뜻이다. 업무를 처리하는 단순한 '기능인'을 길러내기 위함이 사원 육성 목표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해당 팀으로 배치시켜 업무를 하는 동안만큼은 해당 분야의 프로가 되어주길 바라는 심정이 회사 측에서는 더 클 것이다. 비록 일하는 사명 찾기까지 회사의 몫으로 둘 수 없겠지만, 개인 스스로 사명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회사가, 지도사원이, 선배사원의 엄연한 책임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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