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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작가 Nov 25. 2019

내게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닐까

나를 비우면 얻어지는 것들

 얼마 전부터 나만의 힐링 공간이 생겼다. 동네에 있는 카페 하나가 내게 휴식을 준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커피를 처음 마시게 된 계기는 졸음을 쫓기 위해서였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잠을 줄이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지금도 사실 커피 맛은 잘 모른다. 달달한 커피를 주로 마시기 때문이다. 내가 주로 마시는 커피는 카페 라떼, 카라멜 마끼아또 등이다. 커피를 마시면 집중력이 배가 된다.

 그동안 글을 쓸 때면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카페를 이용했다. 탁 트여 답답하지 않았고 나처럼 뭔가를 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아 나름 능률이 오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오래 좋아하는 습성에 그 카페를 떠나지 못했다. 그런데 우연히 발견한 동네 카페는 내 맘에 쏙 들었다. 

 이 카페를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다. 머리를 자르고 싶었던 날, 늘 머리를 다듬어주던 헤어디자이너와 스케줄이 맞지 않았다. 집에서 가까운 미용실에 예약을 해두고 30분 일찍 나온 바람에 미용실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미용실을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카페가 하나씩 있지만 가까운 쪽의 카페만 몇 번 가봤다.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 단지 온도가 따뜻해서만은 아니었다. 2층으로 올라가 쇼파에 앉는 순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가방에 있던 책을 꺼내 읽었다. 잠깐이었지만 휴식 같은 시간이었다.

 오늘 카페에 가서 책을 읽었다. 요즘 잠이 부족했는데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는 것 같았다. 책을 읽다가 생각에 잠기다가를 반복하다 문득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사람씩 메시지를 보냈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한때는 정신없이 살면서 주위를 돌아보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일에만 매달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각할 틈이 없을 만큼 정신없이 보냈던 때가 있었다. 물론 그 시간 속에서 몰입하며 배운 것도 많았지만 중요한 것을 잃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 인생에 무엇이 중요한 지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카페에서 코르넬리아 토프의 <침묵이라는 무기>라는 책을 읽었다. 요즘 나는 어느 때보다 말을 적게 하고 있다. 이렇게 말을 적게 하며 살았던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편하다. 그만큼 쓸데없는 말을 할 확률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애당초 ‘세상’이란 없다. 당신이 있는 곳이 세상이고 당신이 곧 세상이다. 당신이 자신을 발견했다면 말이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많은 시간을 타인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작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끊임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한다.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나이지만 ‘나는 어떤 사람인가?’하는 질문에 정답을 내놓을 자신이 없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은 나 자신도 놀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침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과 다르면 아니라고 일일이 설명하며 살았던 지난날에 후회가 밀려온다. 내가 아는 것이 정답이 아니며, 아직 나는 세상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하기 때문이다.  나를 서운하게 했던 사람에게 원망 대신 귀 기울여줄 때 처음으로 그들의 진심과 마주하게 되는 경험을 요즘 한다. 나는 그동안 너무 말이 많아 소중한 것을 잃으며 살았던 것은 아닐까. 

 보고 싶었던 사람에게 안부를 물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요?”라는 질문에 저마다 일상의 모습을 내게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좋은 소식을 또 누군가는 힘든 일상을. 함께 하지 못하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공기가 오고가는 느낌이다.  

 “잘 지내고 있지?” 마음으로 묻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전해주고 싶다. 내게 서운한 마음이 있다면 ‘어리석은 나’를 너그러이 용서하라고. 나도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을 용서하겠노라고. 지난날을 돌아보며 고마웠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건강히 그리고 즐겁게 보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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