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을 때마다 돈 생각이 먼저 나는 이유

by 혜빈

요즘 다시 글을 써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더 나아가서 글쓰는 일이 업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생각이 들자마자 돈 걱정이 같이 따라왔다.


이걸 써서 뭐가 남을까, 지금 이럴 여유가 있나. 결국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 문제는 이 질문들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더 곤란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글과 돈은 애초에 성격이 다르다. 글은 써도 바로 보상이 오지 않는다. 대신 의심이 온다. 이게 맞는지, 잘 쓰고 있는지,
계속 써도 되는 건지. 반대로 돈은 즉각적이다. 당장 돈이 있으면 먹고 살아갈 수 있다. 돈이 쌓이는 통장 잔고를 보면, 내심 뿌듯함도 느껴진다.

그래서 글이 막히는 순간, 자연스럽게 돈 쪽으로 기울게 됐다. 일단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하니까. 하지만 그 선택이 글을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다. 둘 다 잘 해내지 못해서도 아니다. 글과 돈을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같은 기준으로 다루려고 해서 생기는 문제다.

글은 집중과 여백이 필요하고, 돈은 판단과 긴장이 필요하다. 이 두 상태는 한 몸 안에서 동시에 유지되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상태가 반복된다. 글을 쓰려다 돈 생각이 나고, 돈을 보려다 나 자신이 불편해지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루가 끝난다.
그리고 그 책임을 내 성향이나 꾸준함 부족으로 돌리곤 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분리의 문제라는 것. 글은 당장의 성과를 내기 위한 일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잃지 않게 해주는 장치이고, 돈은 나를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불안하지 않게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완충재다. 역할을 이렇게 나누자 둘이 싸우지 않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기준을 잡고 있다. 돈은 나를 불안하지 않게 만들기까지만. 글은 나를 나로 남게 만들기까지.


이 기준이 생기고 나서야 글을 작게라도 다시 써봐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어쩌면 문제는 글을 쓸지 말지가 아니라, 글과 돈을 같은 자리에서 계속 심문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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