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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작가 Nov 24. 2019

그녀들에게 작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엄마

 요즘 싱글맘 독자들에게서 메시지가 많이 온다. 나는 그동안 여자들을 위한 책을 여러 권 출간했다. 나처럼 경력단절을 겪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여자들을 위해, 낮아진 자존감으로 힘겨워하는 여자들을 위해 나의 실패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책을 통해 전해주고 공감하고 싶었다. 

 세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싱글맘 K는 책을 펼치고 몇 장 읽자마자 내게 메일을 보냈다. 책을 펼쳐서 읽는데 마음이 뭉클하고 힘이 될 것 같아 무작정 메일부터 보낸다고 했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메일을 보내겠단다. 책을 통해 용기를 얻고 희망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단 한 사람의 인생은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책을 썼다. 이렇게 독자분들의 메시지는 열정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어제는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 H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많이 힘들다고 한다.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아이를 돌보면서 병행하기가 힘들어 마음이 자주 흔들릴 때 내 책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쓴 책을 한 권씩 주문해서 읽고 있다. 다 읽은 후 나를 만나고 싶다는 말에 나는 꼭 한 번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녀는 지방에 살고 있어서 혼자 먼 길을 오려면 아이들을 어른들에게 맡기고 단단히 준비하고 와야만 한다.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힘을 내어 일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내 마음도 뭉클했다. 

 그녀는 아이 아빠로부터 어떤 도움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어디에 있는지조차도 모르며 그저 혼자 묵묵히 아이들을 키워내고 있었다. 나는 어떤 사람들보다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대단하다 생각한다. 자신의 삶도 제대로 책임지기 힘든 세상에서 자식에 대한 강한 책임감으로 아이들의 삶을 지켜내는 그녀들이 가장 훌륭한 사람이다. 

 나 역시 결혼 전에는 내 삶에 집중하며 살았다. 하지만 엄마가 되어보니 나를 키워준 어머니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결혼으로 많은 것을 잃어가는 여자들에게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건, 바로 자식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아낌없이 주는 사랑의 가치를 알게 된다. 

 나는 아들을 낳은 후, 처음으로 내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를 만났다. 약하게 태어나 엄마 속을 많이 썩인 아들 덕분에 참 많은 눈물을 흘렸더랬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아들은 애교가 많고 엄마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고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기도 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준다. 내가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되어준다.

 고난은 늘 그 속에 희망의 씨앗을 품고 있는 게 맞나보다. 아이를 낳고 자신을 잃었던 여자들은 아이를 위해 또 다시 힘을 내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여자들을 위해 계속해서 책을 쓸 것이다. 언젠가는 그녀들에게 위안이 되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쓰고 싶다. 산우우울증으로 힘겨웠던 시절 그리고 고통스러웠던 순간순간에 나는 드라마를 보며 많은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통해 내가 가진 편견들을 버릴 수 있었고 내 인생도 많이 변했다. 힘겨운 삶 속에서 잠시라도 휴식을 얻고 작은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드라마를 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좋은 드라마를 쓰기 위해 더 잘 살아낼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드라마를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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