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 J. D. 샐린저 ]
[ 함께 들으면 좋을 곡 : Sea Change (Stephan Moccio) ]
20년 11월 7일, 토요일. 드디어 오늘에서야 ‘호밀밭의 파수꾼’을 다 읽었다. 정말 “드디어”라는 말이 적절한 것 같다.
처음에 ‘호밀밭의 반항아’라는 J.D.샐린저(호밀밭의 파수꾼의 저자)의 삶 일부를 담은 영화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된 책이었다. 곧바로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가서 각기 다른 번역가 분의 책 2권과 영어 원서로 된 책 1권, 도합 3권을 사 왔는데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인지, 이 책과의 첫인상은 정말 별로다라는 것이었다.
원래도 책을 분야별로 여러 권 돌려서 보는 편이라, 한 권을 완독 하기까지 조금 걸리는 편이지만 이 책은 특히 오래 걸렸던 것 같다. (도중에 각 잡고 앉아서 보고 싶은 드라마를 만나서 그런 것도 있긴 하지만..)
분명 손이 잘 가진 않는데, 근데 또 손을 뻗게 되고 놓지 않게 되는 책이었다. 보통 책을 잘 못 읽게 되는 때는, 내가 책으로부터 계속 튕겨 나가는 느낌으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밀어내지도 그렇다 하여 붙잡지도 않았다. 굉장히 묘했다. 그냥 나는 나의 길을 간다 그러니까, 나는 그냥 내 이야기를 할 거다. 이런 느낌이었달까.
다 읽고 난 지금도, 솔직히 이게 왜 “현대 문학의 최고봉”(윌리엄 포크너)인지 모르겠다. 근데 또 이렇게 독후감을 쓰게 만드는 책이 진짜 정말 오랜만이라는 것이다. 오직 책 자체가 지닌 힘으로써 글을 쓰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영화를 보고 나서 더더욱 독후감을 쓰고 싶게 된 건지 모르겠다.
초반부에 읽으면서, 홀든 이 친구 거참 여러모로 불만이 많군 했는데 또 한편 그 불만들 속에서 사람들에 대한, 삶에 대한, 세상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는 것이었다. 아주 뚝뚝.
기분이 자주 울적해진다거나 슬퍼지고 짜증 난다는 건, 어떤 면에서 보면 그만큼 지키고 싶어 하는 소중한 가치 있는 것들을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떤 대상이나 세상의 세태를 보며 자주 울적해진다는 건, 그만큼 애정이 깊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꼭 울적해야만 더 그렇다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일 뿐이다.
위의 글을 쓰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지금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누군가 책상을 차는 듯한 반복적인 발재간으로 진동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속에서 알 수 없는 뜨거운 들끓음이 있다는 건, 내가 무엇인가에 대해 나만의 중요한 가치나 애정을 지니고 있다는 뜻인 걸까.
이에 관해 생각을 하다가 깨달은 것 같다. 함께 사용하는 공간 속에서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것을 꽤나 중시한다는 것을. 그렇다 하여 또 잘못되었다고 평가하는 건 아니고, (말씀을 드릴지 말지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긴 하지만) 나는 그동안 어떠하였는가 싶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부터가 이러한 점들에 있어서 반성해야 할 점들이 하나 가득일 것이기에.. 진동 때문에 발이 얼얼한 듯 느껴지는 건, 내가 예민한 건가 보편적인 건가 싶고. 또 그러다 느낌에 보편적인 건 어디 있겠나 싶고..
글쓰기 전부터 이 진동을 느끼며, 왜 이 별 것도 아닌 진동에 마음속 깊은 곳의 들끓음이 계란 삶기 딱 좋은 때의 물 온도를 알리는 자그마한 기포가 올라오는 냄비 속 물 끓음이 대치가 되는 건지 의아했다.
의문이 가득한 와중에 그나마 분명한 건, 화를 낼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책상을 향한 발재간이 책상 아래 철물 구조를 통해 꽤나 큰 진동을 주고 있으며, 그 진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여파에 대해 자기 자신도 모를 수도 있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니까..
사실 이 진동에 관련한 글을 쓰는데, 이걸 이렇게까지 깊게 생각했다는 게 조금 죄송할 정도다. 어쩌다 글이 이쪽으로 흘러왔는지..
(근데 진짜 진지하게 바로 무시할 수는 없는 진동이었다. 이 진동을 내기 위해서는 피아노 페달을 밟는 느낌이 아니라 베이스 드럼을 치기 위한 페달을 밟는 힘이라는 것이다. 물론, 빠르고 강력한 곡을 치기 위함 정도까진 아니고 어느 정도 적당한 템포의 곡에서 둥둥 거림을 실현하기 위한 그런.. 그렇다. 절대 이건 과민한 반응이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은 게 맞다. 근데 쓰다가 죄송해지는 걸 보니, 변명이 먹혀 들 여지는 없는 것 같다.)
-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