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지 일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사이드 허슬(Side hustle)' 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사이드 허슬이란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쓰는 말인데, 자기의 미래를 위해 회사 밖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경쟁이 심한 실리콘밸리에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이렇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흔하다고 합니다. 그곳의 사람들은 이렇게 본업에 종사하면서 '플랜B'를 모색하고, 주변 사람들도 사람들의 이러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다고 하는군요.
얼마 전 신문기사를 통해 접한 이경민, 조윤민 두 공동대표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 주변의 사이드 허슬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둘은 외국계 회사를 다니면서 스타트업 지원에 관한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한 조직에 소속되어 지원 업무를 하다가 ‘세탁소옆집’이란 맥주 편집숍을 금호동 거리에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맥주만 파는 곳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플리마켓도 열고, 사람들을 모집해 한강 달리기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어 냅니다. 금호동 거리를 경리단길 버금가는 ‘힙(Hip) 플레이스’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요.
세탁소옆집의 두 공동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회사를 왜 그만둬요? 제 소중한 본업인데”
지금 하고 있는 일, 혹은 직장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고민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과연 관둬야 하는 것이 맞는지, 그래도 그냥 버티는게 맞는지 고민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하지만, 세탁소옆집의 사례를 보면 답을 너무 좁혀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베스트셀러 ‘스위치’ ‘자신있게 결정하라’ 이 저자 댄 히스, 칩 히스 형제도 말했습니다. 결정할 땐 항상 선택지를 넓히는 것을 잊지 말라고요 (Widen your options)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동시에 어렵사리 입사해 놓고서도 조직문화나 업무적성 때문에 금세 퇴사를 고민하는 것도 빈번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쏟아 부은 열정과 노력을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관둬 버리면 나중에 아쉬움이 클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아닐지라도 좀 더 적응하면 그 일을 잘 할 수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관두기 보다는 대신 사이드 허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런지요? 그것이 비록 세탁소옆집처럼 거창한 가게를 오픈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표현은 다르지만 사이드 허슬과 같은 시도가 직장인에게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조지타운대 교수인 닉 러브그로브 교수는 스워브(Swerve) 전략이란 개념을 말하는데 그 내용도 사이드 허슬의 중요성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스워브란 럭비나 하키 등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입니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수비수들을 따돌리기 위해 몸을 좌우로 틀거나, 지그재그로 달려나가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불확실성은 꼭 규모가 큰 사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미래 또한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닉 러브그로브 교수는 이런 시대에 개인들도 한 방향으로 쭉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이것저것 탐색해 보면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스워브(Swerve)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기업의 세계는 사다리가 아니라 정글짐처럼 변하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 이제 개인들에게도 새로운 커리어 전략이 필요하다” 라고 말입니다.
그녀 역시 하나의 분야에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 상식인 요즘 시대에 뭔가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완벽한 공부법’ ‘일취월장’의 공동저자 신영준 박사는 직장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본업과 관련 없는 취미를 가져보라는 것입니다. 한 가지 분야에서 승부를 보는 것도 좋지만, 오히려 전혀 다른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만 혹 조직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을 지킬 수 있다면서 말입니다. 그런 그가 한 가지 더 강조한 것이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전문가가 되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전문가가 되어서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인재가 된다면 그것이 조직을 위해서도 좋고, 개인 스스로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본업에서 최적의 수준을 유지하고, 이와는 다른 분야의 취미를 열심히 파는 것. 사이드 허슬을 가지라는 말과 통합니다.
세대와 세대가 공존하면서 기존의 직장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직딩살이의 애환을 달래보려는 시도들도 많습니다. 적당히 일하라는 충고의 책들, 워라밸이라는 제목의 해외여행과 소비 등등. 물론, 길을 가다가 잠깐 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사회는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에게 요구하기 마련입니다.
주변을 보면 열심히 쉬는 와중에도 이렇게 자신의 커리어를 개척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그리고, 창의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같이 놀았는데 친구는 시험을 잘 보고, 본인은 시험을 망쳐본 경험, 학창시절 한 번쯤 느껴보셨을 텐데요. 직딩이 되어서도 그런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 정신 바짝차려야 할 것입니다. 헷갈리고, 피곤한 직장생활이지만 직딩이라면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항상 놓쳐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능력을 키워가야 합니다.
사이드 허슬은 직딩들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찾아갈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만 부여잡고 괴로워하고 헷갈려 하느니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는 편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 이해하는데 훨씬 더 유리할 것입니다. 회사 일 안하고 딴짓 하는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개인도 성장하고 일에 대한 몰입감도 좋아진다면 개인과 조직에 모두 득이 되는 일일 것입니다. 너무 기존의 프레임 안에서만 바라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동시에, 지금 몸담고 있는 본업은 그런 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자, 자신의 확실한 미래옵션 중 한 가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소중한 자산이 되도록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