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곪아가던 내 문제점들을 마주하기까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않은지 넉 달 정도가 되어 간다. SNS를 다 끊은 건 아니지만 가장 활발하게 이용했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느낀 점을 간략하게 남겨두고 싶다.
20대 초반 때만큼 게시글을 자주 올리는 건 아니었지만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인스타 스토리는 애용했었다. 그림이나 영상을 제작한 걸 올리는 공개 계정 하나, 그리고 올해 초에 다시 활성화시킨 친구들만 맞팔한 비공개 계정 이렇게 두 개가 있다.
맛있는 걸 먹을 때, 예쁜 카페를 갔을 때, 감성 터지는 날에, 비 오는 날, 무지개가 떴을 때, 그냥 하늘이 예쁠 때 등등 인스타 스토리로 당시 내 기분을 공유하면서 지인들과 소통했다. 서로의 근황을 확인하고 안부 연락을 하면서 인스타그램은 절대 끊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하루아침에 멀리하게 되었다.
7월 중순부터 인스타그램을 못 들어가게 된 건 오랜 시간 알고 지내며 친하게 지냈던,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의 갑작스러운 돌연사 때문이었다. 자칭 타칭 관종이라며 인스타그램에 수많은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그 누구보다도 음식과 풍경 사진에 진심이었던 오빠가 떠올라서 도저히 인스타그램을 이용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앱을 삭제하거나 내 계정들을 지울 수도 없었다. 그러면 그간 서로 남겼던 댓글과 DM, 그냥 그 모든 추억들이 함께 휘발될 것만 같았다. 말 그대로 이도 저도 못한 체 그냥 방치만 했다. 한동안 카카오톡이나 SNS를 하지 않아서 걱정스러운 연락을 해준 가까운 지인들한테만 비보를 알렸고 최대한 말을 아꼈다. 말을 할수록 비현실적인 슬픈 소식이 현실인 것을 자각하게 되었고, 그간 계속 만나자고 연락 온 오빠한테 여름이라서 더워서 안 나간다며 기약 없이 미뤘던 나 자신에 화가 났다.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나서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날 위로해준 이들에게 한 '고마워'였다. 그냥 그 모든 게 한없이 미안하기만 했다.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않고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그간 쉴 새 없이 주고받은 연락들이 크게 의미 있었던 것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지인들의 화려한 삶에 혼자 열등감을 느끼며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었고, 인스타그램에 게시하기 위한 것이 아닌 온전히 추억을 위해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난 뜻하지 않은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인간관계를 잘 맺어나가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인간관계를 의무적으로 유지했음을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았다. 심지어 아무도 내게 강요한 적이 없는데 나 혼자 의식하고 과한 눈치를 봤던 거 같아서 더 민망해졌다. 현재 내 모습 그 자체를 인정해주지 못하고 늘 부족함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불완전한 내게 인스타그램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지난 몇 달간 잠시 멀어진 것만으로도 그동안 나 자신이 얼마나 남들에게 휘둘려왔는지 알 수 있었다.
혹시 이유 없이 지쳐간다고 느낀다면 잠시 SNS를 멀리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당장은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혹시 내가 재밌는 일을 놓친 건 아닐까 전전긍긍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인간관계가 다 끊기면 어떡하지에 대한 두려움이 사실은 별게 아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며, 갈수록 두꺼워지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홀가분해진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SNS를 완전히 등지고 살아갈 순 없기에 나도 인스타그램을 다시 사용할지도 모른다. 아직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내면이 좀 더 단단해지고 결핍되었던 부분들이 온전하게 채워진다면 건강한 소통을 통해 일상이 풍요로워질 것을 기대해봐도 되겠지?
#good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