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고슬링, 미셸 윌리엄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와버린 걸까. 분명히 언젠가부터 뭔가 잘못됐다. 언제부터였는지 생각해 보려고 하지만 도저히 모르겠다. 이젠 그냥 처음부터 너는 날 사랑하지 않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널 이해할 수 없다. 책임질 수 없다면 시작부터 그랬어야 했다. 함께하기로 했을 때, 그때 분명 너와 나는 불꽃에 휩싸여 있었다. 불꽃이 영원히 뜨거울 수 있었다면 꽃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꺼이 그 불 속으로 뛰어들었고, 지금은 재만 남았다.
그렇다. 재만 남았다. 그때의 나와 너는 지금 없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난 너에게 늙지 말라고 했다. 과거의 찬란했던 기억을 하루 종일 떠올리는 것이 하는 일의 전부인 늙은이들을 나는 싫어했다. 너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지금 와서 보니 나 혼자 늙어버린 것 같다. 거울 속에는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머리가 벗겨진, 우울한 표정의 알콜 중독자가 서 있다. 날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하는 걸 보니 넌 아직 늙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난 화가 난다. 그게 너에게 인지 나에게 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나도 내가 생각했던 미래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가정이 생길 거라고, 지켜야 할 무언가가 생길 거라고 생각한 적 없다. 지금의 내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내가 아니지만, 찬란했던 불꽃을 우리 아이의 눈에서 잠깐씩이나마 볼 수 있는 지금에 난 만족했다. 지금 이걸 다 놓아버리는 건 모두에게 무책임하다. 우리의 아이를, 아니 너의 아이를 불행하게 하면서까지 날 견딜 수 없어한다는 게 화가 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와버린 걸까. 분명 불을 지필 때는 알고 있었다. 타고나면 재가 될 것이란 것을. 하지만 사랑의 끝이 이런 끝없는 우울함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었을까. 그때의 나에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