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충동 느끼는 나는 비정상? #이직 충동이 더 강하지 않아서 문제
다음은 이직에 대한 세대별 생각을 정리한 글을 인용한 것이다. (출처 : '요즘 것들', 허두영 저, 사이다)
- 전통 세대(40년생~54년생) → "지혜롭지 않다"
- 베이비붐 세대(55년생~64년생) → "다시 생각해봐"
- X세대(65년생~79년생) → "할 수도 있지 뭐"
- 밀레니얼 세대(80년생~00년생) → "하루에도 몇 번은 생각하지"
하기사 남성 중심, 군대문화 중심 기업 조직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버티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거 같다. X세대인 나도 이렇게 힘든데... 어차피 꼰대 조직에서 일할 거라면 스트레스 덜 받고, 돈 더 많이 주는 곳에서 일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렇게 관둘 생각을 한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할 상황을 즐길 사람이 과연 세상에 있을까? 게다가 주변에선 끈기 없는 놈이라며, 니 정신상태가 가장 문제라며 태클까지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런 얘기를 계속 듣다 보면, '난 왜 이럴까?' , '정말 내가 이상한 걸까?' 헷갈리고, 이런 감정이 심해지면 무기력감에 시달리게 된다.
기성세대가 말하듯이 이직 충동은 정말 '건강'에 해롭기만 한 걸까? 나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모든 것은 어두운 면이 있으면 밝은 면이 있기 마련이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다. 부끄럽지만 이직 면접에서 연속 열세 번 미끄러져 본 산 증인으로서 (전체 불합격 횟수는 그보다 더 많을 거다) 이직 충동을 좋은 쪽으로 활용할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나를 우울감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활력이 넘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직 충동으로 매일 고민만 하고 있었다면, 오늘부터는 달라져보자. 이직 충동을 그냥 떠올리는 데에 그치지만 말고 지금보다 더. 더. 더 고민하는 거다. 그 충동을 어떻게 현실화 할 것인지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보는 거다. 이력서를 쓰고, 채용포털에 이력서를 공개해 놓고, 헤드헌터들에게 이메일을 뿌려보자. 매일매일 이력서를 업데이트해보고, 관심 있는 회사의 정보를 검색해 보자. 아무리 회사 일이 바빠도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퇴근 후 술 마시고, 놀러 다니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더 적극적으로 이직 충동을 실행에 옮겨보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은? 바로 피드백이다. 내가 얼마나 매력 있는 사람인지, 내가 가고 싶은 그 어떤 회사 입장에선 나는 쓸만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름의 기준을 갖고 이력서를 썼고, 보완에 보완을 거듭한 결과 50%의 회신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세 군데 이력서를 넣으면 한 두 군데에선 면접 요청을 받았단 얘기다) 그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나 자신도 모르고 있던 나를 발견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라는 사람이, 내가 쌓아온 일들이 쓸모가 있는 것이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경험이었다. 게다가 밀레니얼 세대는 시의적절한 피드백이 있어야 일이 잘 되는 세대라고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보다 더 귀중한 피드백을 받을 기회는 없을 것이다.
이력서를 넣고 면접 일정이 성사되면 더 재밌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당장 이직 안 해도 되는 상황이니 면접에 임하는 마음도 가벼울 것이다. 그러니 면접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동종업계, 동종 직무의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라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일인가? 술 마시며 회사 욕하고, 상사 욕하고, 그냥 시키니까 하는 매일매일의 일들에 비하면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일 안 하고 딴 회사 가서 면접보고 있는 건 좀 그렇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반대로 묻겠다. '하루 종일 일만 하시나요? 하루 종일 일 생각하면서 집중하시나요?'라고 말이다.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자투리 시간도 체크당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모르겠다. 아니, 그런 회사에 근무하는 분들 일지라도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 세미나 참가, 학원 수강 같은 것을 하지 않는가? 면접 보러 다니는 시간을 지금 하는 일을 더 잘 하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면접관들한테 질문도 받고, 지적도 받다 보면 자신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다른 회사는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알 수 있다. 직장인에게 이보다 더 좋은 학습은 없다.
이직 전의 나는 일 년에 책 한두권 정도 읽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모 대기업 인사팀의 면접이 나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1시간 반 동안의 면접에서 나는 영혼까지 완전히 털렸다. 서류전형 통과했다고 우쭐했던 내 밑천이 완전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임원 면접관의 날카로운 검증 앞에서 말이다. 그때 받은 충격이 아직도 날 긴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 끊임없이 책을 보고, 자기계발에 대한 강박을 느끼게 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무미건조한 직장 생활에서 느끼기 힘든 너무나 '소중한 거절의 경험' 이었다.
원래 고민 없는 사람은 발전이 없는 법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를 갈망하는 사람이 고민을 하는 거다. 이직 충동을 느끼고 고민하는 사람은 나아지고자 하는 사람이다. 긍정적인 신호이며, 절대 그런 충동을 느끼는 자신을 자학할 필요가 없다. 단, 문제는 실행 없는 고민이다. 실행 없이 고민만 하는 사람은 그냥 이도 저도 아닌 거다. 맨날 고민만 하다 마는 사람이 되는 거다. 이직 충동을 좋은 에너지로 바꾸는 것은 바로 이 점을 깨닫는 것에서 출발한다.
by 젊은꼰대 흡수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