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자세

EP 1. 코로나19가 그야말로 턱 밑까지 다가왔다

by 혜빈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회사 선배로부터 연락이 와 있었다. 가족이 아파서 전날 코로나 검사를 해본 결과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이번 주 초부터 재택근무를 했지만 혹시 잠복기였을 수도 있으니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라는 내용이었다. 연락을 받고 나서 어떤 말로 답장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 그랬군요' 라든지, '금방 나을 수 있을 거예요' 라는 멘트가 순간 생각나긴 했지만, 이 말로는 어떤 위로도 전해주지 못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니 예전에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코 안에서 전해지는 끔찍한 절규(대충 살려달라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해골 백만 개 정도의 고통, 그리고 반나절 동안 입에서 났던 피 맛. 그 살벌한 검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 앞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든 생각, '자가검사키트를 먼저 해볼까?'


일단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해보고, 거기서 양성 판정이 나오면 그 다음에 보건소로 가서 검사를 받는 것이다. 혹시 몰라서 검색해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곧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먼저 해보는 것을 권고하려 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하긴 나는 보건소에서 직접적으로 연락이 온 것도 아니니, 이 정도면 괜찮겠지.


선배에게 미뤄놨던 답장을 하고 곧바로 자가검사키트를 사러 약국으로 갔다. 약국에 들어서자마자 카운터에 있는 약사님에게 진단키트가 있는지 물어보고 키트 2개를 달라고 했다. 검사키트를 2개 사는 이유는 일단 검사용으로 하나, 그리고 첫 번째 키트를 잘못 사용했을 때를 대비한 예비용으로 하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코로나 자가검사에 16,000원이라는 거금을 사용하고 호다닥 집으로 돌아갔다. 나라에서 하는 코로나 검사가 유료라면 이렇게 검사할 때마다 돈이 빠져나갈텐데, 그런 검사를 무료로 하는 한국의 의료체계에 새삼 감탄이 들었다.


키트를 열어보니 뭔가 포장이 많이 있었다. 사용 설명서를 보니 기본적인 원리는 임신 테스트기와 유사했다. 앞에 설명서를 펼쳐놓고 차근차근 따라해보았다. 일단 포장을 뜯고... 면봉을 코 속에 넣어야 되는구나. 응...? 처음에는 내 손으로 면봉을 저 깊숙한 코 끝까지 밀어넣어야 하는 줄 알고 순간 아찔했지만 다행히도 1.5cm만 넣으면 된다고 해서 안심하고 이어서 따라했다. 이거 조금만 넣었는데도 눈물이 핑 돈다. 그래도 비강까지 밀어 넣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면봉과 용액을 섞고 검사기에다가 조금씩 떨어뜨렸다.


15분 뒤, 결과를 확인해보니 음성인 것으로 나왔다. 사실 15분을 내리 기다리진 않았고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검사기를 1분에 한 번씩 힐끔거렸다는 건 비밀이다. 음성이 나왔다니 일단은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다행이라고 느꼈던 것은 선배가 '나 때문에 걸렸다'는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코로나19에 걸렸던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조금씩은 누군가에 대한 죄책감이 든다고 한다. 나 때문에 내 주변 누군가의 일정이 모두 중단되고, 회사나 학교가 문을 닫고, 또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바이러스를 옮아 확진 판정을 받는다는 생각 때문에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몇 달 전 동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 때에 그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가장 많이 실감했었다. 미안하다고 펑펑 울면서 전화하는 동생을 지켜보았던 그 때. 나조차도 접촉자라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해하며 양해 연락을 돌렸으니, 동생이 짊어졌을 마음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울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그 때 다짐했던 것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것은 절대로 죄가 아니니, 내 주변 누군가가 코로나에 걸려도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자는 것이었다. 그 동안 환자들은 환자라는 이유로 수많은 비난을 받아왔고, 아픈 것도 서러운 마당에(심지어 어쩌다가 걸렸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친한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까지 감내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세상은 확진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나의 유익만을 생각하며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설령 나에게 해를 끼치더라도 이해와 존중이 앞서는 행동. 쉽지만은 않지만 하루에 6~7000명이 코로나 확진을 받는 요즘, 가장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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