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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씨씨s Jun 23. 2024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Why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렇기에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돈은 우리 인간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돈만큼이나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없다. 결국 돈에 관한 금융 역시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금융에 있어 무언가 공식이 있을 것이라 착각한다.


책의 서문에서 모건 하우절은 말한다. 금융위기는 금융이라는 렌즈가 아닌, 심리학과 역사의 렌즈를 통해서 볼 때 더 잘 이해된다고. 흔히 금융을 공학이나 물리학에 어울리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건 하우절은 개인 금융에 있어 더 중요한 건 어떤 법칙이 아니라 개인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관한 것이며, 이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제어력에 따라 달라지는 영역이라고 본다. 결국, 금융 그 자체가 아니라 지금 금융을 행하고 있는 인간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총 2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돈에 관한 인간의 심리와 통찰들을 담고 있다. 금융의 이면에 담긴 인간을 이해하고 자신의 금융 의사결정에 관한 지혜를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은 모두 한 권씩 사서 필독해야 한다.




What & How to


1. 모두가 다른 게임을 한다 - 자신만의 게임에 집중하라


책 첫 장의 제목이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이다. 가끔 사람들이 돈으로 미친 짓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우절은 단호히 말한다. 미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그가 말하는 핵심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세상의 원리에 대해 저마다의 경험을 갖고 있다. 각각 세대가 다르고, 서로 다른 나라에서 다른 소득과 가치관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란다. 태어난 당시의 경제 상황도 다르고, 인센티브가 다른 고용시장을 경험하며, 누리는 행운의 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아주 다른 교훈을 배운다. 따라서 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투자위험은 얼마나 감수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나에게 미친 짓처럼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이해가 되는 일일 수 있다.


금융 세계에는 나쁜 개념이 하나 있다. 이는 즉, '자산에는 단일한 합리적 가격이 있다.'라는 생각이다. 삼성 전자 주식 하나만 보더라도 주가 전망치는 전문가마다 다르다. 왜일까. 전문가마다 서로 다른 비전과 목표 시간 계획 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삼성전자에 대한 적정 주가는 '당신'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어떤 주가를 제시하더라도 미친 것이 아니다.


당신은 자신만의 목표와 전략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게임에 참여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요한 건 나와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리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은퇴자금 마련을 위해 장기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단기 트레이더들이 제시하는 전망이나 전략에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차익에 집중한다면 장기 투자에 적용되는 전략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결국 돈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점은, 나만의 투자 목표와 시간 전략을 세우고, 나와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즉, 지금 내가 어떤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하게 존재하는 투자 전망과 이론, 전략 등이 어떤 게임에 적용되는 것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참여하는 게임에 적용되는 전망과 이론 등을 스스로 채택할 수 있어야만 한다.


투자와 관련해서 미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서로 다른 게임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게임이 무엇인지 먼저 알고, 그 게임에 부합하는 규칙과 전략 등을 선택하는 것뿐이다.  



2.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다 - 리스크라는 비용을 받아들여라


투자는 기본적으로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투자에는 대가가 따라붙는다. 그 대가는 자산 가격의 변동성, 공포, 의심, 불확실성, 후회로 지불해야 한다. 이것들은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간과하기 쉽다.


하우절은 묻는다. 자동차나 주택, 음식, 휴가의 대가는 기꺼이 지불하는 사람들이 왜 훌륭한 투자 수익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기를 쓰고 피하려 하는 걸까? 그리고 답한다. 우선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비용을 맞이하면, 사람들은 어떤 잘못에 대한 벌금을 내는 것으로 느끼곤 한다. 사실 좋은 것을 얻은 것에 대한 수수료인데 말이다.


하우절은 제안한다. 시장 변동성을 벌금이 아니라 수수료처럼 생각하자고. 변동성을 수수료로 인식하면 관점이 달라진다. 디즈니랜드의 입장료는 100달러다. 이를 벌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대신에 좋은 경험을 위한 수수료라고 생각한다. 투자에서 변동성은 거의 언제나 수수료이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이라는 수익률의 대가, 수수료는 현금이나 채권 같은 값싼 공원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한 입장료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은, 그것이 지불할 가치가 있는 입장료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3. 믿음과 현실의 차이 - 누구든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


책의 18장 "간절하면 믿게 되는 법이죠"는 다음 질문으로 시작한다.


"매력적인 허구와 스토리는 왜 통계보다 강력한가?"


매력적인 허구란 우리가 사실이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사실이라 믿는 것들이다. 정보가 제한적이고 중대한 사안이 걸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냥 자신이 사실이길 바라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라고 믿어버린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넓고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에 반해 개인이 볼 수 있는 대상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 갭을 메우기 위해 우리는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이 세상은 불확실하다는 현실보다 오히려 설득력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스토리에 집착한다.  


별로 성공한 이력도 없는 TV 투자 해설에 사람들은 왜 귀를 기울이는 걸까. 또는 사람들은 왜 말도 안 되는 투자 제안에 넘어가 사기를 당하는 걸까. 그것이 실제로 그래서가 아니라 사람이 그걸 바라기 때문이다. 욕심에 눈이 멀면 제대로 보이는 게 없어진다.   


심리학자 필립 테틀록(Philip Tetloc)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내가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필요를 충족시켜 주겠다고 약속하는, 권위 있게 들리는 사람들에게 의지한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마주치면 보통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자신의 시각과 세상 경험을 바탕으로, 그 경험이 아무리 제한적이라도 설명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의 원리에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내가 완전히 오해할 수도 있다. 주식시장과 경제를 예측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자신밖에 없는 탓도 있다.


