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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14. 낙타 인형 업계의 큰 손

홍고린엘스(고비사막)-바양작

by HuwomanB

어젯밤 동생이 차에 에어배드를 두고 내렸다고 해서 헤라를 찾았다. 침게에게 물어보니 오늘 게르에 침대가 모자라서 헤라는 차에서 자기로 했다고 차에 가면 헤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생이 가보니 헤라는 뒷좌석도 아닌 운전석에서 의자를 최대한 뒤로 젖힌 채 잠을 청하고 있었다고 한다. 헤라는 내일 하루 종일 그것도 비포장도로를 운전해서 가야 하는데 침대가 모자라면 다른 가이드들이 차에서 자고 헤라는 제대로 누워서 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헤라.. 괜찮을까..


아침

미역국과 감자볶음, 몽골의 요리에는 항상 감자와 당근이 들어가는데 미역국에도 감자와 당근이 있었다. 나름 잘 어울렸다.

아침은 미역국이었다. 역시나 미역국에도 감자와 당근이 들어가 있었다. 엘사에게 몽골 사람들은 아기 낳았을 때 먹는 음식이 따로 있냐고 물었더니 "양국 있어."라고 대답해주었다. 처음에 이걸 '양고기 쌈'이라고 잘못 알아들어서 여기에 야채쌈이 있나 하는 생각에 "양고기 쌈?"이라고 되물었더니 "양국!"이라고 다시 알려주었다.



점심

점심은 양고기가 들어간 호쇼르였다.

첫날 울란바토르에서 나올 때 나는 엘사에게 "우리 호쇼르도 먹어요?"라고 물었었다. 엘사는 "당연하죠!"라고 대답했고 나는 그날부터 우리가 호쇼르를 언제 먹을지 계속 기대했었다.

사실 나보다 먼저 몽골 여행을 먼저 다녀온 친구가 몽골 음식과 식기구에서 나는 양 냄새의 심각성을 이야기해주었었고, 동시에 자기가 먹은 음식 중에서 호쇼르가 제일 맛있었다고 하면서 가이드에게 호쇼르를 먹냐고 물어보고 먹게 해달라고 하라고 했고 그것도 꼭 소를 먹으라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러나 엘사는 우리에게 소를 먹을지 양을 먹을지 물어보지 않았다. 여행하면서 식당에 갈 때마다 늘 다른 팀 여행객들이 직접 메뉴를 고민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엘사는 늘 알아서 골라줬다. 편하기도 했지만 더 다양하게 먹어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게다가 엘사는 욜링암으로 가는 길에 우리가 양고기를 잘 먹는 것을 봐서 그런지 그 뒤로 어떤 음식이든 그 안에 들어가는 고기는 무조건 양고기로 주문해줬다. 호쇼르 역시 양고기로 만든 호쇼르였다. 호쇼르는 큰 튀김만두 같은 것인데 안에는 야채는 없고 떡갈비처럼 뭉쳐져 있는 고기가 들어가 있다. 우리의 경우는 그 고기가 양고기였다. 나중에 쳉헤르에서 울란바토르로 갈 때 침게가 이야기해줬는데 몽골의 만두는 안에 야채가 없고 고기만 들어있다고 한다.

나는 엘사가 매점에서 사준 콜라와 함께 호쇼르 3개를 다 먹었는데 동생은 조금 남겼다. 이때부터 양고기 냄새가 조금 싫어졌었던걸 지도.



낙타 인형을 대체 몇 마리를 산 거야


우리는 예정대로 7시 30분 출발했고 바양작에 도착했다. 내가 바양작에 들른 이유는 낙타 인형 하나였다. 바양작엔 굉장히 많은 가판대들이 있었는데 낙타 인형의 모양은 다 같았고 색깔이 조금씩 달랐다. 모든 가판대의 주인들이 다 "이거 낙타털, 이거 양털, I made it."이라고 했다. 처음에 아이가 그렇게 말하길래 너무 귀여웠는데 모든 가판대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렇게 말하길래 상술이었나 싶었다. 물론 다들 직접 만들었겠지만.

낙타 인형의 정가는 큰 것은 1만 5천 투그릭, 작은 것은 1만 투그릭이었다. 하지만 가판대마다 할인 방침이 달랐고 다른 가판대에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곳저곳을 돌며 흥정하며 낙타 인형(이하 낙타)을 구매했다.

