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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상 Aug 28. 2018

국가란 무엇인가

책리뷰-정치

직업정치인 유시민의 국가론
#국가란무엇인가 #유시민


1. 진보자유주의의 번영을 바라는 유시민 작가의 국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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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객관적 입장이나 철학적인 입장이 아니라 직업정치인으로서 한국 정치를 경험한 저자가 생각하는 국가관에 대한 책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국가란 무엇인가’, 그리고 국가는 어떤 사람이 다스려야 하며 어떤 이상을 따야 하는가에 대한 여러 철학자, 사상가, 경제학자들의 의견들을 소개하고, 진보정치인으로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국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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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앞서 읽은 ‘나의 한국현대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정치인 시절 국가란 무엇인가를 쓰고 정치계를 떠나 전업작가로 변신한 후 나의 한국현대사를 썼다. 나의 한국현대사에서는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밝힌 저자의 국가관이 형성된 개인적, 시대적 배경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책의 여러 부분에서 겹치는 내용들이 나오니까 이 점을 생각하고 비교해서 읽어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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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진보정당의 대표 정치인으로서 잠재 지지자들에게 진보자유주의에 대해 소개하고 그것의 정당성과 이상에 대해 소개함으로써 지지층을 넓히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쓴 책이라고 생각된다. 저자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탄탄한 내용을 읽기 쉽게 쓴 책이니 만큼 진보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입문서로 큰 손색이 없다.

_일단 진보, 보수, 자유, 국가 등 여러 키워드에 대한 역사적, 철학적 배경에 대해 어느정도 충실히 설명하고 있다. 또 사회/정치학 책들은 대체로 무슨 돌 씹는 것처럼 읽기 힘들게 마련인데, 이 책은 같은 내용을 최대한 부드럽게 읽히도록 쓰여 있어서, ‘나의 한국현대사’에 비해 딱딱하고 개념적인 내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막히는 부분 없이 읽을 수 있다.

_또 군부독재시절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정치사에서 ‘국가’와 관련된 굵직한 사건들을 들어가며 국가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 저자가 쓴 책들보다 읽기 더 수월하다. 저자 본인이 민주화운동부터 현재까지 그러한 사건들에 있어서 관조자가 아니라 일정부분 이상 직접 참여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설명들이 더 와닿기도 한다. 물론 같은 이유로 인해서 균형잡힌 시각보다는 분명한 한 쪽의 입장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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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기준에 대한 설명에서 진보주의를 마냥 ‘선한’ 이념으로 설명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감이 있다.

_저자는 진보주의와 보수주의를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서 자연발생적이고 현재 그대로의 상태를 고수하려는 경향을 보수, 변화한 현재에 맞는 새로운 가치와 기준을 찾으려는 경향을 진보라고 정의한다. 그 말 자체도 보수는 낡고 뒤쳐진 것, 진보는 새롭고 옳은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정말 그럴까.

_또 진보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에게 정의로 대표되는 선을 적극적으로 행하고, 보수에서는 경쟁을 통해 얻은 보상을 최대한 보장해주려는, 기득권을 보호한다는 인상을 주는 식으로 설명한다. 정말 그럴까.

_물론 개념적으로 틀린 설명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자의 설명만 가지고는 수긍이 가지 않는 측면도 많다. 보수의 가치는 기회의 평등이 보장된 상태에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이 기본이다.(방법론적으로는 많은 이견들이 있겠지만) 또 현실정치에서보수정당이 진보정당보다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내놓기도 한다. 읽으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다른 부분에 비해 친절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_선한 가치를 행하는 목적론적인 국가관이 진보자유주의 국가관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보수 측에서 진보진영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논거 중 하나가 선한 의도로 실행한 정책이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침 요즘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서도 그렇다. 선한 의도를 가졌더라도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목적론적인 국가관은 위험하다.(물론 이런 저런 전제조건을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선함’을 내세워서 이야기하다보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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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래도 워낙 설명이 친절하고 쉽게 잘 되어있다. 유시민 작가의 다른 에세이 책들보다는 무거운 내용이기는 하지만, 진보나 보수, 자유주의와 다른 여타 ‘주의’들에 막연한 느낌과 심리적 거부감이 있던 분들은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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