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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우카 Oct 16. 2021

나도 오늘의 내가 처음이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나의 나이들어 감. 나의 늙음

< 나도 오늘의 내가 처음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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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의 잠자리가 바꼈다. 바람이 드는 문지방에 턱을 괴고 잠을 자던 녀석들이 방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예의 그 사뿐한 발걸음으로 몸에 배인 배려심으로 내 몸을 건드리지 않지만 충분히 자신의 온도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딱 그정도 거리안에서 녀석들은 자리 잡는다. 가을과 함께 깊어가는 나의 우울감과 갱년기로 더해진 불면증으로 요즘 나는 참 안녕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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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젊은 생각을 한다 할지라도 육체의 나이듦은 계절의 순환처럼 자연스럽다. 아무리 감사와 작은 기쁨을 찾는다 할지라도 오래된 비참함과 삶의 답답함은 한 몸을 이룬듯 떨궈내기가 쉽지 않다. 게으름과 이기심으로 점철된 한 인간을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나의 내면을 돌아보며 하나님의 때를 기다림도 지친다. 경건의 능력을 잃어버린 지식의 무용함과 그 날선 교만함의 폭력앞에서 헐떡이는 자신을 바라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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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어감이 불안하다.  두렵다. 그리고 더할 수 없이 고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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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단 한번도 한 인생이 서서히 나이들어감을 본 적이 없다. 강건한 때와 그 강건함의 한 귀퉁이들이 서서히 무너져내리고. 치기어린 용기가 서서히 무러익어 삶의 지혜와 겸손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인생의 단편. 젊음의 때. 중년의 때. 노년의 그 누군가를 만나고 교제를 해 왔지만 한 인생의 계절을 함께 넘어가고 바라봄이 없었다. 일찍 별이 되어버린 엄마는 이미 나보다 젊은 얼굴을 하고 있고. 10년 전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아버지. 이미 병색이 완연한 시부모님. 내가 지켜볼 수 있는 가까운거리 안의 그들은 내게 철저히 자신들의 나이들어감을 보여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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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의 내가 처음이고, 50.51.52의 나이의 부모. 어른이었던 그 누군가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까닭인지 나는 자주 헤매고 답을 찾지 못한다. 지금의 우울과 지금의 헤매임을 "괜찮아. 나이들어가고 있는 거야. 나도 그랬어."라고 말해줄 그 누군가의 말에 "맞아 그랬었지?"라고 떠올릴 기억이 없는거다. 이런 내가 처음이라 이런 내가 감당이 되지 않아 병적으로 사고 모은 책들. 앞으로도 사 모으게 될 책들. 이것들이 나의 불안을 나의 고독을 덜어주지도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사고 모으고 읽는다. 종국에 내가 적고 싶은 글이기도 하지만 쌓아올린 책을 안고 잠을 청할 때 안도하는 고른 심박동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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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 정말 살고 싶다. 나이 들어가는 나를 격려하며 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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