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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ond eyes Apr 26. 2021

[에필로그] 8년 절친에게 의절당했습니다

관계에 상처 받지 않는 방법

들어가기, 사람을 목표로 하면 위험한가요?

2009년 방송된 MBC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 (고현정 님)이 남긴 여러 명장면과 대사 중에

아직까지도 제 가슴 깊이 저를 조종하는 일종의 헤게모니처럼 남아있는 것이 있습니다.


미실이 사약을 먹고 죽어가던 순간,

아들 비담과 조우하며 어미로써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조언을 합니다.


'난 사람을 얻어 나라를 가지려 했다.

그런데 넌 나라를 얻어 사람을 가지려 한다.

사람이 목표인 것은 위험한 것이다.'


(덕만공주를 품어 가겠다는 비담의 말을 들은 후)

'여리고 여린 사람의 마음으로 너무도 푸른 꿈을 꾸는구나'


역사적 사실 관계와 역할에 관계없이 미실이 가진 캐릭터성 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고현정 님의 연기로 그 울림은 배가가 되기도..-




소속감과 우호적인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

미실의 말처럼 우리는 익히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 '믿을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그 누구도 믿지 말라'라는 등 관계의 맹목성과 중독성에 대해 학습받아 왔고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조기 교육까지 받아왔습니다.

사람은 변하는 것이기에 그 마음에 동화되지 말 것이며 2%의 여지를 남겨둔 채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말이죠.


그런데 이것이 참 성격적으로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접니다.

어른들은 코로나 이전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알아서 하라고 했지만 저 같은 ENFJ는 그게 잘 안됩니다. 자고로 ENFJ란,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려는 유형으로 타인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라고 불릴 만큼... 사람들을 좋아하며 항상 도움을 주고 싶어 합니다. 게다가 활발하고 붙임성도 좋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랑받길 좋아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관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저를 바라보아도 그렇습니다. 제 신조는 '다 같이 잘되자, 내 사람들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할 수 있다'라고 말이죠. 끊임없이 더 줄 것이 없는지 알아보고, 취업 준비생이라면 취업 컨설팅을, 유통사에 있는 장점을 이용해 제품 할인 기회를 있을 때마다 제공한다던지, 조금이라도 고민이 있다 하면 마다하지 않고 마냥 들어주려 하며 공감을 넘어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같이 고민하는 편입니다.



끝없는 관계의 단절과 배신의 연속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칫 이러한 저의 배려가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조화 있는 관계를 중시 여기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 개인 욕심이 될 수 있고,

저 또한 제가 원하는 형태의 반응이 나오지 않을 경우 그런 표현을 상대에게 종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정선을 유지하고자 굉장히 많이 노력하려는 편입니다.


지드래곤이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관계는 난 (蘭) 같아야 한다고 말이죠. 물을 너무 많이 줘도, 물을 너무 적게 줘도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정 거리가 관계에서도 필요하다'라고 말입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이 그러지 못한 순간을 반복한 지 어언 10년.

적정선을 잘 지키고 있다고 보는데도 저는 당장의 대학시절만 회고해봐도 관계의 다양한 단면들이 제 기억을 스쳐 지나가곤 합니다.

공동창업을 2번이나 했지만 동갑내기 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적, 아무런 이유 없이 어느 날부터 연락을 끊고 동아리에서 의도적으로 나를 배척하기 시작했던 절친 누나, 친형이라 생각하고 모든 속내를 말하며 평생 갈 형님으로 모셨지만 결혼 후 점차 사라져 간 사람, 혈맹 공동체라며 의형제를 다짐했던 동생이 잦은 취업의 실패로 나의 연락만 끊어버린 케이스, 입사 후 내 새끼들이라며 끔찍이 아꼈던 동생이 이해할 수 없는 애인에 대한 집착 증상으로 나마저 의심하게 되어 의절하게 된 친구까지.


유년시절에만 이런 상황이 발생할 줄 알았지만 대학시절부터 입사를 하고 나서 까지, 10년의 세월이 넘도록 관계의 단절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으며 오히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제가 피해자라면 누군가에게는 또 가해자의 역할을 하고 있을 테니까요.


나이가 들어도 관계의 단절 앞에선 언제나 낯섭니다.

