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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여행자 Mar 20. 2017

불안의 여행

불안은 생명의 기본 속성이다. 이러한 진리는 우주에 담겨 있고 우리가 그 우주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세포이다. 세포는 생애동안 끊임없이 분열과 융합을 반복한다. 인간의 시선에서 그 모습을 상상하면 사뭇 불안해 보인다. 그러나 생명 원리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 외려 안정된 상태이다. 작은 불안정(dynamics)상태가 모여 커다란 안정(stable) 상태를 유지한다. 모든 유기적(organic) 개체들은 이런 반복 순환 구조를 품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우주의 기본 매커니즘이다. 


긴 시간 동안 어두운 터널을 지나오며 나는 불안의 본질이 무엇일까 답을 찾고 싶었다. 많은 철학서를 탐독하고 또 깊은 사유의시간을 보내며 어느 한 가지 명확한 생각에 근접했다. 불안정한 모습은 바라보는 거리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것이다. 우리가 불안하다고 정의하는 그 현상은 불안정 상태로 보이기도 하고 안정된 상태로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순간 내 마음에 담은 잠정적 결론은 이것이다. 


생명은 진화하기 위해 불안정한 상태를 껴안는다. 진화-분열과 융합의반복-하지 않는 생명은 죽은 생명 뿐이다.


우리의 삶도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분열과 융합을 반복한다. 분열은 자아의 확장이다. 쉽게 얘기하면 성장하기 위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본능이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삶의 지경을 넓혀가는 과정이다. 반대로 융합은 가치의 수렴이다. 직접 경험한 것들을 통해 얻은 진실의 축적이고 이를 자양분으로 삼아 삶의 지향성을 강화해가는 과정이다. 


조금 시야를 넓혀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아도 비근하게 이에 대한 유비를 발견할 수 있다. 인류는 불안한 모습으로 끊임 없이 안정을 향해 나아갔다. 권력과 자본을 축적하고, 이념과 사상을 만들어 강력한 통치 체제를 유지해왔다. 안정을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영원한 제국이란 없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많은 견고한 성들을 무너뜨렸다. 전쟁과 살육, 배신과 모반의 언덕을 넘어 역사는 나아간다.

여행은 알 수 없는 안개 너머의 길을 향해 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역설이 삶에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난 것이 하나 더 있다. 여행이다. 우리는 한곳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강한 본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역사를 보면 인류는 끊임없이 이동하고 유랑하기도 했다.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것 또한 인간의 본능이다. 가보지 못했던 낯선 땅이 여행자의 마음을 이끄는 이유는 그것이 불안정성을 향한 인간의 본능을 깨우기 때문이다. 알지 못하는것 들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감각을 동경하는 인간은 언제나 여행을 꿈꾼다. 내가 떠난 많은 여행지 가운데서도 유독 이런 기대감을 주는 곳이 광활한 남미 대륙이었다. 그곳은 지상의 인간에게 천상의 풍경을 잠시나마 허락하는 곳이다. 남미 대륙의 모든 도시는 각양 각색의 매력을 갖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의 정서를 나에게 주기도 했다. 그것은 불안이다.


인간은 이 불안의 여행을 통해서만 자아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 


인간이 한 곳에 정착하면 한동안 평화로운 시기를 보낸다. 그러나 머지 않아 불안의 파도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유랑을 계획한다. 이 유랑은 불안으로부터 탈출하려는 몸부림 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불안을 향해가는 여정이다. 나는 이것을 ‘불안의 여행’이라고 부를 것이다. 인간은 이 여행을 통해서만 자아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 정해진 계획과 뻔한 코스를 좇으며 좁은 길목에 자신의 영혼을 가두어 두는 여정은 여행이 아닌 유람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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