낙타 인형을 팔고 있던 가판대들, 팔지와 반지 등의 장신구들도 팔고 있었다.

작은 낙타 4마리를 3만 4천 투그릭에 구입(6천 투그릭 할인)하고 또 다른 가판대에서 작은 낙타 2마리큰 낙타 1마리를 3만 투그릭에 구입(5천 투그릭 할인)했다. 그러고 나서 같이 오지 못한 동기를 줄 큰 낙타 1마리를 흰색으로 고르는데 낙타를 팔던 아이가 "Baby" 라며 작은 낙타 1마리를 건넸고, 둘 다 사다주기로 했다. 동생은 3만 투그릭짜리 더 크고 털이 예쁜 낙타를 사고 싶어 했고 나는 작은 낙타 1마리를 더 골랐다. 우리가 이렇게 합쳐서 사면 할인해주냐고 하니까 계산기를 들고 와서 두들기며 1만 5천+1만+3만+1만=6만 5천 투그릭인데 6만 투그릭에 주겠다고 하여 구입(5천 투그릭 할인)했다.

그렇게 나는 내 소유의 낙타가 큰 낙타 1마리, 작은 낙타 7마리를 사고 큰 낙타를 더 살까 해서 구경을 하는데 내가 구경을 하고 있던 가판대 옆 가판대의 주인이 나를 불렀다. 그러면서 다른 데에는 말하지 말라며 큰 낙타 3마리를 3만 투그릭에 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 가판대에서 3개를 고르려고 했는데 맘에 드는 것은 4개였다. 4개는 얼마냐고 묻자 주인은 4만 투그릭이라고 했고 내가 더 깎아줄 수 있냐고 하자 계산기를 내밀었다. 찍어보라고. 나는 3만 5천을 찍었고 주인은 알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상인들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라면서 봉지에 하나씩 담을 때마다 1만 5천, 1만 5천이라 크게 말하며 나에게 윙크를 했다. 그렇게 큰 낙타 4마리를 추가로 구입(2만 5천 투그릭 할인)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해주니 언니가 "네가 살 것 같아 보였나 보다. 그러니까 그렇게 할인해준다고 데려가지."라고 했다. 사실 나 같아도 이 가판대 저 가판대 돌아다니면서 몇 마리씩 사고 있는 애를 그냥 보내고 싶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렇게 큰 낙타 5마리, 낙은 낙타 8마리(1마리는 어디서 어떻게 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총 13마리를 구입했다. 욜링암에서 산 것을 포함하면 총 16마리였다.

바양작에서 산 낙타 인형들


바양작도 보긴 봐야지


정말 인형만 사고 갈 줄 알았는데 엘사는 차에 가 있을테니 바양작도 갔다가 오라고 했다. 바양작은 공룡알 화석과 오래된 나무화석이 발견된 곳이라고 했다. 미국 사람이 발견해서 미국으로 가져갔는데 소송 결과 몽골로 다시 돌려주기로 했다고 한다.

바양작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이제 돌아가야 하나 했는데 침게가 "저기까지 가도 돼."라고 하며 안쪽을 가리켰다. "우리 시간 괜찮아요?" "너네가 더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고, 아니면 차로 가고."

우리는 운동화를 신고 오지 않아서 조금 불안했지만 그래도 이왕 온 거 보고 가자는 생각으로 더 가보기로 했다. 바양작은 차강소브라가와 비슷했다. 실제로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진 거라고 하는데 그럼 여기도 바다였던 걸까. 더 깊숙이 들어가니 조금 위험하게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도 있었다. 침게가 "우리는 저런 거 안돼요."라고 했고 우리도 굳이 생명을 걸고 사진을 찍고 싶진 않았다. 그 여행객들의 가이드에게 침게가 위험하게 있지 않게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는데 별 소용은 없었던 듯하다.

바양작, 작은 차강소브라가같은 느낌이었다. 파란 하늘 위에 희뿌연 구름칠, 그리고 똥 싼 듯한 작은 구름들이 너무 예뻤다.

사진을 찍고 구경을 좀 하다가 차로 돌아갔다. 엘사가 내 낙타 인형들을 보고 놀랐다. 다시 팔아도 되겠다고.



우리는 엉기사원으로 출발했다. 이때까지는 낙타 인형을 싸게 많이 사서 마냥 즐거웠었다. 길에서 우리의 남은 하루를 망쳐버릴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몽골 15.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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