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마케팅기법, 기획력, 보고서 쓰는 법 등 직장생활을 알려주는 콘텐츠 구독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1년 전쯤이다. 그게 '퍼블리'였다
지금이야 넷플릭스니, 디즈니+니, 어도비니, Office 365니 분야마다 정기 구독서비스가 당연한 일이 됐지만 직장인이던 4~5년 전만 해도 매월 구독료를 내며 뭔가를 받아본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는데, 세상 참 싶었다
퍼블리를 필두로 뉴닉이니, 아웃스탠딩이니, 폴인이니 유사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쏟아진 걸 보면 그런 콘텐츠가 나름 '돈'이 된다는 반증일터. 수십만의 직장인들이 타인의 '일잘러 비법'을 알기 위해 월 몇천~만원의 구독료를 기꺼이 지불한다는 사실에 작은 충격을 받았달까?
호기심이 생겨 휘 둘러본 '퍼블리'에 급 관심이 간 건, 이곳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익숙한 이름 몇을 발견하고였다. 수만의 구독자를 가진 네임드 작가도 있었고, 나와 비슷한 분야의 글을 쓰고 비슷한 궤적을 가진 터라 평소에도 관심 있게 지켜보던 작가의 글도 있었다
대략 25000자, a4지 약 10장 분량 아티클은 전문 편집자와의 상호작용으로 꽤 정제된 형태의 '전문적'인 글로 보였다. 책을 낼 때 보통 a4지 7~80장 정도면 원고 하나가 완성되니 7~8개의 아티클을 올리면 한 권의 책을 엮는 셈이다. 하긴 그 정도는 되어야 매월 내는 구독료가 아깝지 않겠지
솔깃했다. 나도 전문 필진이 될 수 없을까?
후기를 뒤져보니 대개는 먼저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이곳 브런치에 올린 글을 보고 퍼블리 측에서 먼저 연락해 필진이 된 경우도 꽤 있었다. 퍼블리 홈에서 봤던 익숙한 이름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 활동 중이었을 것이다. 개중에는 이미 10개 이상의 아티클을 꾸준히 연재해 오고 있는 이도 있었다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조직문화'라는 콘텐츠를 주제로 꾸준히 글을 써 왔지만, 아직 관련 전문가라는 인식이 생성되지 않았거나, 글 자체에 특별한 매력이 없었나 싶어서였다
무심히 토픽란에 분류된 주제 카테고리를 훑어 보다 문득, 깨닫게 됐다. '조직문화'라는 카테고리가 지나치게 크고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퍼블리의 주제 카테고리는 좁고 선명했다. '리더십' '매니지먼트' '일잘러' '업무스킬' '마음 다스리기'와 같은 세부 카테고리에 '초보 팀장의 소통법' '10분 안에 통과되는 보고서 작성법' '퇴근 시간 줄여주는 엑셀 함수 총정리' 같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방법론 일색이었다
물론 내가 가진 콘텐츠도 조직문화 일반론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네 가지 펀더멘탈인 '밑 MEET' 콘셉트에 대한자신감도 충분하다
자존심을 버리고 '저자 신청'을 하기로 했다
제안을 먼저 못 받으면 어떠랴? 조직문화 라는 카테고리도 거대 담론만 있는 게 아니라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 방법론'이 분명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음을 먹고 즉시 실행에 옮겼다
저자신청 버튼을 누르고, 자기소개를 하고, 콘텐츠 계획서를 공들여 작성했다. 세 시간 넘도록 끙끙댄 끝에 완료 버튼을 눌렀다. 어떻게 될까?
다음날, 평소 쓰지 않던 G-mail 로 메일이 왔다. 퍼블리 측에서 협업을 위한 G-mail 을 요구했기에 그 즉시 감이 왔다.
'퍼블리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거절일까?
"안녕하세요? xx님 퍼블리 OOO매니저입니다...보내주신 '팀 펀더멘탈을 보는 리더의 색다른 시선_밑 빠진 팀 구출하기'기획서 잘 봤습니다. 검토 결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동의하신다면 세부 내역을 확인하시고..."
"됐다!"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투고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출간기획서를 보내는 족족 '죄송합니다만, 저희 출판사와의 성격과는 맞지 않아...' 따위 거절 메일에만 익숙하다 단 번에 OK를 받은 셈 아닌가? 상대 편집자 설득에 성공한 거 아닌가?
그렇게 조직문화 밑 MEET관련 콘텐츠에 대한 계약이 확정된 건 지난 4월 초였다. 초고를 보내고, 구글 form을 통해 피드백이 오가고 지난한 수정 지옥이 이어졌다. 아무리 조직문화 관련 세부 콘텐츠가 있다 한들, 조직문화에 대한 담론을 빼놓을 수 없기에 원고 분량은 최초 요구 분량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a4지 20장 분량, 담당자는 1, 2부로 나누어 게시하자는 제안을 해왔고 즉각 받아들였다. 2부의 머리말을 다시 쓰는 건 덤이었다.
비교적 쉽게 봤던 아티클 작성 과정은 꽤나 고됐다. 책 출간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꽤 긴시간과 노력이 투입되고 최종고가 확정됐다. 그리고 6월 드디어 내 아티클이 '퍼블리'에 게시됐다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고 내 아티클은 Top1, 3위에 랭크됐다. 이 랭크는 약 2주간 유지됐다. 처음 게시된 글들은 초심자 효과로 거의 예외 없이 Top10에 오르는 것으로 보였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제안받는 사람만 쓰는 거다 체념하고 저자 신청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아예 없었을 경험 아닌가? 수많은 전문가들의 아티클 중 top1이 돼 보는 '소소한 기적'은 그 자체로 의미가 컸다
원고료도 들어왔다. 조회수, 만족도에 따라 정산된다는데, 첫 달은 3만 원, 두 번째 달은 20만 원가량이 들어왔다. 들인 노력, 시간에 비해 턱도 없는 보상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액수가 문젠가? 수백, 수천보다 더 값진 열매다
밑 MEET 원고를 출간용으로 수정하고, 이곳 브런치에서 '신입의 직격'이라는 콘텐츠를 연재하면서 '퍼블리' 도전은 잠시 멈췄다. 원고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미 준비해 놓은 세 번째 아티클을 제안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