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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Oct 05. 2022

살다 보니 인터뷰도 합니다

두 번째 책의 기쁨

난생처음 인터뷰를 앞둔 아침이다. 두 번째 책을 출간한 후 모 일간지에 책 출간 기사가 실렸는데 심층 취재를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얼떨결에 그러겠다라고 승낙을 하고 보니 여러 마음이 뒤섞여 요 며칠 하루 건너 하루 기분이 널뛰기를 하지 뭔가?


퇴사 후 2년 8개월 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 때로는 지겨워져 우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가, 이 정도 했으면 된 거 아닌가? 싶어 팽팽했던 긴장감을 느슨히 한 채 멍 때리기도 하다가, 어느 분야든 장인들의 하루를 보면 평생을 하루같이 공부하고 5년 10년 무명의 시기를 다 거쳤더라는 숨은 스토리를 보면 턱없이 모자란 내 모습을 돌아보며 정신이 벌쩍 들기도 하는 요즘이다.


그런데 메이저 일간지(개인적인 성향과 맞지 않지만 비즈섹션인 점을 고려했다는 변명)와 단독 인터뷰라니 이게 무슨 일?  떨어지기 일쑤였던 잡인터뷰에만 익숙했다가 뒤늦게 두려운 마음이 닥쳤다. 출판사로부터 증정본을 받아놓고 펼쳐보지도 않았던 책을 꺼내 후루룩 넘겨봤다. 군데군데 거친 표현이 보이고 전체적인 완성도도 마음에 들지 않아 겁이 덜컥 났다.


왜 더 다듬지 않았을까? 왜 더 완벽을 추구하지 않았을까?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이미 내 능력의 최대치를 쏟았지만 뒤늦게 보니 보였던 걸까? 아, 이 정도로 될까? 더 치열하지 못했음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반면 어느 날은 책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책의 컨셉(MEET빠진 회사)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그래도 뭔가 색다른 포인트가 있었던 것이겠지? 2년 8개월의 노력이 이제 조금 보상을 받는 건가? 따위 긍정적 생각도 섞였다. 


그 사이 입맛도 잃고 체중은 2킬로가 넘게 빠졌다. 원래도 마른 편인데 이 무슨 날벼락. 결국은 해보지 않은, 아직 가보지 않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 기대가 뒤죽박죽 되어 감정이 널을 뛰고 있었던 셈이다. 


"아직 가보지도 않은 길, 접해보지도 않은 일을 혼자서 이러쿵저러쿵 상상만 하면 답이 나오냐?"

내면의 누군가 소리쳤다. 

"가서 부딪혀 봐! 죽이 됐든 밥이 됐든 미리부터 예단하고 이렇다 저렇다 결론 내지 말고!"

얼씨구? 답까지 내준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어쨌든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는 이 책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일 것이다. 뭔가 들어볼 만한 이야기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내 생각을 전하면 그뿐이다. 그다음은 내 몫이 아닌 거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아 이거 영 아닌데' 싶을 수도 있을 테고 '듣고 보니 생각보다 더 괜찮네'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결과든 도전했으므로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 들이고, 사뿐히 즈려밟고 또 앞으로 나아가면 될 일이다. 그냥 그뿐이다.


미지 앞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은 주로 두려움이었다. 해보지도 않고 깨지거나 다치거나 망신당할 일을 생각해 시도조차 하지 않은 무수한 도전이 얼마나 많았을까? 마음을 바꿔 먹기로 했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막상 가보면 그곳에 내가 찾던 엘도라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2년 8개월 전 회사라는 두꺼운 껍질을 깨고 나오지 않았던가? 그 두려움과 불안함을 이겨내고 마침내 결정을 내리지 않았던가? 어쩌면 아무런 미지도 앞에 두지 않은 삶이 더 두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조금씩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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