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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여행자 Jan 15. 2017

우리는 왜 스스로 어둠속으로 걸어들어가는가?

왜 우리는 위험이 가득한 '미지'의 세계에 이끌리는가? 

날이 저물었다. 우유니의 황혼은 여느 대자연 속 그것보다 황홀했다. 하얀 지평선과 파란 하늘의 경계 사이로 태양이 핏빛을 토해내며 빨려들어가는 듯 했다. 화려하면서도 처연한 그 풍경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날이 완전히 저물어 밤이 되자 우유니는 검은옷으로 갈아입었다. 숙소에서 바라본 사막은 세상 모든 빛을 흡수해버린 흑암이다. 블랙스완이 그랬던 것처럼 인간의 정신마저 빨아들일 듯한 어둠이다. 

우유니의 황혼

그때 누군가 사막에 나가보자고 제안한다. 사막의 밤은 별빛이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나 보다. 남자라도 혼자라면 그런 결정은 못했을 것이다. 일행이었던 세 분의 수녀님들과 함께 신앙의 힘(?)에 기대어 길을 나섰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은 인류 구원의 숙명을 안고 블랙홀 속으로 뛰어 든다. 탐험은 인류의 본능이며, 인간은 전진하기 위해 미지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그는 블랙홀의 정점에서 황홀경에 빠진다. 모든 시공을 한 지점에서 경험하는 5차원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답을 찾았다. 

영화 <인터스텔라> 중
인류는 늘 그랬듯이 위험 속으로 투신한다. 
탐험은 인류의 본능이다.


별을 보기 위해 한밤중 사막 한 가운데로 걸어 나간 우리도 주인공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두려운 마음에 망설였지만 별을 찾기 위해 어둠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우유니가 낮 동안 밝은 빛에 감춰 두었던 진짜 모습을 보고 말았다. 그것은 미추의 기준으로 형용할 수 없던 광경이었다. 가장 어두운 순간에 진리가 나타났다.

우유니의 새벽별 아래 기도하는 수녀님
별은 항상 그 자리에 빛나고 있었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
도시의 불빛, 오염된 공기로
자연이 인간에게 자리를 내준
모든 곳에 별빛도 사라졌다.

진리도 이와 같아 그것이 태어났던
태고의 자리에 별처럼 빛나고 있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과 오만이 
진리를 보는 눈을 가리웠다.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그 자리에 빛나고 있던 별빛과 재회하듯,
탐욕과 편협을 비워내고
우리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면 
진리와 다시 마주할 것이다.

우유니의 밤은 나에게 가장 가까운 별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인간의 흔적이 보이지 않던 곳, 태고의 순수함을 간직한 곳, 진리에 가장 가까운 자리이다. 세상 살이에 영혼을 더럽힌 불순물을 떨어버리려는 성스러운 의식은 우유니가 자랑하던 순백의 낮이 아닌, 별빛이 가장 가까운 밤에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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