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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작가 Dec 23. 2019

내 인생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J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면 생각나는 사람

 지금껏 수많은 인연을 만났다. 좋은 느낌으로 만났지만 좋지 않게 끝나는 인연도 있었고 처음엔 별로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사람도 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지난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사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인가?’하는 생각도.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본다. J는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 같은 남자였다. 개츠비라고 표현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나는 가진 것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가진 사랑의 깊이를 말한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그 마음의 깊이가 개츠비와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를 알았을 때,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며 그를 떠올렸고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같은 책을 읽으며 J가 생각났다. 사랑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내는 현실에서 자신의 모든 삶을 지탱해 줄 ‘진짜 사랑’을 안고 살아가는 남자가 얼마나 될까?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고 가장 열심히 살았던 20대 시절, 그를 보면서 나는 나의 힘겨움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늘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을 해내는 남자였다. 하고자 마음먹은 일을 해내고야 말았다.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서, 도와주는 이 하나 없는 환경에서 그는 그렇게 홀로 일어설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확고한 자기 믿음이 있었고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오래, 아주 오래 기다릴 줄 안다는 점이었다. 인생에서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내가 가장 힘들 때, 가장 외로울 때 그는 곁에 없어도 늘 곁에 있는 것처럼 힘이 되어준 사람이었다. 힘들다고 도망치지 않았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도 웃음으로 넘길 줄 아는 가슴 아리는 유머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를 통해 사랑한다는 말이 가진 자유와 그 무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J는 지금 쯤 어디서 무얼 하며 살아갈까. 어디에 있든 빛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 거라 믿는다.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모두가 그렇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건 J 때문이었다. 언젠가 우연히 라도 J를 만나게 된다면 나에게 진짜 사랑을 일깨워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미안했다고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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