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그리고 버리기
단순화의 사례를 몇가지 들어보겠다. 앞에서 단순화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버리기가 필수 요소라 하였다. 그것을 기억하며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일기
일기의 목적은 그날의 기록을 통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글쓰기는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순서가 바뀌면 안된다. 형식적인 일기가 되어서도 안된다. 많은 학생들이 '일기 = 숙제'라고 생각한다. 왜 쓰는지 가르쳐주지 않았을 뿐더러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성찰은 반성이 아니다. 내 잘못을 털어놓고, 고쳐야겠다 다짐하는 것은 성찰이 아니라 반성이다. 성찰은 하루를 보내며, 삶을 살아가면서 깨닫게 되는 진리와의 만남이다. 내 마음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상대의 마음은 어떠했는지, 왜 그런 상황이 되었고, 나는 어떤 판단을 했으며,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때로는 사소할 수도 있고, 때로는 거창할 수 있다. 다 괜찮다. 그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면 족하다.
글쓰기를 할 때엔 먼저 글감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 선택과 집중을 할 수가 있다. 펼쳐놓지 않으면 한쪽으로만 흐를 가능성이 크다. 내가 지도를 가졌다면 내가 목표로 하는 곳에 찾아가는 길을 계획할 수 있지만 그것이 없이 손에 후레쉬만 있다면 발 앞만 바라보며 단기 기억에 의지하여 찾아갈 확률이 크다. 당연히 효율도 떨어질 것이며, 효과적이지도 않다. 그러니 전체 지도를 그리는 것이 순서이다. 이것은 글쓰기를 벗어나 모든 생각에 적용이 된다. 지도가 없으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글감을 뽑는 요령은 여러가지다. 여기서는 다섯가지 예를 들어본다.
떠오르는 순서 :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의 조각들을 기록한다. 단어 하나하나 쓰면서 거기에 연관된, 그날 있었던 사실들을 이어 적는다. 적다보면 순차적으로 정리되어 생각나지 않고, 산만하게 떠오를 것이다. 그것이 두뇌의 생각 작용이니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자.
시간 순서 : 그냥 떠오르는 것이 없으면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시간 순으로 되돌아보자. 중간중간 밥도 먹었을 것이고, 약속도 있었을 것이다. 주의할 것은 글 쓰는 순간까지 다 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저 글감을 뽑는 목적에 부합하면 된다.
사건 중심 : 중요한 사건을 떠올리며 원인, 처리, 결과 등을 기술해본다. 예를들면 친구와 다툰 일, PC방에서 생긴 일, 숙제와 관련된 에피소드 등이 그런 것들이다.
사람 중심 : 사람을 떠올리면 생각하기 더 쉽다. 친구, 부모님, 경비아저씨 등을 떠올려도 글감이 쭉쭉 뽑아질 것이다.
위치 중심 : 장소를 생각하면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대광장, 학교, 분리수거장 등 오늘 가봤던 곳을 떠올리면 사람, 사건 등이 잘 떠오른다.
다른 관점으로도 글감을 뽑을 수 있다. 관점이 다양할 수록 글감이 풍부해진다. 여러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평상시에 생각을 많이 하자.
글감을 고르고 나면 이야기를 구성해야 한다. 먼저 나열된 글감으로부터 주제를 정하자. 모든 내용을 기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열된 글감은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글감이 없었을 때엔 무슨 내용을 쓸까 고민이었지만 이젠 무슨 내용을 뺄까가 고민이 된다. 주제에 어울리지 않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은 제외토록 하자. 그리고 선택된 글감으로부터 연상되는 생각을 더 펼쳐보자.
마지막으로 글의 구조를 생각하며 글을 배치한다.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은 글이 아니다. 글의 구조는 기•승•전•결, 서론•본론•결론, 정•반•합, 문제점•해결책•결과 등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좋은 글을 많이 읽으면 글의 구조가 보인다. 많이 읽도록 하자.
구조가 짜여지면 단어의 순서를 조정하고, 문장을 작성하면 된다. 주어와 서술어, 꾸밈말 등 우리말 문법과 띄어쓰기에 맞게 작성하자. 글쓰기와 관련된 많은 책들이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