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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Aug 26. 2022

출판사의 참을 수 없는 유명인 짝사랑_투고하지 말라!

무명 글쟁이의 설움

무명 글쟁이고 책도 한 권 냈다. 출판 시장이 해마다 예년같지 않고 나날이 위기라고는 하는데, 책 내고 싶은 사람은 또 많아지는 모양이다.


그렇다 보니 어지간한 이름값이 없으면 책내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특히 이름 좀 들어봤다 싶은 중대형 출판사에라면 차라리 투고를 안 하는 게 낫다. 지금 하던 일을 접고 전업 작가나 해볼 생각이라면 아서라. 거지꼴을 못 면한다.


혹여 투고 원고가 쓸만하더라도 이들이 주로 보는 지점은 ‘팔릴 것인가?’ 뿐이니까. 뭐 이렇게 투고로 책 낸 경우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아무래도 가뭄에 콩 나듯 하지 않겠는가? 특히 이름좀 들어본 대형출판사라면 그 콧대가 하늘을 찌른다. 이들도 땅 파서 장사하는 봉사단체도 아닌데 경제원리에 따르면 일리는 있다.


이 대형출판사들이 어떻게 책을 내는가 봤더니 유명인 찾아서 “책 한번 내보실라우?” 역으로 제안하기다. 아니, “제발 우리 출판사에서 책을 내주세요” 라고 사정하는 일이다. 무명 글쟁이들이 투고하는 방식과는 정반대다. 이들이 저자를 찾아 적극 움직이는 것이다(맞다 무명 글쟁이 입장에서 배알 꼴려서 하는 소리다) 

최근에는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이 각광받는 모양새다. 최근 베스트셀러1위를 질주하는 자청의 [역행자]도 그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적 자유니 부의 추월차선이니 기존의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 같은 생초짜 일반인들도 월 1000, 년 10억을 벌 수 있다고 연일 자극하니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 들어 이런 책을 집어 든 결과다. 물론 책 한권 읽지 않던 사람들도 명당 로또 판매점에 모여든 남녀노소 장사진처럼 서점으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으니 그 순기능 또한 무시못한다


그런데 문제는 편식이 심하다는 것이다. 책 내는 출판사도, 책 읽는 독자도 모두 그렇다. 이런 인플루언서 책 내기 열풍으로 전반적인 도서시장이 커지고 다양성이 증가한다면 다행이지만 어째 현실은 정 반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오직 돈 벌고 인생 바꾸는 일에만 열광는 탐욕이 이 열풍의 중심에 있다보니 순수 인문이나 전통적인 독서의 영역들은 외려 더 침체되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는 모습도 우습다.

대형출판사들은 유명한 인플루언서들과 계약하면 일단 돈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또 다른 대형출판사들과 경쟁을 할 것이다. 어느 누가 재빨리 움직여 조금 더 유명한 사람을 잡아 채느냐? 에 승패가 갈릴 것이다.


문제는 이들 인플루언서들이 애초에 글을 쓰거나 책쓰기를 하려는 작가지망생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개중에는 글쓰기를 염두에 둔 인플루언서들도 있겠지만 대개는 유명해진 후 책을 쓴 케이스다. 이들에게 글쓰기 실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단, 유명해져라 똥을 싸도 열광할 것이다. 라는 격언에 걸맞게 웬만한 유튜버, 유명 인플루언서들은 죄다 책 한권 씩 들고 있다. 이는 개인 뿐 아니라 조직에도 적용된다. 이름이 알려졌다 싶으면 일단 출판사들이 먼저 들이댄다.


좋다. 그렇게 해서 좋은 컨텐츠를 선점하는 일에 무어 잘못이 있을까? 당연한 일이고 엄연한 생존의 법칙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내가 인플루언서가 아니기 때문만은 아니다(물론 그 이유도 어느정도 있다. ㅠㅠ;)


일단 우리나라 출판 시장 자체가 어렵다고 자조 섞인 말들이 많은데, 책 읽지 않는 문화는 전반적으로 어디에서 왔을까? 오직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사회적 분위기,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는데 도무지 시간이 나지 않는 빡빡한 삶. 과정은 무시되고 결과만이 정답인 극단적 결과주의. 이 모든 사회적 병폐를 출판사들도 고스란히 따르고 있지 않는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들을 잡으면 일단 돈이 되기 때문 아닌가? 무명의 투고 거절 메일에 붙여 넣기로 쓰던 '출판사와 결이 맞지 않아'도 일단 잡고 볼 것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대형출판사 그러니까 메이저 출판사라고 해봤자 매출 단위는 고작 수백억이다. 이들끼리도 출판계의 삼성, LG 처럼 대기업으로 불리는 막강한 영향력의 이름값이 있는데, 일반 기업집단의 대기업 매출 수준에 비하면, 새 발에 피다. 그저 중소기업 수준에 불과하다.


더 이상 뻗어나지 못하고 그 언저리에 맴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유명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 안전자산만을 노리고 독서, 책의 진짜 본질인 독서문화 저변을 넓히고 진짜 책 쓰고 싶어하는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는 일을 등한시 한 결과는 아닐까?


작가의 다양성이 급격히 위축되고, 매번 돈 벌고 경제적 자유를 얻는 메시지만을 주구장창 주장하는 몇 인플루언서들에 목매고 외연의 질적, 양적 확산을 외면해온 결과는 아닐까?


생각해보자. 자수성가 청년 [역행자] 라는 책 이름은 기억해도 그 책을 어떤 출판사에서 출간했는지 떠오르는가? 김미경의 [리부트]는 알아도 그 책의 출판사는 기억하는가? 유명인들의 이름값에 묻혀 그저 책을 기능적으로 내주는 대행사정도로 자리매김하는 정도로 만족한 결과는 아닐까?


김영하 작가는 무명때 투고해 자신의 원고를 체택해준 출판사와 같이 성장해왔다. 바로 그 유명한 문학동네다. 메이저 급으로 커진 문학동네가 지금도 일정 수준으로 무명 작가들을 발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와 함께 커온 출판사의 이야기는 나름의 힘을 가진다.


출판사라고 종이책만 내는 건 아닐 것이다. 컨텐츠 전문기업으로서 여러 방면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런데 상품을 만드는 핵심 루트가, 회심의 필살기가 오직 인터넷 검색해서 유명인 찾아 타 출판사와 경쟁해 선점하는 정도라면, 퀀텀 점프는 글쎄, 요원할지도 모르겠다.


투고 메일이 쏟아진다고 하소연하는 편집자를 종종 본다. 물론, 말도 안되는 수준이 원고와 예의와 기본도 모르는 무수한 함량미달 메일들도 많음을 안다. 그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당신들의 본업이 뭡니까? 


항아사처럼 너른 백사장을 뒤지고 뒤져, 개중 보물 같은 원석을 찾는 것 아닌가요? 라고 누군가 일침을 가한다면 어떡할텐가?  유명 인플루언서도 좋지만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원석을 찾아, 원석 가공 전문 출판사로 함께 성장하는 스토리를 만들어 보는 일도 가치 있지 않을까?


BTS는 데뷔당시 조롱의 대상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무명의 그들을 전세계적 대스타로 키운 것은 성장단계부터 함께한 팬을 포함한 조력자들 덕분이었다. 


혹시 아는가? 무심코 쓰레기통으로 직행한 누군가의 투고원고가 BTS의 초창기는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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