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K-food, K-drama,... 그래서 뭐?
어쩌면 조금 핫한 주제일지도, 혹은 누군가에겐 기분이 나쁜 주제일지도.
나의 글은 항상 외줄 타기를 하는 것 같다. 내가 하는 생각들과 내가 다루는 주제들이 누군가에겐 통쾌하고, 누군가에겐 불편할 지도 모르겠다. '일반화'할 수 없는 개인의 견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는 사실'은 아니니, '개인의 경험'으로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하고 있는 어떤 생각 많은 한 사람의 '이야기'로 봐주었으면 한다.
BTS, 대단한 청년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호들갑을 떨며, 많은 사람들의 불편을 초래하며, 그들만을 위한 공연장을 만들 정도인가는 우리가 조금 객관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26만 명의 관광객이 '예상' 된다고 할 때, 그 '예상'이 얼마나 객관적인가 역시도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26만 명의 관광객이 '예상' 된다고 해서, 그것이 국민들에게 동의나 양해 없이 밀어붙이듯 진행해야 하는 일인가를 조심스럽게 보아야 한다.
이곳에서 도시계획을 배우면서, 항상 등장하는 주제는 지역사회의 동참이다. 그들에게 동의를 구했는가, 그들의 의견을 반영했는가가 계획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한편으로는 어색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럽다. '지역사람들의 의견 수렴? 우리의 개발에 그런 것이 있었던가?' 그저 정부가 정하면, 시에서 정하면 그대로 감내하고 수긍하고 따르는 것이 내가 이제까지 보아 온 한국의 도시계획이었고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지역사회를 어떻게 더 잘 동참시킬 것인가의 논의가 늘 '이론적인', '이상적인', '비효율적인' 담론으로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은 곧 사업의 지연과 불필요한 토론으로 이어지고, 그지역주민 들은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만 보는 나의 시선이 어쩌면 '시민의식'이 결여된 나라의 산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점점 스스로 말을 아끼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솔직히 대단한 나라다. 국뽕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영국에 와서 지내면서 본, 그리고 학교에 있기에 다른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알게 된 것들을 토대로 볼 때,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편리함과 효율성, 그리고 안전함을 알지 못하는 서구인들이 솔직히 불쌍하게 느껴질 만큼 대한민국은 위대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무자비한 만행 속에서도 살아남아 나라를 일으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들의 삶을 갈아 넣어가며 이룩한 경제의 발전과, 그리고 그 발전의 효과로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하지 해외에 나와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엄청난 행정력은 그 어느 나라도, 심지어 미국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이런 행정력 안에서도 불평불만이 있는 시민들에게 영국을 소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해외에 나와 있어서 보이는 정 반대의 진실이 있다. 위대한 만큼 애매한 위치의 나라라는 점이다. 한국 내에선, K-pop, K-drama, K-food 등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대단하다고 자부하고 있겠지만,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솔직히 없다. 우리가 종종 우리나라의 연예인들이 해외 패션쇼나 시상식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는 이유는, 그리고 그것이 그저 '소식'으로 끝나는 이유는 세계는 우리나라를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연예인이 인종차별을 당하든 말든, 그것이 중국이나 일본이면 말이 달랐겠지만, 한국이라면 그들이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사회의 무대에서, 빈곤이나 불평등을 이야기할 때, 그 안에 우리나라는 없다. 그만큼 빈곤하거나 불평등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경제력이나 시민의식, 혹은 문화를 이야기할 때도 우리나라는 없다. 알 필요가 없으니까. 일본이라는 나라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을 했던 나라로, 그 시기부터 서구에 자신들의 이름을 알렸고, 중국 역시 거대한 자본과 경쟁력으로 서구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래서 그 두 나라에 대한 연구는 역사 속에서 많이 진행되었고, 그래서 그 위에 새로운 데이터를 쌓아가며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들의 입장에서, 일본 혹은 중국과 비슷한 나라 정도로만 생각해도 되는 돋보적인 것이 '전혀' 없는 나라이다. 우리가 아무리 K-culture를 외쳐도, 우리가 어떤 좋은 팝송의 가수가 정확히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지 못하듯, 우리가 어떤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의 감독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지 못하듯, 그리고 알 필요도 없듯, 우리가 열심히 수출하고 있고 열심히 해외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대중문화는, 그 정도이다.
내가 한국인임을 말하고, '한글'을 사용한다고 이야기해도 내 노트북 화면을 보면서 '어 나는 중국어 몰라서 여기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라고 이야기하는 이란 여자애를 마주하며, 이것이 인종차별 이라기보다는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주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보니 데이팅앱을 또 사용하면서 '일본'이나 '중국'을 여행하고 싶다고 프로필에 적어놓은 남자들은 보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을 여행하고 싶다고 프로필에 적은 사람은 본 적이 없고, 한국을 여행해 봤더라도 '일본'을 여행하는 길에 잠깐 들른 정도일 뿐이었다. 우리가 익히 사용하는 K-drama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그게 뭐야? 그게 무슨 뜻이야?"라는 질문을 되려 받으며 아 이게 아니구나 싶었다.
우리가 '쿵푸팬더'를 재미있게 보았지만, 그걸로 중국의 대단함을 이야기하지 않듯, '케이팝데몬헌터스'가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그것으로 한국의 대단함이 알려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런 정도임을 솔직히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이번 BTS에 관한 이야기가 나는 부끄럽고 불편했다. 해외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기특하고 대단한 청년들이지만, 그리고 그들로 인해 한국의 문화가 알려지면 너무나 좋을 테지만, 기대하는 효과가 현실보다 너무나 거대했고, 그 이뤄지지 않을 과도한 희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었다는 현실이, 우리나라를 정말 아직 개발이 덜 된, 그래서 나라가 함께 밀고 있는 보이그룹 하나를 위해 모두를 결박하는, 그런 부족한 나라로 보이게 했다. 이것이 그 공연에 대한 현실적인 나의 감상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디에 있을까. 그래도 우리가 이룩한 대단한 것들이 언젠가는 빛을 발하고, 계속 성장할 것이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가 전파될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이런 영국 같은 나라에 살면서 지들이 잘난 줄 아는 서양 코쟁이 놈들이, 한국을 겪어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이 안타까울 만큼 나는 우리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래도 현실을 알고 미래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