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요즘에 취미 삼아 선형대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야를 공부하기 위한 초석이 되는 학문 중 하나인데 나중에 혹시라도 빅데이터 관련 분야로 진출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공부하고 있다. 선형대수학을 공부하기에 좋다고 강의를 하나 추천 받아 들으면서 시간이 지나도 수학은 어려운 학문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특히나 나는 문과 출신이다보니 행렬이나 벡터에 대해서 배우지 못해 강의를 들으면서 교수님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때도 있다. 인터넷 강의 속 교수님의 설명을 열심히 귀에 집어넣어도 줄줄 흐르는 느낌이다. 이런 내가 갑자기 강의에 집중이 되는 포인트가 딱 있는데, 바로 교수님이 특정 상황에 대한 예시를 들어 설명할 때다. '내가 연구자가 돼서 혈액형, 키, 몸무게 등 신체 특징과 수명의 관계를 분석하려고 하는 상황'을 빗댄 설명을 듣고 나면 그 어렵던 내용이 쏙쏙 이해가 되면서 '그게 이런 뜻이었구나' 하고 납득이 간다.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계속 도전하고 싶고 배워나가고 싶다. 세상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고 아직 내가 모르는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구하고 싶은 마음이다. 어쩌면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나오는 패기일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배우고 나의 역량을 갈고 닦지 않으면 정말로 뒤처지고 말겠다고 느낀 계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나의 역량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안일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알고리즘에 뜬 한 유튜브 영상이었다.
그 영상은 한 유명 대기업의 직원들이 자신이 입사 지원을 할 때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읽는 영상이었다. 영상에 등장하는 직원들은 하나같이 옛날에 자신들이 쓴 글을 보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상을 다 보고 나서 나도 내가 옛날에 쓴 글을 보면 민망할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대학 시절 쓴 레포트를 노트북 어딘가에서 찾아서 읽어봤는데 민망하기는 커녕 너무 잘 써서 ‘나 옛날에는 완전 천재였던 거 아님?’ 하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실 지금도 대학 시절만큼 글을 쓰라고 하면 못 쓸 것 같다. 그 때는 지금보다 글쓰기 기술도 있었고, 사고도 훨씬 유연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의 수준이 옛날하고 똑같거나 퇴화한 것이겠지 생각이 들며 그제서야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과거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10년 전 자신의 지적 수준을 회상하면서는 부끄러워하거나 민망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때나 지금이나 지적 수준에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유행에 뒤지지 않는 외모를 갖추려고 노력하면서도 그 시대에 맞는 지성을 갖추려는 노력에는 인색하다.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10년 전의 촌스러운 외모를 보며 부끄러워하기보다는, 10년 전의 지적 수준을 떠올리며 그때보다 성장했다는 뿌듯함을 경험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 최인철, <프레임> 중
전날 밤 읽은 책에 있는 문구를 다시 한 번 새기며, 안일한 내 모습을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엄청나게 어려운 학문이 아닌 소소하면서도 새로운 것이라도 늘 알아가고 배워가는 마음으로 지내고 싶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열심히 소화해서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지. 그것을 지금 쓰는 이 글이든 다른 수단으로든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