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몽골 테마는 단순히 대자연 경험하기가 아니라 대자연: 쏟아지는 별 보기, 그리고 파란 하늘과 넓은 대지를 배경으로 인생샷 찍기 였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몽골의 기온과 건조함에서 살아남기 위한 옷뿐 아니라 우리의 테마를 살리기 위한 옷이 필요했다. 그리고 화장실이 없고 씻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견딜 도구들도 준비해야 했다.
옷
옷은 일단 덥다고 하니 냉장고 바지 2개를 챙겼다. 그리고 춥다고 하니 긴팔 상의 2개와 맨투맨과 후리스를 챙겼다. 옷을 다 싸고 나니 이 조합은 굉장한 모순이었다. 추위를 대비한 옷을 상의만 챙긴 것이다. 게다가 낮에는 사진을 위한 롱치마, 색이 예쁜 바지, 말 타기, 낙타 타기, 사막 오르기 등의 액티비티를 위한 하의를 입을 계획이어서 냉장고 바지를 과연 입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잘 때 편하게 입지 뭐 하는 생각으로 일단 넣었다. 혹시나 밤에 나가 별을 볼 때 추울까봐 담요를 넣긴 했으니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끝까지 수면바지를 준비하지 않은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여행을 다녀와서 쓰는 일지에서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사진을 위한 옷들, 블로그에서 보니 밝은 색의 옷이 사진을 찍었을 때 예쁘게 나온다고 했다. 흰색도 잘 나온다고. 그래서 흰색 롱치마를 준비했다. 색이 있는 롱치마를 살까도 생각했지만 평소에 무채색 계열만 입는 내가 치마 색에 맞는 티를 코디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흰색 롱치마를 구입하고 그 위에 내 옷 중 유일하게 색이 있는 반팔티: 노란색을 받쳐 입기로 했다.
무채색 쟁이였던 나는 다시 막막해졌다. 그다음엔 어떤 색들을 준비해야 하나. 나는 다시 블로그를 검색했고 쳉헤르를 제외하고 우리가 가는 일정대로 움직였던 블로거가 옷에 대해 정리해서 올린 글을 보게 되었다. 차강소브라가에서 청바지와 흰 티가 잘 어울렸다고 쓰여 있었다. 다행히 나에겐 하늘색 7부 청바지와 흰색 반팔티가 있었다. 홍고린엘스에서 사막을 올라갈 때는 반바지나 레깅스를 입고 편하게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블로거는 사진을 위해 상의는 노란색을 입었다고 했다. 그리고 바양작에서는 모래바람이 불어 짧은 바지를 입은 블로거는 다리가 따가워 고생했으니 긴 바지를 입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그래서 홍고린엘스에서 사막을 오를 때와 바양작을 갈 때의 하의는 각각 검정, 회색 레깅스로 정했다. 그리고 그 위에 입을 밝은 색의 반팔을 사기로 했다.
그리고 말과 낙타를 탈 때는 버려도 되는 옷을 입기로 했다. 냄새가 배면 버릴 수밖에 없다고. 처음엔 냉장고 바지를 입고 타서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얇은 바지를 입으면 말과 낙타의 등이 너무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다고 하여 두꺼운 바지 중에 버릴만한 것들을 찾게 되었다. 내가 가진 버릴만한 바지는 색이 조금 바랜 흰 바지가 있었다. 흰색이라 더러워지겠지만 어차피 버릴 거니, 뭐 말과 낙타 색과도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그리고 흰 바지에 받쳐 입을 상의는 처음엔 반팔로 하려고 했으나 강한 햇빛 아래 반팔 자국이 남느니 나시로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너무 강하면 얇은 남방을 위에 입으면 될 테니.
그래서 말과 낙타를 탈 때 입을 흰색 바지와 함께 입을 밝은 색의 나시 두 장 정도를 추가로 구입하기로 했다.
