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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작가 Jul 11. 2019

여자의 글쓰기

여자에게 글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나의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바로 ‘글쓰기’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 때,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나의 생각을 올리면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갔다. 내 생각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담아두고 싶었다. 살아가면서 깨닫게 되는 일들, 배우는 것들, 현재 하고 있는 생각들을 글 속에 담으며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꼈다.

 나를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은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나의 고통이 나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힘겨운 부분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결혼 전, 그 누구보다 일에 대한 열정이 컸던 나였지만 임신과 출산, 육아를 통해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기대를 감내하며 조금씩 잃어가는 나 자신과 마주했다. 내 삶의 비상구로 나는 글쓰기를 선택했다.


 ‘결혼’이라는 단어는 한 편으로는 ‘행복’을 떠올리게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리 긍정적인 기대감을 주는 단어는 아닌 듯하다.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선택을 한다는 점에서 그 목적성은 비슷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선택이 어떤 삶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지 예측하지 못한 채 선택하는 것이 바로 결혼이다. 

 특히, 여자들은 결혼을 통해 많은 것을 잃어간다. 자신의 커리어도 자신의 삶도.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뒤로 밀어낸다. 그래도 꿋꿋하게 자신의 일을 이어가는 여자들은 두 배로 힘들지만 나름의 자부심을 안고 살아간다. 그 누구도 나의 삶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타인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수많은 여자들이 꿈을 잃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임신과 출산을 통해 경력이 단절된 여자들은 다시 일을 시작하더라도 그 전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력이 단절되는 여자들보다 남자들을 선호한다.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좁은 시야의 기업들과 사회 분위기는 능력 있는 여자들을 밀어내고 더 큰 성장의 가능성을 포기한다. 당장 앞만 보고 달려가기 때문이다.


 5년의 경력단절이라는 늪에서 나를 끌어올려 준 것은 바로 ‘글쓰기’다. 나만의 생각 공간에서 나를 들여다보고 다시 일으켜 세워 준 것이 바로 글쓰기다. 지나온 시간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현재의 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위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를 스스로 깨우치도록 해주었다.

 여자의 입지가 늘어났다고들 하지만 아직도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여자들이 많다. 나 역시 자존감이 높다고 자부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자로서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에서 할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세상을 향해 하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를 나는 책을 통해 쏟아냈다.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왔을 대한민국 수많은 여자들을 대신해서 말이다. 글은 힘이 있다. 글은 칼보다 날카로울 수 있으며 말보다 강하다. 글에는 정신이 담긴다. 한 글자 한 글자에 내 영혼을 새긴다. 2년 전 나의 글과 지금의 나의 글은 다르다. 글은 그 시간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온 세월만큼 성장하고 더 현명해진다. 나는 글을 통해 내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글을 쓰면서 더 단단한 내가 되었다.


 여자들은 육아에 대한 큰 책임감을 안고 살아간다. 남자와 똑같이 일을 하더라도 홀로 책임을 다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여자들이 많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자들도 많다. 나는 그녀들에게 하루에 단 몇 분만이라도 자신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말하고 싶다. 글쓰기라는 또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보길 바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루 중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얼마나 가질 수 있을까? 아이를 돌보느라 바쁜 엄마들은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 같은 일상을 살아갈 확률이 높다. 내 인생이지만 한편으로는 내 인생이 아닌 듯 보이는 일상에서 잠시라도 탈출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바로 글쓰기를 통해서. 


 그저 일기를 쓰듯 자신의 일상을 써내려가는 습관도 좋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짧게나마 감사일기를 써보는 것도 좋다. 글을 쓰면서 우리는 생각이라는 것을 동시에 한다. 그 과정을 통해 현시점에서 자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 힘이 커지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현명함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는 삶을 산 지 3년이 되어간다. 매일 잠들기 전 감사일기를 쓰고, 끊임없이 집필작업을 한다. 글을 쓰지 않는 내 삶을 상상할 수 없다. 글을 쓰기 위해 쉼 없는 독서를 한다. 독서를 하면서 내가 원하는 시점에 또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한다. 힘들고 슬프고 아플 때조차 책을 놓지 못한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답을 찾을 수 없을 때, 책은 나에게 답을 준다. 책에는 나와 같은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기록이 담겨있고, 내가 가야할 세상에 이미 도달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에서 나는 멘토를 만나고 친구를 만난다. 그리고 진정한 ‘나’와 마주할 수 있다.


 여자에게 글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결핍된 무언가를 글로써 채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통해 침묵하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내가 살아있음을 깨닫게 된다. 누구나 하나뿐인 소중한 인생을 살아간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고 키워내는 여자들이야말로 위대한 사람들이며 할 말을 하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야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고 자연스럽게 행복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

 나는 더 많은 여자들이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살길 원한다. 만족하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나지 못해서 참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네 권의 책을 펴내면서 사회의 약자로 살아가는 여자들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을 통해 그들의 고통을 내 마음으로 가져오는 것만으로도 마음 아프다 느꼈다. 하물며 세상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여자들에게 현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홀로 걸어가는 기분일 것이다.


 세상이 변하려면 세상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나는 그것을 위해 여자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변화란 있을 수 없다. 더 많은 여자들이 글을 통해 이야기를 할수록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세상이 알게 될 것이고 그것이 쌓여서 세상이 조금씩 변화할거라 믿는다.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세상,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방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세상이 올 것이다. 글을 쓰는 여자들이 늘어날수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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