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흡수인간 Oct 26. 2018

금요일이 가기 전에 해야할 일

# 금요일을 대하는 태도가 큰 차이로 이어진다

금요일은 직딩들에겐 참 감사한 날이다. 우스개 소리로 "금요일은 모두가 용서 받는 날"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 금요일 만큼은 팀장님도, 팀원들도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조금 느슨하게 일을 했어도 용서가 되고, 다음 주로 일을 미뤄도 용서가 되는 날이 금요일인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중요한 일은 그 다음주로 미뤄둔 채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물론, 그 시간에 논 것은 아니었다. 나름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긴 했다. 그러면서 퇴근 시간 쯤 되면 '아, 오늘도 수고했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짓곤 했다.


그러다가 문득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보았다. 이토록 편한 금요일. 주말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금요일. 아무 생각없이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그 금요일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운명을 가르는 것이 아닐까? 금요일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성과를 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를 만드는 날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윌리엄 너스의 '미루는 습관 버리기'란 책을 보면 일을 미루는 사람의 행동특성에 대해 나와있다. 새롭게 다가왔던 점은 일을 미룬다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더 중요한 일을 하는 대신 덜 중요한 일로 시간을 때우는 것도 미루는 것이며, 이 또한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지금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같을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일을 열심히 하긴 하는데 티가 안 난다', '뭔가 열심히 하곤 있는데 일이 진행이 안된다' 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있다. 그 중에는 일한 만큼 인정을 못 받아서 불만인 사람들도 있다. 물론, 티 나는 일을 해서 존재감을 드러내야만 인정받는 조직문화도 문제이긴 하다. 주어진 일보다 많은 것을 하거나, 윗 사람들에게 어필되는 일을 하는 사람만 인정받는 풍토말이다. 그런데, 그 반대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정작 해야할 중요한 일을 하지는 않으면서, 덜 중요한 일들로 시간을 채우는, 그 사람이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일은 명확히 정해져 있다. 다만,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우리가 놓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중요한 일' 이라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 수도 있다. 내가 잘 아는 분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잘 알고, 쉬운 일이라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중요한 일을 회피하고, 다른 덜 중요한 일들로 시간을 때운다면 말이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고, 스트레스가 커져갈 것이다. 당연히 원하는 것을 이루지도 못하고, 조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을 수도 없을 것이다.




금요일을 느슨하게 보내면서 늘 일에 쫓기는 스스로를 반성해 봤다. 촉박하게 일을 처리하고, 그러면서 일이 너무 많다며, 그래서 중요한 일을 처리할 시간이 없다며 핑계만 대는 나 자신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서, 패턴을 바꿔 봤다. 금요일 아침을 한 주의 업무 계획을 세우는 첫 날로 정했다. 한 주를 '월화수목금' 이 아닌, '금월화수목' 으로 생각해 본 것이다. 그리고, 한 주의 첫날인 금요일, 가장 꺼려지고 어렵게 생각하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내 맘 편한대로 정한 우선순위가 아니라, 진정한 일의 중요도에 의한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처리해 본 것이다.


이렇게 변화를 주고난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보다 여유가 생겼다. 그 다음주에 가장 걱정거리가 될 일을 미리 처리하고 한 주를 맞이하니까 말이다. 다른 일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어렵게 보이기만 했던 일들을 풀어나가면서 일에 대한 자신감도 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하면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스트레스가 줄면 일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져서 당연히 일의 완성도도 좋아지게 마련이다. 자연스레 만족감도 높아졌다. 이전에는 주말에 일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던 적이 있었다. 쉬고 있으면서도 일 생각을 한 적이 많았다. 이젠 그러지 않는다. 일에 대한 만족도 뿐만 아니라 쉼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진 것이다. 금요일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이렇게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작가의 이전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 는 큰 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