그 지나갔던 모든 인연들이 너무 가슴을 아리게 하고 그들을 원망하기보다 더 잘해주지 못한

제 자신이 더 미울 때가 100프로입니다. 한 인연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그 인생의 깊이를 풍성하게 하는 것이라 했기에, 관계 하나를 쳐낼 때마다 제 살이 베어지는 듯한 고통을 종종 겪곤 합니다.


연예계 대표 의절 관계로 알려진 샵의 전 멤버 이지혜와 서지영. 이지혜는 무슨 심정으로 출연했을까


그래서 어떻게 살아가실 건데요?

최근에도 8년 지기 동생과 자연스럽게 절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취업기간 동안 진심으로 아꼈던 동생이었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러면 그것이
물질이건 뭐건 간에 늘 달려갔던 동생입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합격한 회사를 들어가고 나니 연락을 점차 끊더군요.

제가 애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합격한 소식은 제대로 듣고 싶었는데 단체 메신저 방에 딱 한 줄 남기고 사라지는 그 모습에 '너무 친해서 가볍게 던진 말들이 상처가 되었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개인 톡을 했고, 장문의 사과와 축하 메시지, 입사 축하 기프티콘을 보냈습니다만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32살에 또 다른 인연을 흘러 보내는가 했습니다.


여전히 관계에 서툴고 관계에 큰 힘을 드리는 저이지만,

이전처럼 상처 받지 않습니다. 관계가 단절될 때면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나, 나의 사용가치를 재확인하자

아무리 친한 고향 친구, 군대 친구라 할지라도 모든 관계는 '가치의 상호 교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대학을 가고 전혀 다른 이종 산업의 기업에 취직하더라도 고향 친구와 동창들과 여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추억과 재미'라는 가치를 서로 교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같은 얘기를 술자리에서 반복한다 하더라도 매번 웃기 마련이죠.

때문에 관계의 단절을 겪었다면 스스로에게 자문해보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이전과 달라진 나와 친구의 상황은 무엇인지,  상황에서 나는 이전과 무엇이 변했고 달라지지 않았는지 말입니다. 특정 그룹에 소속되기 위해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게을리 하진 않았는지, 이전과 다르게 포용력이 좁아진 것은 아닌지, 선을 넘는 말을 함으로써 서로가 가진 추억마저 금이 가게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둘,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착하게 살기를 포기하지 말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착함'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각자 다른 기준 속에서도 어떤 것이 절대 선인지는 누구나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관이 아닌 정확한 옳고 그름의 입장에서 여러분이 그 누군가 앞에서 취한 행동에 정직하다면

본인의 행동에 주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의기소침할 필요 없이 늘 해왔던 것처럼 그대로,

착하게 살려 노력할 필요도 없지만 여러분의 소신을 버려가면서까지, 나를 모두 바꿔가면서까지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셋, 잊힌 건 잊힌 그대로 흘러가게 두자

관계의 단절은 흉터처럼 남곤 합니다. 하지만 만들어진 환부를 자꾸 보면서 책망하거나 과거에 얽매여 살지 마세요. 어차피 그 관계는 '결국 그렇게 될 것'이었으니까요.

관계라는 게 말이죠, 참 신기합니다. 내가 잡으려고 한다고 되지도 않고 생각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어느새 제 옆에 있기도 합니다. 돈과 사랑처럼 속성이 꽤나 비슷합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그렇습니다. 내 휘하에 두려 하지 말고, 욕심으로 그 사람의 감정을 내 맘대로 한다는 태도를 지양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간 사람이라면 보내주세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스스로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해지셔야 합니다.

삶의 비중이 관계에 있는 사람은 결국 위험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그 어떤 사람이 여러분들을 스쳐 지나간다 하더라도 평소 혼자서 하는 취미를 만들어 놓으시고,

사람이 있건 없건 최소한 하루에 1시간 이상은 집중할 수 있는 나와의 취미를 만들어 놓으세요.


타인과의 관계를 놓칠까 우려해 휴대폰을 잡고 사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도 놓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얽매이지 마세요.

오늘도 어느 곳에서 관계로 힘들어하시는 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어렵고 아프고 잊으려 해도 잘 안될 테지만,

반드시 우리의 의지로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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