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샷을 찍겠다는 목표로 그에 맞는 매일매일의 코디를 고민했던 결과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처음 계획과 다르게 입은 부분도 있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어쨌든 하늘이 다 알아서 해줬다. 그래서인지 가로로 찍은 사진보다는 세로로 찍은 사진이 더 잘 나왔고, 사진을 찍을 때는 하늘이 많이 나오게, 땅은 초원일 경우 화면의 8분의 1 이하로, 언덕이 있을 경우에는 적당히 발을 디딘 땅이 8분의 1 이하가 되게(그래도 언덕이 화면의 4분의 1을 넘지 않게), 사람은 4분의 1 크기 정도로 발끝 맞춰서 찍는 것이 잘 나오는 것 같았다.
또 목적지 그 자체보다는 가는 길이 더 예쁘게 잘 나왔는데 그래서 욜링암과 바양작, 엉기사원에서 찍은 사직은 딱히 건질 것이 없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에는 다들 조금씩 지쳐있던 터라 내가 맘에 안 드는 사진이 나와도 피곤한 기색이 보이는 동행에게 다시 찍어달라고 하지 못한 탓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목적지보다 가는 길에 펼쳐지는 풍경이 더 예뻤든 목적지에서 사진 의욕이 떨어졌든 어떤 이유에서건 가이드 눈치 보지 말고 좋은 풍경이 나오면 무조건 멈춰서 사진 찍고 가자고 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그러지 못하고 식사를 하기 위해서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멈추는 곳에서만 사진을 찍은 것이 조금 후회가 된다. 윈도우 바탕화면 같은 초원과 언덕이 펼쳐질 때 그 풍경을 배경으로도 찍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1일차. 차강소브라가
차강소브라가로 가는 길, 화장실 들렀다가 오는 길에서
차강소브라가, 인스타그램에 앉아서 찍은 사진이 많길래..
2일차. 욜링암
욜링암 가는 길, 어딜 가든 초원이 펼쳐졌다.
3일차. 홍고린엘스
홍고린엘스 가는 길, 돌 파는 곳 근처에서. 작가 프로필 사진은 사실 여기 있던 화장실 사진이다.
홍고린엘스, 이 사진을 위해 그 경사를 이를 악물고 올랐다.
4일차. 바양작, 엉기사원
바양작 가는 길, 하늘이 다 했다.
바양작 가는 길, 점심을 먹기 위해 멈춘 곳에서. 내 눈엔 색감이 참 예쁜 지붕이었다.
5일차. 쳉헤르
쳉헤르 가는 길, 엘사가 열심히 찍어준 사진
쳉헤르에 거의 도착해서, 언니가 이리저리 구도를 잡아가며 몇 번이고 다시 찍어줬던..
6일차. 쳉헤르
쳉헤르, 역시 해외에 나가면 어깨를 한 번은 드러내 줘야 한다며.. 사진을 본 친구는 저 옷을 몽골에서 산거냐고 물었다. 아닙니다. 한국에서 산겁니다.
7일차. 울란바토르
울란바토르로 가는 길, 예상했던 도로사진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딘가 가녀리게 나온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것으로 몽골 여행기는 끝이 났다. 벌써 계절은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그 여름의 풍부했던 기억들이 먼 과거처럼 느껴져 내가 다녀온 것은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현실이 그만큼 나를 가만히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인 걸까.
그럼에도 나는 또 짬을 내서 기대한다. 내년에는 또 어떤 여행과 어떤 사람들로 나를 채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