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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번외 2. 다시 만난 우리들

몽골 여행에 대한 서로 다른 인상

by HuwomanB

8월 28일 수요일, 우리는 다시 만났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1달 만에 만난 우리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별다른 일 없이 그저 일하며 지냈다는 대답들이 오갔다. 언니는 다시 간다면 홉스골을 가고 싶다고 했고 동생은 홉스골을 갈 거면 차라리 스위스를 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적어도 스위스에는 화장실을 잘 되어있지 않겠냐며. 동생은 여행 내내 내색은 잘하지 않았지만 돌아와서 화장실 냄새가 싫었다고 이야기했었고 다시는 못 갈 것 같다고도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언니의 홉스골 이야기에 차라리 스위스를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는 걸 보니 동생에겐 참 많이 참아야 하는 여행이었던 것 같았다.


우리는 침게와 엘사와 헤라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씩 꺼냈다. 언니는 마지막 날 숙소에서 엘사가 언니 대신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환불 요청을 하기도 하고 환불이 안된다고 하자 그럼 숙박비 50프로만 지불하겠다고(결국엔 모두 지불하고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해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침게였다면 “여기 그래도 나름 괜찮아. 즐겁게 생각해. 잘 자.”라고 했을 거라며 침게는 20대 초반의 어린 학생 여행객들을 맡아서 같이 재미있게 놀면서 다니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언니의 말을 들으며 사실 내가 20대 초반일 때도 그런 사람과는 잘 맞지 않았아서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침게가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 여행객들의 가이드로 배정되길 바랬다. 아니면 침게의 눈치가 조금 늘거나.


언니와 동생은 몽골에서 돌아온 뒤로 양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고 당분간은 양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 또 둘 다 호쇼르와 만두를 먹을 때 힘들었다고 했다. 나는 돌아와서도 양고기를 아무 생각 없이 먹으러 가기도 했고, 호쇼르와 만두에 대해서는 그 당시에도 맛있어서 다 먹었고 지금도 또 먹고 싶다고 하자 다들 놀라는 것 같았다. 언니와 동생의 놀란 표정에 내가 원래 만두 자체를 좋아한다고 하니 그제야 조금 이해하는 듯했다. 동생은 원래도 양고기 냄새를 싫어하고 만두도 싫어한다고 했는데 언니와 동생이 음식에 대해서 불평을 크게 하지 않고 어느 정도 잘 먹었던 것 단순히 다 좋아서였던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을 잘 참아줬던 것임을 깨달았다. 눈치 없는 나는 내가 좋아서 잘 먹으니 남들도 좋아서 잘 먹는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몽골로 떠나기 전 먼저 몽골을 다녀온 친구들이 음식은 정말 안 맞는다고 각오하라며 고추장과 김을 꼭 챙겨가라고 했었다. 돌아와서 나에게 조언을 해줬던 친구들에게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한국에서 가져간 고추장을 쓸 필요도 없이 잘 먹었다고 이야기하자 신기해하며 나에게만 잘 맞은 것 아니냐고 물었었다. 내가 유독 고기 특유의 향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나뿐 아니라 동행들도 다 별 무리 없이 음식을 다 잘 먹었다고 자랑처럼 이야기했었는데 사실은 나만 잘 먹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여행은 힘들었던 것을 나열하라고 해도 끝이 없고 좋았던 것을 나열하라고 해도 끝이 없는 여행이었다. 그래도 나는 이제까지 다른 사람들을 만나 몽골 여행을 이야기할 때 좋았던 것들이 먼저 생각났고 파란 하늘과, 쏟아지는 별들을 자랑하고 다녔는데 동행들과 다시 만나서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힘들었던 이야기들이라는 게 조금 씁쓸했다. 그리고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는 동생의 말을 들을 때마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함께 여행하며 함께 감탄하고 함께 웃었지만, 그 속에서 서로에게 남은 것들은 참 다르구나.


나는 몽골에 다녀오고 나서 대학생 때 왜 언제든 갈 수 있는 유럽을 그렇게 다녔는지 후회가 될 정도로 여행관이 180도 바뀌었고, 돌아오자마자 체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내 돈을 가족을 위해 써야 하는 시기가 오기 전에 아이슬란드와 남미를 꼭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연이 주는 위로는 그 어떤 위대한 건축물로도 대신할 수 없다는 확신이 생겼을 만큼 몽골은 나에게 큰 위로였기에 언니와 동생의 나와는 다르게 쌓인 몽골에 대한 인상들이 더 씁쓸하게 다가왔던 걸지도 모르겠다.


언니는 '몽골은 별이 다 했다.'라고 이야기했고 동생과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나는 언니와 동생에게 돈을 모아 4년 뒤에 아이슬란드를 갈까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언니는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동생은 좋을 거 같으나 같이 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종종 보기로 했다. 동생은 언니에게 단톡방을 나가지 않고 있다가 혹시 여행 갈 때 동행이 필요하면 우리 단톡방에 한번 올려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다.


언니와 동생이 내 아이슬란드 여행의 동행은 되어주지 않을 것 같지만 어떤 형태로든 이 7박 8일의 귀한 인연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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