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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작가 Mar 09. 2020

우연은 없다, 선택만 있을 뿐이다

'최선'이라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처럼 어려운 말이다

 요즘 집에만 있어서 답답하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나도 원래는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요즘 신기하게도 그렇게 답답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시간을 나름대로 알차게 보내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번 달 일정들이 다음 달로 연기가 되기도 하고 계획했던 일들에 많은 지장이 있긴 하지만 살면서 기대했던 만큼 얻으며 살진 않았기에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얼마 전 독자에게서 메일이 왔다. 책을 읽고 잊었던 꿈을 떠올렸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재취업에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잘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생기고 틈틈이 좋아하는 것을 배우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며칠 전 메일을 보냈던 독자에게서 또 다시 메일이 왔다. 코로나 때문에 취업이 취소가 되었고 그로인해 준비하고 있었던 것에 대한 자신감마저 사라졌다고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나는 독자에게 두 번째 답장을 보냈다. 이번엔 답장을 보내는 것에 더 많은 고민이 되었다. 그저 응원한다는 말이, 할 수 있다고 힘내라는 말이 당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평화로웠던 일상에서 멀어진 삶이 싫어서 화가 나고 답답하고 앞날에 대한 고민도 가중되는 느낌이다. 나는 요즘 책을 더 많이 구입했고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들, 관심이 없었던 책들도 읽고 있다. 걱정만하면서 이 시간을 보내기에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을 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위축되고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기 쉬운 시기에 SNS를 들여다보며 더 큰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자신은 계속 힘들기만 한데 잘나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시기 질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SNS에서 한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기도 너무나 쉽다. 진실이라는 것이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어제 우연히 이런 글귀를 읽었다.


 ‘진실을 말한다면 어떤 것도 기억할 필요가 없다.’


 마크 트웨인이 한 말이다. 맞다. 우리는 늘 이런저런 거짓말을 하느라 머리가 아프다. 거짓말이 들통 나지 않으려면 내가 한 거짓말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니까. 거짓말이라는 것이 참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편하게 살려면 솔직하게 살면 될 것을. 이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쨌든 나는 독자에게 메일을 쓰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어떤 말이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어떤 말이 힘이 될 수 있을까를 말이다. 한 걸음도 떼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다던 독자, 하지 못하는 것인지 안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들을 생각해본다.


 나에겐 ‘최선’이라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처럼 조심스러운 말이다. 내가 최선이라 생각하는 것이 정말 최선인건지 더 나아갈 수 있으면서 스스로 한계를 짓는 것이 아닌지 늘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과연 최선이라는 말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사랑한다는 말이 그 말에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우리가 절망하는 것처럼.

 

 우리는 열심히 했던 일이지만 당장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때,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듣기 싫은 말을 들어야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절망하고 자신에게 실망하고 어떤 경우는 삶의 방향까지 바꾸기도 한다. 나는 그런 삶이 싫다. 살다보니 당장에 결과를 얻는 일이 별로 없더라. 당장 뭔가가 툭하고 튀어나오지 않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노력이 열매를 맺기 위해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본인이 느끼지 못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거다. 


 사람들은 타인의 삶에 대해 무책임한 말들을 너무나 쉽게 던진다. 왜일까?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남에게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열심히 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세상에 혼자 살아간다면 이런 고민 따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나를 둘러싼 환경도 예상치 못한 변수도 모두 내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자책만 한다면 당연히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포기한다면 어떤 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의 능력을 무시하기 전에 자신에게 한 번 물어봤으면 좋겠다. 이렇게 모든 책임을 자신의 무능력과 낮아진 자존감, 자신감 탓을 하기에 정말 한 번이라도 최선을 다해봤냐고 말이다. 


 힘들 때, 답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지는 게 인생이다. 아무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으며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나 이상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도 우리는 우리의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인생에 우연은 없다, 선택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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