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고 싶다. 그것이 쉽지만은 않은 길이고 살면서 스스로 마주하기 힘든 순간도 물론 있지만 말이다. 사랑할 수 없는 순간조차 껴안을 수 있다면, 인생이 조금은 덜 버겁지 않을까.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무언가 배우는 것이 있다면, 그건 의미 있는 고통이 된다. 삶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 불완전함마저도 품고 싶다.
삶 가운데서 의미를 찾고 싶다. 내가 지나온 삶에서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의미 없어 보이는 일은 있었지만 그 일조차 어떤 방식이로든 나중의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매일 일어나는 일들과 그 가운데서 드는 생각을 헛되이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나쁜 기억이 잊혀지는 것은 다행이지만 좋았던 순간도 사라진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그래서 기록이 필요하다. 지나온 순간의 감정을 문장으로 붙들고 싶다. 내가 지나온 삶의 과정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우리가 과거의 시대를 알 수 있는 것도 누군가 남겨둔 기록 덕분 아닌가. 나 역시 살아온 시간을 사랑하고 싶어서, 하루하루를 조용히 기록하기로 했다.
기록은 사소한 데서 시작한다.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거기서 떠오르는 영감들을 구글 킵에다가 써본다. 예전에는 삼성 노트도 써보고, 노션도 써보고, 스티커 메모도 써봤었다. 그러다 구글 킵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직접 사용해보니 단순하고 빠른데 연동까지 잘 되어서 요즘에는 구글 킵을 사용하고 있다.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앱을 켜서 빠르게 메모할 수 있어 마음에 든다. 이렇게 적은 메모가 글의 뼈대가 된다.
메모는 완벽하게 적으려 하지 않는다. 그때의 느낌을 의식의 흐름대로 쓴다.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을 땐 몇 줄 쓰다가 지우고,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그렇게 되면 글쓰기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정말 부담 없이 글을 써보기로 했다. 흘러가는 대로 쓰는 글, 조금 엉성해도 괜찮다. 정제되기 전의 아무 말 대잔치 같은 글이 오히려 내 진짜 마음을 담고 있다.
이렇게 쌓인 메모들은 며칠 묵혀놓았다가 다시 읽어보고 글의 소재로 쓴다. 묵힌 김치에서 깊은 맛이 나듯, 시간이 지난 메모엔 새로운 생각이 더해져 글로 옮길 때 한층 더 풍성해진다. 다른 메모들과 조합을 하기도 하고
그때가 되어서 또 생각나는 내용을 덧붙이기도 한다.
글을 다 쓴 뒤에는 전개상 어색한 부분을 손보고, 내용이 잘 읽히는지 스스로 확인해본다. 이 방법으로 어느 정도 완성도를 높인 후에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플랫폼에 업로드한다.
얼마 전 간만에 아이패드를 열고 글을 써보았다. 무슨 내용을 쓸지 잠시 고민하다가, 요즘 고민인 내용을 글로 정리해보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멈출 수 없었다. 이 두근거리는 재미를 기록하기 위해 다시 구글 킵을 열어 감정과 생각을 남겼다. 언젠가 그 메모도 다른 메모들과 어우러져 한편의 글로 녹아들겠지.
좋아하는 일은 멈출 수 없다고 한다. 잠시동안이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글을 쓰는 내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까워 다시 기록을 시작했다. 글쓰기에 대한 재미가, 삶을 사랑하는 이 태도가 오래도록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