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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프리랜서 Dec 25. 2018

어쩌다보니 프리랜서 8년차
(나 아직 살아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를 거쳐 프리랜서로 버텨온 기록

 가끔 그 때 생각이 난다. 

'배달의민족', '요기요'를 다니다가 프리랜서로 독립하던 순간...


 배달의민족을 거쳐 요기요 본사에서 영업을 하고 있던 시기는 매우 힘들면서도 보람찬 시기였다.


 지금은 모두가 알만한 회사들이지만 그 당시에는 세계 최초 배달주문어플인 '배달통'이 초기 선점효과를 누려 '배달의민족'을 훨씬 앞서던 시기였고(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당시에는 그랬다) 독일계 회사인 '요기요'라는 회사가 갓 나온 상황이었다. 



 그러나 앞선 두 회사가 월정액 광고를 진행하던 것에 비해 '요기요'는 광고비가 없는 대신에 매출 대비 수수료를 받는 특이한(?) 컨셉으로 시작했다.


 이 방식은 매장에서도 생소했고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는 생소한 만큼 영업이 더욱 어려웠다. 더 큰 문제는 이 시스템이 한국에서 통할지, 수수료는 얼마로 받아야 하는지 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결국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부딪쳐봐야 했고 회사에서는 치킨, 한식, 족발, 야식 등의 음식카테고리별로 수수료가 가능한지를 확인해보라는 프로젝트를 맡겼다. 


 서울 전지역을 카테고리 업종별로 영업을 하며 계약하는 동시에 설문지도 조사하고... 주말도 없이 연구하고 뛰어다녀서 수수료테이블을 완성했다. (그 당시에는 왠지 모르겠지만 일사병 걸려서 병원에 갈 정도로 최선을 다했었다;; 자세한 썰은 나중에 다시 풀어보겠다)



 매일 같이 영업 나가고 계약하고 인정은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 불안감이 커져갔다. 회사가 커져가는 초반이라 인정받는 영업이지만 안착이 되면 결국 가장 먼저 해고되는게 영업일텐데... 나만의 길을 찾아야 하는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었다.  


 어차피 영업직은 소모품으로 쓰이다가 몇 년 뒤에 해고될 확률이 높으니 내 사업을 해봐야되지 않을까?! 

 

 40대 중반 넘어서면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나와서 치킨집이나 카페를 차린다고 하던데... 



'어차피 사업해야 한다면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해보자!!!'


라는 생각이 점차 내 안에 자리잡았다. 

영업에 대한 '자신감'과 '끈기'가 있었고 기본급이 없어도 인센티브를 많이 받는 프리랜서가 내 길이라고 느껴졌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는 '자유'와 '일한 만큼 벌 수 있는' 프리랜서가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다 .



따라서 회사를 좀 더 다니면서 자금을 모은 뒤에 결정하라는 가족과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과감히 회사를 나왔다. (돌이켜보면 1년만 해보고 실패하면 다른 회사에 취직하면 된다라는 (위험한(?)) 생각이었다. 연봉은 낮아지고 더 힘들 수도 있지만 왠지 지금이 '타이밍'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본 없이 사업은 불가능하다'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 생각은 업종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개발자라면 앱개발을, 디자이너라면 디자인으로 프리랜서 또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식으로 시작할 수 있다. 

(재능거래 사이트 '크몽'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프리랜서들을 보라~)



 영업도 마찬가지다. 

 영업을 필요로 하는 회사와 계약을 맺고 시작하면 된다. 많은 회사들이 프리랜서를 선호하는 이유는 고정급이나 4대보험, 퇴직금이 들어가지 않아서이다. 회사입장에서는 언제든지 계약과 해지를 할 수 있고 이 점은 프리랜서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회사가 별로라면 언제든지 일을 그만두면 된다.


 그 후에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여기저기 매장을 방문(전화)영업 할 수 있으면 돈이 없어도 시작이 가능하다. 

계약을 하면 광고비의 일정 금액을 인센티브로 받게 되고 영업은 내 전문분야니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사무실은 꿈도 못 꾸는 상황에서 당연히 내 사무실은 집이었다. 그리고 나의 파트너 '노트북'과  'hpdeskjet 3400 복합 프린터스캐너'가 있었다.(한달 뒤에 대형 화이트보드가 합류하게 된다^^) 매일 영업자료를 제작해서 프린터하고 메뉴전단지를 스캔해서 올리는 고마운 존재들로 이후 오랫동안 나와 함께 했다. 


 사실 프린터는 오래되고 쓸 일이 없지만 버리는데 돈이 들어 방치했던 물건인데 갑작스럽게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소중한 파트너로 변신했다.



 첫 시작은 '배달맛집'이라는 어플을 갓 출시한 '인크로스'와 협력사 계약을 맺은 것이었다. '배달의민족'과 시스템이 동일하고 월정액 광고라는 점도 같았다. 배달어플에 대한 잠재력을 체험했었고 새로운 배달어플에서 초반에 음식점 계약을 많이 해놓으면 회사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수익이 예상되었다. 



 영업에 대한 자신감으로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프리랜서로 변신하는 '타이밍'이라는 확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히 무너졌다.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심이었다'


회사의 배경 없이, 도움 없이 혼자서 한다는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깨닫는데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영업에 대한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고 계약을 해야 돈을 벌 텐데 기존 거래처나 신규매장을 방문해도 계약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고군분투하며 한달이라는 시간은 지나갔고 운명의 날은 다가왔다.

 '신용카드명세서'



 월급 받을 때는 알아서 빠져나갔으니 신경쓰지 않던 '신용카드명세서'가 도착했고 이미 통장에는 잔고가 부족했다. 사업할 때는 6개월~1년을 버틸 자금을 비축해둬야 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난 다르다'라는 치기 어린 생각으로 흘려보냈던 결과였다. 


 '난 얼마나 대책없이 사업을 시작한건가?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지금 생각해도 식은 땀이 나고 한심할 정도로 당시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현재의 내가 당시의 나에게 충고할 수 있다면...'그렇게 시작할 바에는 그냥 회사에서 버텨라.이 멍충아'라고 했을 것이다.)  


 여기저기 돈을 빌려서 겨우 카드값을 막긴 했지만 이제는 전쟁이었다. 

 '생존을 위한 전쟁!'


 돈을 벌지 못하면 난 망한다. 돌아갈 곳도 없다.(우선 쪽팔리다ㅜㅜ)  A부터 Z까지 모든 건 내가 책임져야 한다. 내가 대표이고 직원인 '사장의 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책임'이라는 단어가 가진 무서웠고 '자유'가 이렇게나 무거운 짐이라는 것도 그 때 처음 느꼈다. 역시 인간이라는 건 말해줘봐야 모르고 겪어봐야 안다는 게 정답인 듯 하다. 


 회사 다닐 때는 퇴근 후에는 당연히 쉬는 시간이고 주말은 노는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출퇴근이 따로 없고 평일, 주말도 없는 말그대로 '총력전'이었다. 


 밥은 무조건 집에서 먹고 물통은 챙겨서 다니고 교통비를 아끼려 최대한 시간 내에 교통환승했고 음료, 커피 등 호사스런 소비는 거의 '0원'으로 맞췄다. 



  '절실하게 !!!' 영업을 다니며 지출을 최소화하며 버틴지 6개월이 되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고 좀 더 전략적으로 영업을 연구하고 접근하게 되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자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게 되었고, 물론 매년 3~4번의 위기가 발생했지만, 곧 8년차가 되는 프리랜서의 지난 날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 고군분투하는 예비(현직)프리랜서에게 제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프리랜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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