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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작가 Nov 22. 2019

내 인생에 소중한 사람

또 다른 나의 가족

 일이 있을 때마다 아이를 돌봐주시던 아주머니가 한 분 계신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인연을 맺어 10년 넘게 알고 지낸 아주머니다. 얼마 전,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다. 그 말을 들은 후, 며칠 동안 내 몸도 마음도 좋지 않다. 아주머니는 평생 자식들 때문에 힘드셨다. 아주머니의 속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가끔 볼 때면 우리는 서로 힘든 부분들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고 나는 친정어머니와 다름없는 분이라 생각하며 지냈다. 출산 후, 일이 있을 때 아주머니에게 잠깐이라도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그렇게 아들과 나는 아주머니와 10년이 넘게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까지 가끔 집에 오셨던 아주머니라서 대장암 말기라는 소식은 내게도 큰 충격이었다. 최근에 입맛이 없다는 말씀만 하셨지 건강해보이셨고 아주머니도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셨던 것이다. 70이 넘으셨지만 흰머리가 많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이시고 체력도 좋으셔서 일도 많이 다니셨다. 남편복도 자식복도 없다고 늘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주머니에게 가죽장갑을 선물해드린 적이 있다. 아주머니는 자식들에게도 이런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시며 많이 좋아하셨다. 나를 친딸처럼, 아들을 친손자처럼 대해주셨고 아들은 사실 아주머니를 가장 좋아했다. 애기 때부터 등에 업고 시장이며 여기저기 다니셨기 때문에 ‘어부바 할머니’라고 부르고 잘 따랐다. 엄마랑 있는 것보다 할머니랑 있는 게 더 재밌다고 했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트로트를 즐겨 불렀고 지금도 아이돌 노래보다 트로트를 더 좋아하는 아들이다.

 할머니가 했던 모든 이야기를 오래오래 기억하는 아들. 아주 어릴 때 기억까지 할머니와의 추억을 모두 기억하는 아들이다. 할머니의 큰 사랑으로 어딜 가나 나이 있는 사람들만 좋아하고 따른다. 지하철을 타도 노약자석에 앉아계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수다를 떨고 지하철에서 뭔가를 팔고계신 할머니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내 지갑을 열게 만든다.

 외롭고 또 외로웠던 시간동안 아주머니가 있어서 힘이 났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주머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서 아들이 커서도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늘 바랐다. 전화를 드렸더니 항암치료를 받으시느라 입안이 헐어서 음식을 제대로 못 드신다고 한다. 목소리에 힘이 없으시다. 딸과 둘이서 사시는데 딸은 매일 일을 다녀서 늘 혼자계신다고 한다. 

 내일은 아들과 함께 아주머니 집으로 가려고 한다. 눈물이 날까봐 걱정이다. 함께 있는 동안은 셋이서 웃으며 보내야겠다. 힘든 항암 치료지만 잘 견디셨으면 한다. 혼자서 많이 슬프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평생 고생만 하고 살아온 아주머니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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