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무임승차는 있다
한 릴스를 본 적이 있다. 한국 대학과 미국 대학의 차이라는 주제였는데 조별과제를 하면 한국 학생들은 자기 분량을 나눠서 각자 하는 반면 미국 학생들은 서로 협동을 하고 토론을 하면서 만들어간다나. 누가 만든 릴스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한 일반화의 오류다. 왜냐하면 난 정 반대의 경험을 했으니.
첫째로, 만나서 토론하는 건 없다. PowerPoint 를 클라우드를 이용해 Share 한 다름 각자 맡은 슬라이드를 작성한다.
둘째로, 유럽애들은 전반적으로 의욕이 없다. 이거 뭐 중요한 거도 아니고, 대충 하고 끝내자 마인드. 대놓고 '난 이 주제는 별로 관심이 없어'라며 처음부터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한다. 평가에 들어가는 발표도 발표 준비를 위해 역할을 분담하는 날에 아예 나오지 않아 놓고 문자로 '못 갔네, 내가 할 게 있어?'라고 물으며 얌체짓을 시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을 닦달할 수도 없는 것이 그것이 본인들의 '자유'이며 이것이 '침해'당하거나 '강요'당하는 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셋째로, 미국애들은 말만 많다. 말은 엄청 많은데 결국 들어보면 방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읽지 않고 자기 멋대로 해석해서 끌고 간다. 이 때문에 토론 아닌 토론이 생기는 걸지도.
결국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참여하는 이들은 인도, 그리고 한중일 뿐인 현실이 참 재미있으면서도 안타깝다. 한국인들끼리 모여서는 '유럽 놈들은 나약하다'는 말로 농담 삼아 조별과제의 Power dynamic을 이야기하곤 하지만, 유럽 놈들이 나약한 건 그들은 굳이 강할 필요가 없어서이기도 하니까.
그저 풍족한 땅에서 풍요롭게 '자유'니 '인권'이니 따질 여유와 시간이 이들에겐 있었던 것이니.
그래서인지 시험을 볼 때도, 그 말 많고 자랑질하던 미국애들과, 뭐가 그리 중하냐며 설렁설렁 다니던 유럽애들은, 얼굴이 빨개지도록 시험지를 들고 씨름하지만, 그들이 '말 못 하는 바보'라고 여기는 아시안들은 아주 수월하게 시험을 지르고 나온다. 이해력과 노력 면에서는 아시안이 뛰어나고, 영어라는 장벽이 있음에도 아시안이 선두인 이 International 학교를 보고 있자면, 그나마 영어 하나 백인들이 먼저 들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들도 자신들의 무지함을 알기는 아는지 시험이 다가오면 Group Study를 제안하는데 모인 것은 백인들이고 관심 없는 것은 아시안인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저 바라만 보며 재미있는 관망을 하기 힘든 순간은 세미나를 할 때, 그룹토론을 하라고 하면 늘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고 잡답을 떨다가, 교수가 무엇을 논의했는지 말하라 하면 순발력으로 대충 둘러대는 걸 볼 때이다.
'솔직히 나도, 내 모국어가 영어였음 준비 없이 너네보다 더 잘 말할 수 있단다. 너네가 어쩌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이, 혹은 영어와 같은 로마자를 쓰고 같은 구조를 공유해서 손쉽게 영어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이렇게 무례해도 된다는 건 아닌데 참여 좀 제대로 해라 이 영어밖에 못하는 것들아.'
외국에 나오면,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마음이 생길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게 되는 일들만 일어난다. 단일민족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