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회사는 100인 이하, 이왕이면 집에서 가까운 성수동과 강남역에 위치하고 조직문화에 진심(처럼 보이는)인 스타트업. 물론, 멘턴을 모집하는 회사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런 개념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생소할 테니까. 잡코리아, 사람인, 잡플래닛 등 채용포털에 로그인을 시도하지만 이런, 휴면이거나 비번을 모르겠다. 아, 그만둘까? 망설인다
체념반으로 들어간 원티드에 로그인이 된다. 이력서도 살아있다. 조금만 업데이트를 하면 될 것 같다.
'조직문화' 키워드로 검색한다. 20여 개 기업들이 검색됐다. 1~3년 차 주니어, 5년 차 이상 시니어, 10년 차 이상 팀 리더 급. 등 자격 요건은 뻔하다
만으로 48세, 경력은 17년(퇴사 후 공백 4년). 내 이력은 그 어디에도 적합하지 않다. 그룹 채용 담당자를 5년 넘게 한 경험으로 볼 때 채용요건에 맞지 않는 이력서는 쓰레기통일 확률 99.9%. '연령무관'이라고 쓰여 있어 반색하지만 '구성원 평균 연령 30대 초반'이라는 회사소개 문구에 좌절한다. 정식 채용도 아니고 3개월짜리 멘턴이라니 이런 황당한 요청을 수락할 회사가 있을까? 아, 그만둘까? 주저한다
'밑져야 본전이다. 그냥 해봐' 어딘가에서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알아? 영화 <인턴>이나 책 [일터의 현자]에서 어떤 통찰을 얻은 오너, 인사담당자가 한 명쯤은 있을지?' 홀린 듯 원티드 이력서를 업데이트한다
추가로 나를 소개할 자료를 만든다. 멘턴이란 무엇이고, 왜 멘턴을 하려고 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했고, 어떤 툴을 가지고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글을 쓰고 사진을 넣고 레이아웃을 배열한 후 PDF로 전환한다. 지난 7월부터 틀을 잡고 메시지를 정하고 스토리라인을 그렸으니 한달의 정성이 들어간 결과물이다
다시 원티드로 돌아와 조금이라도 가능성 있는 채용공고들을 검색한다. 4군데 정도로 추려진다. 가능성이 조금 올라갔다. 0.1%에서 대략 0.56%. 무려 5배다. 잠시 머뭇거리다 지원버튼을 누른다. 나는 과연 한국의 로버트 드니로, 칩콘리가 될 수 있을까?
하루 만에 한 곳의 결과가 떴다. '탈락' 시원해서 좋다. 나머지 세 군데 중 한 곳은 열람. 나머지는 미열람. 하루, 이틀이 지난다. 여전히 열람은 1, 미열람은 2. 일주일이 지난다. 여전히 열람은 1, 미열람은 2
대실패!
사실 슬픈 예감은 지원 하루 만에 왔다
좋은 글을 투고하면 늦어도 하루면 연락이 온다. 다른 출판사에서 채갈지 몰라 마음이 급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뽑을 때도 그렇다. 이 사람이다 싶으면 지원자를 결코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세 군데 모두 지원 취소 버튼을 누른다
사실상 0.1%의 요행을 바랐던 속마음을 인정한다. 속이 쓰리다
그래도 소득은 있다. 이게 될까? 궁금증을 털어냈다. 덤으로 진정성이 담긴 내 소개 자료를 얻었다
영화 <죠스>의 긴박한 BGM 빠밤빠밤~빠밤빠밤빠밤빠밤빠밤
불확실성의 두려움과 공포를 담은 어둠의 테마가 지나면 곧바로 들려오는 '신세계로부터'의 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