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에서 살아남

화를 다스리는 나만의 방법

by 혜빈

책을 읽고 느낀 생각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며 읽었던 책 중 한 권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이 책의 내용 중에는 분노를 23시간 57분 후에 드러내라는 내용이 있다. 화가 날 때 마음대로 화를 분출하는 대신, 시간을 두고 감정을 진정시키며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생각보다 화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루 24시간에서 3분은 왜 뺐을까 하는 궁금함은 아직 남아있지만, 그 메시지는 화가 나는 상황에서 '일단 자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자'는 식으로 내 삶에 조금씩 적용되기 시작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이 곳은 천국일 거라는 동요 가사처럼 애초에 모두가 관대한 마음을 가진다면 분노할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않다는 게 문제다. 사람은 조금씩 자라면서 생활 반경이 넓어지고, 그만큼 화가 나는 일이 많이 생긴다. 좋지 않은 일이 있거나 삶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한데, 누군가가 시비를 거는 것 같으면 싸움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서로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심하면 뉴스에서 종종 보는 사건이 되기도 한다.


이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섣불리 화를 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굳이 싸움을 만들어서 나 자신을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모습을 보고 상대방이 '내가 이겼다'며 의기양양해할 생각을 하면 오장육부가 뒤집힐 것 같긴 하지만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았으니 그걸로 됐다. 아까도 말했듯이 분노는 대부분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니까, 그런 사소한 걸 가지고 화를 분출하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인간과는 말도 섞지 않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옛날의 나는 화가 나면 마음 속으로 쌓아놨다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 분노는 여러 사람에게서 생긴 화가 쌓인 것이었고, 그 분노가 드러나는 날에 상대방은 영문도 모르고 죄인이 되는 것이었다. 심지어 화를 낼 때 다시는 얼굴을 보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심한 말을 내뱉는 스타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계속 상처를 주고, 그 사람이 떠나가면 성향이 안 맞아서 떠났다고 믿고 있었다. 어느 날 이 버릇 때문에 친구들과 크게 싸우고 나서야 내 버릇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했다. 일주일 동안 몸져 누우고 나서야 원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무조건 화를 내지 않는 것이 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화를 분출하면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만, 화가 내 안에 쌓이면 나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화를 지속시키면 멘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몸에도 좋지 않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나는 원인에 상관 없이 가장 먼저 상한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그 상황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분노가 느껴지면 온몸이 떨리고 온갖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데, 그 생각이 스스로를 갉아먹는 느낌이 들어 가급적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힐링이 되는 영화나 영상을 보는 방법을 종종 사용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화가 나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푼다고 하지만, 괜히 아무 잘못 없는 사람에게 막말을 할 수는 없다. 분노로 가득찬 그 순간은 혼자 있고, 어느 정도 정리된 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편이다.


그 다음에는 숙면을 취한다. 화가 나면 보통 잠을 못 자기 때문에 앞선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잠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전날의 감정을 무뎌지게 해준다. 다음날 일어나서 다시 생각해본다. 이 일이 정말로 화가 나는 일인가. 책에서 이야기한 대로 대부분은 사소한 것이 문제고, 만약 정말 화를 내야하는 일이라면 바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침착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탈이 덜 난다.


화나는 순간은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분노를 다스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나도 모르게 예전의 실수를 반복할 때가 있다. 화가 났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할지, 선택의 순간. 이왕이면 나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향을 선택하고 싶다.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선택을 꾸준히 쌓아가며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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