우리는 눈을 감고 어리둥절한 채로 헤매고 다니는 게 아니다. 우리는 내가 '우연히' 아는 것들을 기초로, 내가 활동하는 세상이 이해가 된다고 생각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4. 안전마진을 확보하라 - 저축률을 높여라, 복리의 힘을 믿어라


누구든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바로 실수에 대비한 방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실수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 놓는 것은 어느 정도의 잠재적 결과를 견딜 수 있게끔 한다.


워런 버핏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은 '안전마진'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안전마진의 목적을 예측을 불필요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안전마진은 실수에 대비한 여지 내지는 여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상을 안전하게 해쳐나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큰돈을 벌려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리스크 때문에 망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리스크도 감수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맞을 확률이 95퍼센트이고 틀릴 확률이 5퍼센트라면, 이는 언젠가 불리한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그 불리한 경우의 대가가 파산이라면 95퍼센트의 유리한 경우가 있다 해도 그 위험은 감수할 가치가 없다. 이 리스크를 보상할 수 있는 안전마진이 없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장, 20장에서 하우절은 자신이 참여하는 게임을 일부 공개한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안전마진 확보 방안은 '저축률 높이기'와 '인내심을 갖고 인덱스 펀드에 정기적으로 투자하기'이다.


하우절이 보기에 부를 쌓는 것은 소득, 투자수익률과 거의 관계가 없다. 오히려 저축률과 관계가 깊다. 개인의 저축과 검소함은 돈의 방정식에서 우리가 더 많이 조종할 수 있는 부분이고, 미래에도 지금만큼이나 효과적일 것이 확실하다고 본다. 이때 저축을 늘리려면 소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겸손을 늘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축은 그냥 저축 그 자체를 위해 저축하는 것이며, 모두가 그래야 한다고 밝힌다. 12장의 제목처럼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마련이기에, 최악의 순간 불가피한 가능성을 저축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4장 <시간이 너희를 부유케 하리니>는 복리의 힘에 대해 설명한다.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반드시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복리의 핵심은 작은 변화처럼 보이는 가정이 말도 안 될 만큼 비현실적인 숫자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워런 버핏이 지금의 성공에 이르게 된, 건 최고 수익률을 내서가 아니라 75년 동안 괜찮은 수준의 수익률을 계속 유지했다는 점에 있다. 즉, 오랫동안 꾸준히 괜찮은 수준의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5. 돈이 주는 최고의 배당금 = 시간의 자유


모건 하우절이 보기에, 돈이 주는 최고의 배당금은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 부자가 되려고 한다. 행복은 복잡한 주제이다. 그럼에도 공통분모가 있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때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제각각 다른 뿐이다. 따라서 돈이 내재하는 가장 큰 가치는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이것은 절대적인 진리에 가깝다. 돈이 있으면, 즉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자산이 있으면 독립성과 자율성이 조금씩 쌓인다. 언제 무엇을 할지 나에게 더 많은 결정권이 생긴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자유와 유연성을 원한다. 부(wealth)는 나중에 무언가를 사기 위해 아직 사용하지 않은 선택권이다. 부의 진정한 가치는 언젠가 더 큰 부가 되어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을 살 수 있는 선택권과 유연성을 제공하는 데 있다.  


'소비 부자(rich)'와 '자산 부자(wealthy)'는 다르다. 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부란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바꾸지 않은 금전적 자산이다. 부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오직 그뿐이다. 이는 부를 축적하는 유일한 길일뿐 아니라, 바로 부의 정의이다.




총평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다 읽고 나서 봤을 때 부제가 너무 마음에 안 든다. 책의 영문 원제는 <The Psychology of Money : timless lessons on wealth, greed, and happiness>이다. 그대로 번역해 보면 <돈의 심리학 : 돈, 탐욕, 행복에 관한 변치 않는 교훈들>이다. 여기서 부제가 도대체 어떻게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책은 부자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 결코 아니다. 모건 하우절은 첫 장부터 모두가 자기만의 게임을 할 뿐이라고 밝힌다.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게임이 더 우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이러저러한 이유들 때문에 그 맥락에 맞는 게임을 하고 있노라고 말할 뿐이다. 자신도 그저 어떤 종류의 선택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라는 부제는 책의 내용과 전혀 맞지 않는다.


1997 IMF 사태, 2008 미국발 금융위기, 2020 코로나 사태 등. 경제 환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이에 대한 현명한 대처 방법은 변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변화에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구절 중 하나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이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나 자신도 인간임을 인지하며, 다시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경계해야만 한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책의 원문 제목이 훨씬 마음에 든다. 변화를 말하기 전에 필요한 건 다름 아닌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앎과 믿음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모건 하우절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보내는 금융 조언이 담겨 있다. 금융에 대한 조언이지만 삶에 대한 지혜와 아들에 대한 사랑이 묻어났고, 책의 내용이 더 진솔하게 느껴졌다. 모건 하우절이 아들에게 전하는 조언의 마지막 구절로 이 서평을 마무리하고 싶다.


   진정한 성공은 나를 사랑해줬으면 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을 얻는 데 압도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순자산의 수준이 아니라 네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이다.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금융 조언은, 너나 대부분의 사람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돈이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너의 세상은 나의 세상과 다를 것이다. 내 세상이 내 부모님의 세상과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이 조언들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정답을 다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의 조언이라 해도 너만의 가치관, 목표, 환경을 고려해서 받아들이길 바란다. (하지만 엄마 말은 항상 잘 들어야 한다.)
   끝으로 엄마, 아빠는 너를 사랑한단다.

- 모건 하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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