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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Aug 09. 2024

마흔여덟, 스타트업 '인턴' 지원하기 ①

이게 될까? 첫 번째 이야기

1년 전쯤부터 생각하고 있던 일이다


"스타트업 인턴 지원하기"


이제 곧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인턴이라니?

그것도 스타트업?

사실 나 스스로도 이게 될까? 싶다


그런 마음이 생긴 건, <인턴>이라는 영화 때문이다


요즘 영화는 아니고 2015년 개봉한 작품으로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았다

<인턴>이라는 제목만 봐서는 대학을 막 졸업한 젊은이의 좌충우돌 회사 적응기쯤 될 듯싶은데,

실은 70세 노인 벤이 그 주인공이


벤은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회사의 부사장으로 재임하다 은퇴했고 아내와도 사별했다. 인생 후반기,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던 벤은 패션 벤처 회사의 시니어 인턴 모집 공고를 발견하고 지원해 합격한다. 벤에게 주어진 일은 창업자이자 오너인 30대 여성 쥴스의 비서


처음에 쥴스는 벤을 탐탁지 않아 한다

나이차도 많이 나고,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보니 벤의 존재 자체가 부담스럽다

자신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꿰뚫어 보고 불편한 참견을 한다고 느낀다


그런데 인생이 어디 수월하기만 하던가?

겉으로 보기에 쥴스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패션 벤처 기업을 창업해 수백 명 직원을 거느린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수시로 밀어닥치는 인생의 위기 앞에 그 내면은 위태위태하다


사소하게는 잘못배송 된 웨딩드레스부터

사세 확장에 따른 전문 경영진 채용 요구에,

믿고 의지했던 남편의 외도까지


쥴스는 반복되는 시련에 인생 회의감을 느끼지만

때마침 자신을 돕게 된 벤의 존재 덕분에 하나하나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된다


벤은 부지런하고, 현명하고, 묵묵히 기다리고, 듣는다.

답을 쥐어주지 않고 스스로 찾도록 만든다

인턴인데 인턴이 아닌, 멘토의 역할도 까지 아우르는

멘턴(Mentern)이란 신조어가 이렇게 딱 맞아떨어질 수가 없다


<인턴>을 제대로 각 잡고 다시 본 건 최근이다


개봉 무렵 재밌게 본 영화지만,  사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그런 <인턴>을 다시 한번 찾게 해 준 건


책 [일터의 현자]를 읽으면서였다

저자인

칩 콘리는 '주아 드 비브르 호스피탈리티'를 설립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부띠크 호텔 체인으로 성장시킨 성공한 기업가다


기업인으로서 이룰 수 있 

모든 목표를 이뤘다고 여긴 칩 콘리는

52세에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사업을 모두 정리한다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간 칩 콘리에게

새로운 의욕을 불러일으킨 존재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에어비앤비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


당시 떠오르던 신생 기업이었던 에어비앤비는

기존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노하우, 고급화 전략 등이 필요했고'브라이언 체스키는 칩 콘리를

적임자로 판단하고 에어비앤비 합류를 요청한다


스타트업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고

이미 기업 현장에서 떠나 여유로운 여생을 보내는데

불만이 없던  콘리는 브라이언 체스키의 요청을 거절 하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진정성과 집요함에 마음이 움직여 마침내 에어비앤비에 인턴으로 합류한다


명목상 인턴이지만 자신보다 15살 이상 어린 창업자들에게 

경영과 호텔업에 대한 노하우, 통찰을 아낌없이 전수하는 멘토의 역할로 칩 콘리는 에어비앤비 성장에 공헌을 한다


멘토와 인턴을 합한 신조어 이른바

'맨턴(metor + intern)'이 등장하는 순간


영화 <인턴> 벤의 실제 모델이 실은 콘리가 아니었을까?


책 [일터의 현자]와 영화 <인턴> 은

그렇게 나를 부채질했다


'아, 나도 벤, 칩 콘리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비록

70세의 은퇴한 부사장도,

52세의 성공한 부띠끄 호텔 CEO도 아니지만,

조직문화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그들에 뒤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17년을 다니던 회사도 퇴사하고

5년이라는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조직과 조직의 사람'이라는 주제를 붙들고


책도 내고, '밑 MEET'이라는 조직문화 콘셉트를 만들고

진단 Tool을 개발하고, 인터뷰를 하고, 강의와 워크숍을 주관하지 않았던가?


이론적으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이전의 경험도 17년이면 충분하다


단, 부족한 부분이 있다

퇴사한 지 4년이 넘어가는 시점,

현장의 감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인턴으로라도 들어가 분위기를 익히고 내가 가진 노하우를

펼쳐 보이면 되지 않을까?


빙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3개월짜리 인턴에 지원하기로 한다

취업의 목적이 아닌 만큼, 처우나 고용보장도 필요 없다

대신 최신 노하우를 얻고 내 콘텐츠의 효과성에 대한 증거를 얻는다


내가 가진 모든 노하우와 방법론을 동원해

'다니고 싶은 회사, 일하고 싶은 팀'을 만드는데 온 힘을 바친다

실제 효과가 있는지 가설을 증명하는 과정


성공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기업은 3개월간 깊이 있는 조직문화 컨설팅을 완수하게 된다


실패하더라도

과정에서 남겨진 것들로 통찰을 얻는다

수천짜리 '헛짓거리' 외부 컨설팅보다는 무조건 이득이다


서로 win-win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첫 번째 스텝은

이력서 작성이다


그렇게 나는

48세에 스타트업 인턴에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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