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한 할머니의 발을 씻겨드리며
3주 전, 할머니는 걷지도 못할 정도로 다리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무릎 연골 한쪽이 닳아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다. 할머니는 그 후 1주일 뒤 수술을 위해 병원으로 떠났고, 수술 후 2주 동안의 입원 생활 끝에 겨우 퇴원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할머니의 몸은 축 늘어져 있었고 정신은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할머니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내심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침대에서 꼼짝할 수 없는 병원 생활을 벗어나 이제부터는 집으로 돌아가서 함께 보낼 시간이 늘어난 것이 기쁘다고 하셨다. 한편으로는 할머니가 없는 집이 난장판이 되어있을까봐 걱정이 되었다고 하셨다.
그날 저녁을 먹고 나서 할머니는 발을 씻고 싶다고 이야기하셨다. 수술한지 2주 정도가 지나 지팡이를 짚고 겨우 걸을 수는 있지만 스스로 발을 씻지는 못하셨기 때문에 기꺼이 발을 씻는 것을 도왔다. 어떻게든 할머니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할머니는 허약한 몸으로 침대 위에 앉아 발을 내밀었다. 수술 이후 붓기를 막기 위해 수술한 쪽 다리에 신겨져 있는 압박 스타킹을 벗기기 시작했다. 다리에는 수술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오랫동안 씻지 않아 각질이 가득하고 냄새도 났다.
천천히 발을 씻겨주기 시작했다. 각질과 때국물이 씻어도 씻어도 계속 나와 반복적으로 물을 갈아주었다. 따뜻한 물을 대야에 가득 담아온 뒤에는 두 손으로 할머니의 발을 부드럽게 문지르고 마사지해주었다. 시간이 흐르고, 할머니의 발은 점점 깨끗해졌다. 발에 쌓여있던 때국물은 물 속에 섞여 사라져갔다.
할머니를 향한 안타까움과 죄송함이 가슴을 울렸다. 아직 건강할 때는 혼자서도 잘 지내시겠지 생각하면서 잘 챙겨드리지 못했는데, 너무나도 약해져버린 할머니를 보며 내가 나를 챙기기만 급급하고 할머니를 잘 챙겨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할머니는 내가 없이는 하루도 못 산다고 나에게 이야기하셨다. 그 말 한마디에는 얼마나 큰 사랑과 의존이 담겨있었을까. 오늘 닦은 것은 할머니의 발이었지만, 할머니와의 관계도 다시 닦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의미 있는 순간을 보내며, 이제부터 할머니와 함께 더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소중히 다루겠다고 마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