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 Fever만 문제일까?

자기 객관화와 상대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

by HuwomanB

나는 항상 어떠한 인간관계든 Give and take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늘 나의 연애는 내가 주는 것이 더 많았던 것 같지만... 수년간 데이트비용도 다 내가 내면서 그가 원하는 연애 스타일에 다 맞춰줬던 시기도 있고. 뒤돌아 생각해 보니 참 바보 같은 시간들이었다.


런던의 물가는 참혹하다. 그래서 난 실제 매칭이 되더라도 당연히 각자 계산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유럽의 남자들은 "유럽에 왔으면 유럽의 방식을 따라" 라면서 내가 계산하는 것을 막았다. 4~5번의 만남에도 계속 얻어먹기만 하는 이 상황이 나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나는 대체 언제 널 사줄 수 있어?"라고 할 때마다 "다음에"라고 말하며 선뜻 카드를 내는 이 남자. 저녁, 영화, 맥주 적어도 하루에 80파운드 이상은 나왔지만 한 번도 눈치게임 같은 건 하지 않은, 그러고서도 시간이 되면 오늘도 보고 내일도 보고 모레도 보자고 하는, 그러나 내가 시험스케줄이나 학업으로 바쁘면 2주도 더 기다릴 수 있다고 하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와 '사귀는' 것은 아닌 이 묘한, 어떻게 보면 혼란스러운 이 관계. 이들이 말하는 Dating stage였다.


그러나 이 Dating stage를 마냥 맘 편히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인들'이다. 한국의 소개팅 스타일을 살펴보면 많은 외국인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은 하나같이 다음의 것들이다. 3~4번 만남 후에 사귈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것, Dating stage인데도 연락을 계속 주고받아야 하는 것, 사귀는 게 아닌데도 독점적인 관계를 원하는 것.


유럽의 연애문화는 이렇다. 서로 Exclusive 한 관계가 되자고 말하기 전까지는 얘도, 나도, 너도, 쟤도 다 여러 명을 만나고 있겠거니 하는 유교걸, 유교보이들에겐 조금 충격적인 문화이며, 너와 내가 데이트를 하는 관계여도 사귀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연락은 약속을 잡을 때, 만나는 날, 그리고 그 사이 잘 지내냐고 정도가 적당한, 핸드폰 부여잡고 30분 만에 답장을 하니 안 하니 하는 안달복달 한국인들에겐 조금 짜증 나는 문화이고, 3프터 국룰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4번에서 5번 정도의 만남에서 사귀자는 말이 나와야 하는 빨리빨리의 민족에겐 답답한 문화.


어느 한쪽을 나쁘다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문화차이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어디를 가는지, 어디에 있는지, 밥을 뭘 먹었는지, 그리고 내가 친구들과의 약속을 잡아도 되는지 까지 보고 아닌 보고를 하며 허락 아닌 허락을 받고 조금이라도 연락이 늦으면 '믿음'과 '배려'가 없다고 여겨지던 한국의 연애문화에 그러면서도 돈은 내가 다 내던 이상한 구조(이것은 제가 호구인 것이 맞습니다)에 질릴 대로 질려있던 나는 이들의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이 마음이 편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 게 아니라는 것도 신기한 부분이었다.


매칭이 되어 만난 한 헝가리 남자는, 이런 한국의 연애관으로 똘똘 뭉친 한 한국여자에게 질린 이야기를 해주었다. Relationship (Exclusive) stage가 아닌 Dating stage였다는 걸 거듭 강조한 그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그녀는 매번 자기가 찾아온 식당이 아닌 '비싸고' '화려한' 곳에 가고 싶어 했으며, 물론 돈은 남자가 냈고, 자신은 크리스천으로 크리스마스를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는데 그걸 크리스천도 아니었던 그 여자는 자신과 크리스마스를 보내지 않는다고 서운해했고, 자신을 친구들이 있는 곳에 소개하지 않는다는 것에도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귀는 사이도 아닌 사람을 뭐라고 소개하겠냐며 그것도 이상하다며 그는 당시의 심정을 토로했다. 대신 그는 당일이 아닌 그전에 같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지자 했고, 그렇게 좋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그녀는 자신이 친구들과 있는 날 친구들이 보이게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연락에 있어서도, 네가 일을 하고 있다면 4시간 내,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2시간 내로 답장을 보내는 것이 관심 있는 사람에 대한 '표현'이라고 가르쳤다고.


그는 그래도 그녀가 마음에 들었고, 그것이 그녀의 성향이면 최대한 맞춰주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이사를 하고, 이케아에 갈 일이 있다 해서 같이 가주었던 그날, 그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케아에서 필요한 모든 물건을 산 뒤 그녀는 어딘가 기분이 나빠 보였고, 짐을 들어주겠다는 그의 말에도 됐다며 집으로 혼자 갔다고 했다. 그 뒤 장문의 문자를 받았는데 거기에는 자신의 집들이 선물로 네가 이케아 비용을 다 계산해 주길 바랐는데 자신에게 계산하게 해서 기분이 나빴다는 내용이 있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난 지 4번이 되었으면 사귈지 말지 결정을 해야 한다며 네가 모르는 것 같아 가르쳐주겠다며 '한국의 문화'랍시고 여러 가지를 이야기했다고. 그래서 그녀의 Controling에 도저히 더는 맞춰줄 수 없었고, 결국 Dating stage를 끝내자고 말했고, 그녀는 친구라도 되자 하며 그 관계가 끝났다.... 고 생각했는데


그 후 그가 BTS 공연 티켓을 얻어 친구들과 간다며 인스타 스토리로 자랑을 하자 '친구라도 되자'한 그 여자가 DM으로 자기가 BTS 좋아하는 걸 알면서 왜 자신과 같이 가지 않느냐며 실망했다며 본인을 몰아세웠고, 그는 '내가 너에게 그럴 의무가 없지 않냐'라고 되받아치며, 그녀는 그럼 '나는 너를 이제 차단하겠다'라고 하고 그렇게 정말 끝이 났다고 했다.


그저 '내가 대신 미안하다. 그런 여자들이 있다.'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그 여자가 뭘 원했는지 알 것도 같았기에. Yellow Fever처럼 White Fever에 걸린 한국 여자들은 종종, 점점 쪼잔해지는 한국의 3040 남자들에 질려 유럽의 환상을 쫒는 그녀들은 자주, 착각을 한다. 한국 남자들에게 없는 리더십과 배려심이 어릴 때부터 성교육 제대로 받은 (이전엔 말한 Consent 교육 같은) 이들에게 몸에 배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럽을 쫓으며 유럽의 것을 바란다면 다른 것, 연락이라든지, 썸 단계에서도 서로에게 집중한다던지 하는, 유럽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하는데 유럽의 좋은 것은 가지고 싶으면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부분은 한국스럽게 바꾸고 싶어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방식이다.


Yellow Fever의 문제가, 아시안 여성의 순종적인 면의 혜택은 가지고 싶으면서, 자신들은 한국남자들처럼 집중하고 케어하고 싶어 하진 않는 것인 만큼, White Fever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서로, '쟤는 아시안이니까 이거까지 해주겠지?', '쟤는 유럽계열이니까 이렇게도 해주겠지?' 하지 말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사람에게 지킬 예의를 지키면 해결될 문제이나, 사람들은 늘, 가지고 싶은 것만 보며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잊곤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헝가리 친구는, "그 여자가 한국인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진 않아. 그래서 네가 한국인이라는 걸 안 순간 한편으로는 다행이었어, 나에게 다른 관점을 심어줄 사람을 만난 거니까." 라며 미안해하는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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