다음은 쳉헤르였다. 쳉헤르는 노천온천으로 같이 가는 동기가 노천온천은 일반 옷을 입고 들어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으니 아예 비키니를 입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서 나중에 워터파크에 가서도 입을 수 있을 비키니를 구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하루정도 쳉헤르에서 산책을 하며 휴식시간을 가질 계획이어서 그때 입을 원피스도 필요했다. 원피스는 타이밍 좋게 엄마가 친구에게 휴양지스러운 원피스를 얻어 왔고 나에게 입을 것이냐고 묻길래 쳉헤르가 생각나 바로 달라고 했고, 비키니는 밝은 분홍색으로 구입했다.
그래서 결정된 일정별 코디는 다음과 같다.
코디1-차강소브라가: 7부 하늘색 청바지+흰색 반팔티
코디 2-욜린암(말 탈 때): 흰색 긴바지+민트색 나시
코디2.5-욜린암: 흰색 롱치마+노란색 반팔티
코디 3-홍고린엘스(낙타 탈 때): 흰색 긴바지+핫핑크 나시
코디3.5-홍고린엘스(사막 오를 때): 검은색 레깅스+하늘색 반팔티
코디4-바양작: 회색 레깅스+하늘색 반팔티
코디5-쳉헤르: 분홍색 비키니, 휴양지 느낌의 녹색 청색이 섞인 원피스
코디6-밤: 냉장고 바지 2개, 긴팔 2개, 맨투맨 1개, 후리스 1개, (담요)
속옷과 양말, 수건은 빨아 쓰고, 말려 쓸 것도 고려하여 적당히 챙겼고 햇빛이 강해 위에 입을 옷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남방도 2개 정도 더 챙겼다. 신발은 슬리퍼 1개, 운동화 1개, 스포츠 샌들 1개를 준비했다.
도구
모든 도구가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명의 완벽한 단절을 막기 위한 것도 생존이라면 모든 것이 다 생존 도구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3단 우산, 화장지, 물티슈: 허허벌판에서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려면. 그리고 못 씻는 날 샤워 대신.
방수팩, 유심 침, 보조배터리: 문명과의 교류, 사막 한가운데에선 어차피 쓸모가 없다지만 그래도.
블루투스 스피커: 이동시간 서로 할 말이 없다면 음악이 답이다. 쓸모없는 핸드폰이 작동을 할 시간.
멀티탭: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고 한다. 바짝 땅겨서 모두 충전.
선크림, 선글라스, 쿨토시, 모자: 강렬한 태양. 우리의 피부는 소중하니까.
마스크: 모래바람과 건조함을 막아 주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알로에 크림: 뜨겁고 건조한 낮 시간에 괴로워했을 피부를 위해 매일 밤 얼굴과 온몸에 발라줘야 한다고.
모기기피제: 벌레는 정말 싫다. 근데 몽골이 벌레가 많을 거란 걸 예상하진 못했다.
방석, 등 베개, 목베개: 하루 5~6시간의 이동시간, 내 허리를 보호하기 위한 쿠션들.
파스: 허리가 좋지 않아 허리 통증이 오면 그때그때 완화시켜야 하니..
타이레놀, 알러지약: 개인 상비약
생리지연을 위한 피임약: 마침 딱 그 기간이었다.
유산균: 환경이 바뀌면 볼일을 못 보는 나를 위해.
에어배드: 이건 그냥 게르 밖 풀밭에서 누워서 놀기 위한 잇 아이템. 블로그 보고 우리도 따라하려고 샀다.
김, 고추장: 해외여행 할 때 한국음식 절대 안 챙기는 주의지만 몽골의 고기 냄새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라길래.
사실 생존 도구들은 여행사에서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주기도 해서 옷을 고를 때 만큼의 고민은 하지 않았고 그냥 필요하다는 것들을 사들였다. 어쩐지 여행을 하면서 기념품을 사는 것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사는 것들이 더 많은 듯한 느낌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녀온 사람들의 사진을 통해서 보는 몽골은 그저 아름다운 대자연이었지만, 직접 그 안에서 겪어내야하는 태양과 모래와 건조함과 추위는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기에 미리 준비해서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줄여야 더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았다. 잘 살아남아야 했다.
비행기표를 끊고, 여행 일정을 짜고, 비자도 발급받고, 서로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해주고 같이 챙기며 3달을 준비했다. 우리에겐 이제 가는 일만 남아있었다. 출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을 때, 정말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기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몽골 3.동행 구하기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