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탁구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와 친구는 조심스럽게 사람들이 없는 탁구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고 공을 주고받았다. 공은 자꾸만 네트에 걸리고, 그렇다고 각도를 올리면 테이블 너머로 넘어갔다. 역시나 내 실력은 가슴이 옹졸해지는 수준. 마음 한편에는 조금의 당황과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이전에 고등학교 체육 시간에 잠깐 탁구를 접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그저 그때의 추억일 뿐이었다.
연습을 하다가 탁구 연습실에 있는 화이트보드를 발견했다. 화이트보드에는 다른 수강생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거기에 왜 이름이 쓰여있는 건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출석부라고 하기에는 우리 이름은 또 안 쓰여있었기 때문에, 그 화이트보드의 역할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잠시 후 한 수강생의 레슨이 끝나고, 선생님이 칠판을 보면서 다음 순서를 불렀다. 틀림없이 그 화이트보드는 레슨 순서를 나타내는 것이다. 바로 나와 친구의 이름을 써넣었고, 이미 앞에 다른 이름들이 많아서 각각 13번째, 14번째로 레슨을 받게 되었다.
레슨 순서를 기다리면서 친구와 계속 탁구를 쳤다. 물론 여전히 탁구를 치는 시간보다 공을 주우러 다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공을 주우면서 옆에 있는 다른 테이블을 보니, 역시 탁구를 우리보다 오래 쳐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말 선수 같은 폼으로 탁구를 치고 있었다. 폼도 폼이지만 공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안정적이고 반복적으로 위치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몹시 신기한 일이었다. 조금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서툴고 못하는 걸까? 나도 레슨을 받으면 잘할 수 있을까 아직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드디어 내 레슨 차례가 된 건가 싶었는데, 정확히는 내 앞사람의 레슨 차례였다. 선생님은 나에게 레슨 하는 동안 바닥에 떨어지는 탁구공을 주워오라고 하셨다. 나는 처음 와서 몰랐지만, 이 탁구 연습실에는 누군가가 레슨을 받으면 그다음 사람은 같이 와서 떨어진 탁구공을 줍는 일종의 전통이 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주워야 하는지 막막했지만, 이곳 탁구장에는 위에서 누르기만 하면 저절로 탁구공이 주워지는 신기한 뜰채가 있었다. 그냥 줍는 것보다도 신나는 마음으로 탁구공을 주울 수 있었다. 공을 주우면서 내 앞 순서의 레슨을 어깨너머로 살펴보았는데, 자세를 잘 잡으라고 무섭게 이야기를 해서 초보자인 내가 주눅 들지 않고 잘 따라올 수 있을지 살짝 걱정되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다. 수업 안에서의 공식적인 첫인사를 마친 그 순간, 선생님은 내 탁구채를 보며 이 탁구채는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하셨다. 그 이유는 내 채가 적절한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탁구공이 제대로 튀지 않고, 이 탁구채로 탁구를 배우면 제대로 된 스윙을 익힐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내 속에서는 실망과 약간의 부끄러움이 어울려 떨어졌다. 그야 전날에 마트에서 산 것이니, 이 탁구채가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선생님은 앞으로 수업 시작 전후에 자신의 탁구채를 빌려줄 테니 수업 시간에는 그 채를 사용하고 돌려달라고 했다. 선생님이 살짝 무서운 분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다정한 분이었다니 사람을 잘 못 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선생님의 탁구채를 들고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첫 번째 레슨은 일단 공을 맞히는 것부터였다. 눈이 공을 끝까지 쫓아가야 하고, 한번 테이블을 튕기고 올라온 후에는 채로 공을 받아쳐야 한다. 공은 손목 스냅이 아니라 팔 전체로 밀어내고, 밀어낸 다음엔 채를 왼쪽 어깨로. 그다음엔 바로 원래 위치로 돌아와 다음 공을 받아낼 준비를 한다. 배운 대로 선생님이 주는 공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채의 느낌이 내 기존 채와는 다르고, 공을 쳤을 때 그 느낌도 새로웠다. 원래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이 장인이기 때문이다. 초보자라서 그런지 어느 정도 장비빨을 받는 것도 괜찮았다. 공이 잘 받아지니 탁구가 재미있어졌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레슨 시간이 끝나고, 바로 다음 차례인 친구가 레슨을 받는 동안 나는 같이 탁구를 칠 짝꿍이 없어 잠시 연습실을 방황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수강생 중 한 분이 나와 탁구를 치고 싶다고 해서 함께 탁구를 쳤다. 머릿속으로 배운 것도 복습하면서 오는 공도 받아내려니 여전히 쉽지 않은 탁구 실력이었지만 그래도 이제 오는 공은 어느 정도 받아낼 수 있게 되었다. 함께 탁구를 쳤던 수강생은 이런저런 팁들도 전수해 주었는데, 내가 오른손잡이기 때문에 내가 보는 시선으로 왼쪽 테이블로 공을 보내야 한다는 것 등이 있었다.
12시가 되어 수업 시간이 모두 끝나고, 친구와 함께 연습실을 나와 밖으로 같이 걸어갔다. 그냥 우리끼리만 쳤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레슨을 들으니 예전보다 아주 조금 더 발전한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친구에게 이렇게 한 마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