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에도 몇 차례 썼지만, 제목부터 내용의 완성도까지 내심 아쉬운 부분이 있어 애증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출간 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운 좋게 메이저 신문사 단독 인터뷰도 하고, 뉴스 전문 채널 북토크에도 출연하는 등 처음 겪는 일들이 하루 건너 하루 생겼다
책도 꽤 팔렸다. 도서판매채널 top4 중 yes24를 중점으로 마케팅한다는 출판사의 전략 때문이었는지 yes24에서 가장 많은 판매가 일어났다. 초기에는 판매지수 1만이 넘기도 했고 경영부문 top100에 6주간 오르기도 했다
출판사에서 모집한 이벤트성 리뷰가 섞이긴 했지만, 평점도 나쁘지 않았다. 하마터면 내 글이 '괜찮은 편'이라는 착시에 빠질 뻔했지만 다행히 객관화된 자기 인식은 있었던 모양이다. 다른 채널에 올라온 적나라한 1점짜리 테러 리뷰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으니
이후 반도체 대기업, 해운 대기업, 교육청, 국립 연구기관 등 이름만 들어도 굵직한 클라이언트? 들의 요청으로 워크숍과 특강을 진행하면서 '글과 강연'이라는 프로 세계에 본격 들어섰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초심자의 행운이었을까? 그런 분위기는 출간 6개월을 기점으로 서서히 꺼지기 시작했다. 1만이 넘던 판매지수도 8000, 6000, 5000 아래로 떨어지더니 한동안 3000 언저리에서 맴돌았다. 어떤 식으로 판매지수가 매겨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출간 후 1년이 지나 출판사로부터 정산 보고를 받고 대략 짐작 할 수 있게 됐다
출판사는 대략 1500~2000부가량을 1쇄로 찍었고 거의 팔렸다고 알려왔다. 담당자는 제목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고 내용을 다듬어 재출간할 것을 제시했지만, 조금 다듬어서 될 일이 아니라 생각해 거절했다. 작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아픈 손가락, 어떻게든 완성도 높은 읽을만한 책으로 다시 만들고 싶어졌다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쓰는 지난한 글쓰기 작업의 과정, 자연히 기존 책에 대한 관심은 옅어졌다. 무심히 yes24에 접속해 책을 검색해 보고, 눈을 의심했다. 1000 부근까지 떨어졌던 판매지수가 6000으로 무려 6배 오른 것. 경영 베스트 순위에도 재등장해 경영 Top 100 6주였던 기록이 7주가 됐다. 이 추세로라면 8주도 가능할 듯싶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솔직히 기쁘기보단 당혹스럽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내용 탄탄한 숨은 명저쯤 된다면 '아 뒤늦게 빛을 보는구나' 싶었을 테지만, 나름의 영광과 흑역사의 이정표를 간직한 채 이쯤에서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더 크다
분명 출판사에서도 남은 수량이 별로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며칠사이에 대폭의 판매지수 상승이 있었을까? 별다른 답도 없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고 싶지도 않다. 그저 해프닝으로 넘기자니 마음은 또 쓰인다.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경고? 한 번 내놓은 결과물은 '주홍글자' 와도 같으니 장인의 마음으로 글자 하나, 문장 하나를 세심히 빚으라는 가르침?
몇 시간 고민하다 마음을 정한다. 이유를 알 수 없다면 그저 우연이고 요행일 뿐. 괜한 기대 혹은 쓸데없는 의심 따위 억측은 거두고 긍정적 풀이만 가져가기로 한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하루하루 묵묵히 읽고 쓰는 일과의 연속. 소소하지만 가볍지 않은 이 '사건'을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뻔한 나 자신에 손을 내밀어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계기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