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잡지 기자가 되기까지

또다른 여정

by 후투티



원래 잡지를 따로 만드려고 했는데, 그냥 이어서 쓴다. 이제 보니 결국 연장선인 것 같아서.



여러분이 만약 이 매거진 <그거 공부해서 뭐 먹고살래>의 앞부분을 읽었다면, 내가 한국문화 발전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처음 읽어보신 분들을 위해 요약해서 말하자면, 나는 대학생 시절 체코를 베이스캠프 삼아 체코와 주변 국가를 여행하고 공부하거나 인턴으로 일했다. 잘 보존된 건축물이나 예술품, 그들만의 문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남은 의문. 도대체 유럽은 왜 현대 한국과 다른, 그러한 이국적인 풍경을 지니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직접 가 보기도 하고 따로 책이나 영상을 통해 공부도 했다. 그 결과 지리적, 기후적, 사회적 요소들이 겹쳐 세계 여러 나라에서 놀랍게 보는 문화가 유럽에 형성되었다는 것을 이해했다.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한다. 식민지배-전쟁-독재를 겪진 않았다면 한국의 근대 건축물과 예술품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현대 한국의 건축과 예술은 자라던 나무 줄기를 뚝 잘라 버리고 새로운 품종을 접붙인 모양새 같다. 대표적 예시로 광화문을 들어 보겠다. 경복궁과 그 주변에 있는 고층 건물들을 보자. 자연스럽게 발전한 게 아니라 외부의 것이 ‘유입’된 흔적이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강대국에 다시 식민 지배 당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했던 생존의 몸부림임을 나는 이해하고 있다. 강해지기 위해 강한 자를 따라하는 것은 전략적이다. 그 생존 전략이 통한 것인지, 결국 현재 한국은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가 되었고, 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의 경제 논리가 된 자본주의에도 매우 빠르게 적응한 것처럼 보인다.



일전에 나는 한국 문화가 대단한 점이 많으며 앞으로도 발전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자문화중심주의자가 아니라고 밝힌 적 있다. (그럼 유럽에서 살 생각 있어? [4] 참고) 자문화중심주의는 자기가 속한 집단의 문화만 우월하고 다른 집단의 문화는 열등하다고 보는 가치관을 말한다.



세상이 국가라는 단위로 나뉘어 있는 지금, 많은 사람들은 교육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태어난 국가로 정의한다. 가끔은 전 세계인이 국가라는 틀 안에 갇히지 않고 그냥 다 같이 평화롭게 살면 안될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 그것은 아직 이상에 불과할 것이다. 피지배 민족은 그들의 언어와 관습을 말살당하고 교화라는 이름의 강제 교육을 받은 역사가 있다.



세계가 국가주의 이념을 채택하는 한, 국가 간 경제 격차가 존재하는 한, 작은 국가는 큰 국가에게 위협을 계속 받을 것이다. 작은 국가가 큰 국가의 존중을 받으려면 무력도 무력이지만 문화의 힘도 빼어나야 한다는 것, 그건 요즘 한국인이라면 다들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한국 문화는 여기서 더 발전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나는 한국 문화가 얼마나 어떻게 발전할 수 있나,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하여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굳이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나의 의도를 단지 ‘애국심’이나 ‘전략’이라는 단어로 일축해버리고 싶지 않아서이다. (어쩌면 애국심과 전략 그 사이 어디쯤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여러분의 기억에서는 다소 잊혀졌겠지만 내가 체코에서 살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왔던 이유 중 하나가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건 한국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 '해 보고 싶은 일'은 다음과 같다. 한국 전통문화에는 무엇이 있고, 어떻게 보존하며 발전시키고 있는지 그 현주소가 알아내는 것이다. 한국 전통문화를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은 한국이기 때문에 결국 한국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문화와 관련된 상품을 만드는 회사에 들어가야 하나? 혹은 문화재청 같은 기관에 들어가서 일해봐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 주 관심사인 글쓰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하고 고민했다.



그러나 나는 역사학과나 전통문화 관련 전공생도 아니고, 대학생 때 한국 문화와 관련된 대외활동도 한 번 안 해본 사람이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그에 대한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내 주 관심사인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방향성을 잡았다. 그 방향성에는 '에디터', '기자' 가 있었다. 글로 밥벌이하는 사람들. 가능하다면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다.



물론 내가 정말 되고싶은 웹소설 작가가 되어서 밥벌이를 하면 정말 좋겠지만, 아직은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소설 작가가 된다는 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요할 것이란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 국비지원을 받는 4개월짜리 에디터/취재기자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 교육을 듣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는 교육을 듣는 과정에서 느낀 점과, 이후 어떤 직업을 갖게 됐는지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투비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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