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공간에서 나를 찾는다는 것

바쁜 일상 속, 한 줌의 여유를 찾아서

by 혜빈

오랜만에 혼자 개항장에 갔다. 개항장은 지하철 1호선 맨 끝에 있는 인천역에 있는 곳으로, 구한말의 분위기가 나서 좋아하는 곳이다. 그 중에서 팥빙수와 찹쌀떡이 유독 맛있는 카페에 갔다. 이 곳은 처음 개항장에 갔을 때 우연히 들렀던 곳으로,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입구를 열자마자 책장 향이 나를 반겨주었다. 밝은 조명 아래에는 작은 탁자와 의자들이 늘어서 있었다. 창가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적당한 자리를 잡아놓고 주문을 하러 카운터로 향했다. 아이스티 한 잔과 찹쌀떡을 주문했다.


카운터 앞에는 카페 주인이 있었다. 오랜만에 본 그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카페에서 주문을 할 때는 항상 고민이 된다. 모든 메뉴가 다 맛있어 보이고, 지금 먹지 않으면 후회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하고나서 선택한 메뉴는 늘 먹던 메뉴지만 말이다. 결국 오늘도 이 곳에서 늘 먹던 메뉴인 레몬 아이스티와 찹쌀떡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사람들이 카페 곳곳에 앉아있었다. 한쪽 테이블에서는 두 아주머니들이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반대편에서는 한 명의 남성이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카페 안은 조용하면서도 분위기 있게 운영되고 있었다.


"음료랑 찹쌀떡 나왔습니다."


카페 주인이 다가와 주문한 메뉴를 건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나는 아이스티를 한 모금 마시며 나만의 세계로 빠져들 준비를 마쳤다.


이 곳은 여러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어 취향대로 책을 골라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지난번에는 카페 여행 책을 읽어보았고, 이번에는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하다가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책의 제목이 끌려 바로 꺼내들었다. 자리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한가로운 시간을 만끽했다. 따뜻한 공간에서 음료를 홀짝이며 책을 읽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읽다가 마음 한 구석에서 울림이 오는 문장들은 이 카페의 책이니 차마 밑줄은 그을 수 없었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대신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잠깐 책을 덮고 음료 한 모금, 찹쌀떡 한 입과 함께 바깥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이 소중한 순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수많은 아름다운 날들도 기억합니다. 분명히 그런 날들도 무척 행복했어요. 하지만 오늘처럼 좋았던 날은 없지요. 그날들 중 어떤 날도 단지 두 번째일 뿐이에요. 그 하루하루가 지금의 생활을 만들어준 것이니, 바로 오늘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 탄줘잉,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中


시간이 흐르고 해가 뉘엿뉘역 지기 시작하고 나서야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마치고 카페를 떠났다.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바람이 부드럽게 불었다. 나는 기분 좋게 걸음을 옮겼다. 충전을 마친 휴대폰처럼 마음 속에는 따뜻함과 여유로움이 넘쳐나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바쁜 일상은 계속되고 할 일은 여전히 많지만 그 가운데 혼자만의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계속해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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