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1부. 나이를 잊고 살 수 있을까
우리는 나이를 잊고 살 수 있을까? 그동안 참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글을 써왔지만 나이 듦에 대한 글은 일부러 피해온 감이 있다. 그사이 차곡차곡 나이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중략)...
나이 듦에 대해 쓰지 않은 이유를 구구절절 나열했지만, 어쩌면 진짜 이유는 이것 하나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나이 들어서 좋은 것은 사실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굳이 암울한 이야기를 내가 나서서 쓸 필요가 있나? 나는 기분을 처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괜찮은 어른으로 나이 드는 일은 오히려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연령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에이지리스 Ageless
에이지리스하게 나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꾸준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인생을 사는 농도가, 나이가 주는 고정관념을 희석시킬 정도로 충분히 진한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전형적인 그 나이의 여자나 남자에 대해 우리가 지닌 선입견으로 그 사람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나 매력으로 설명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 부분이 나이보다 먼저 명징하게 드러나야 하는 것이다.
에이지리스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기 완결된 사람에 가깝다. 이미 자신이 견고한 사람이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목적'을 우선시하지 않는다. 견고한 사람들이기에 사적인 인간관계에서 내가 이해관계를 가지고 누군가와 인맥 맺어서 득을 봐야겠다, 이런 것은 별로 바라지 않는다. 이렇게 목적 지향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대신, 이해관계가 없어도 사소한 얘기부터 깊은 얘기까지 두루 할 수 있는 그런 관계를 차분히 곁에 둔다. 남녀노소는 물론 가리지 않는다. 이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즐거워야' 한다는 것.
나이 들어 필요한 건 '돈'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 자신으로 잘 나이가 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일'인 것 같다.
자,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나이를 잊고 살 수 있을까? 나이를 잊으려고 해도 나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은 온다. 하지만 그것을 내가 문제로 생각할지 안 할지, 얼마만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할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그것에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 혹은 휘둘릴지도 나의 선택이다.
내가 그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이 들어가는 문제보다 내가 더 마음을 둘 열정의 대상─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래도 '일'이 가장 항상성 면에서 우수한 것 같다─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것은 자아의 견고함 정도와 나다운 삶을 꾸려 가는 정도가, 결코 나이 들어가는 속도에 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인생에서 '나이'가 아닌 '나라는 사람'이 더 짙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