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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VN Solo Jan 06. 2020

상스러운 모음집, 『Cumpilation』

Noise in Music (5) 상스러운 모음집, 『Cumpilatio


 

 한국 힙합에서 컴필레이션 음반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하이라이트, 일리네어, 코홀트, 저스트 뮤직, VMC 등 그 형태를 가리지 않고 집단적 형태의 앨범을 내고 그를 통해 세를 과시하는 게 일반적 형태였다. 컴필레이션들은 쇼비즈니스적 측면보다 다양한 실험과 극단적 선택에 도전하는 음악적 측면이 강조되었고 덕분에 앨범의 통일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양질의 싱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나의 시공간에 모였던 아티스트들은 다시 만나기 어려웠다. 힙합의 특성상 소속 아티스트들이 함께하는 단체 곡은 많이 발매되었으나 컴필레이션 앨범을 꾸준히 낸 건 리짓 군즈와 저스트 뮤직 두 집단에 불과하다. 리짓 군즈는 '단순한 음악 크루에서 독립적인 제작사로 발돋움'한 모범적인 사례라면 저스트 뮤직 혹은 스윙스 사단의 컴필레이션 앨범은 조금씩 그 형태를 달리했는데 이번에는 급기야 세 레이블을 한데 섞은 앨범을 낸 것이다.



 저스트뮤직만 하더라도 세 장의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가 아주 상이하다. 이제는 저스트뮤직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한요한은 2018년 6월 나왔던 세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Series》에만 참여했을 정도다. 인디고 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 《IM》 역시 스윙스를 제외한 다섯이 모두 참여한 곡이 없을 정도로 특이한 조합을 선보였다. 위더플럭 레이블 론칭 후 처음 발매한 이번 컴필레이션은 그 조합부터 상당히 특이하다. 블랙 넛과 한요한부터 영비, 새우, 윤훼이에 이르기까지 세 레이블의 멤버들이 모두 등장한다. IM, JM, WDP 모두 개인주의적인 면이 상당히 강한데 그 와중에 이렇게 하나의 조직으로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데에는 순전히 스윙스의 공로라 볼 수 있다. 저스트 뮤직의 첫 앨범 《파급 효과》에서 노창을 앨범 총괄 프로듀서로 앉혀놓고 쪼아댄 것처럼 이번엔 새우(sAewoo)를 중심으로 좋은 모음집을 만들어냈다. 스윙스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씬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업가가 된 건 우연이 아니다.


 1번 트랙을 뺀 나머지에 모두 참여한 새우는 이번 앨범을 애초에 유기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앨범은 다양한 목소리와 분위기로 채워져 있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우의 손길을 한 번 거쳤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새우의 이름을 단 앨범이라 봐도 무방할 만큼 그의 절제된 몽롱함이 잘 드러난다.

2002년 생 릴 타치(Lil Tachi)

 랩으로 고개를 돌리면 단연 눈에 띄는 건 릴 타치였다. 가장 많은 네 트랙에 참여한 릴 타치는 양과 질 모두를 챙겨간 모습이었다. 기억에 남는 라인이 있었나? 하는 건 의문이었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플로우 디자인의 연속이었다. 릴 타치 말고는 블랙 넛의 등장이 가장 반가웠다. 실키 보이즈 앨범을 내긴 했지만 법정공방 속에 이제 뭐하는지 모를 수준으로 관심에서 사라졌는 데, 여전히 날카로운 라인들을 찔러댔다. 이름 따라간다고 저스트 뮤직 자체가 다사다난한데 그 와중에도 씨잼이 《킁》이라는 뛰어난 성취를 거둔 것처럼 블랙 넛도 하나 만들어줬으면 한다.  〈You Gotta Know for me〉에서 보여준 가사는 마치 소설같다. 실키 보이즈는 꼭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블랙 넛 혼자 하는 게 더 낫다. 차라리 존오버의 음색이 더 잘 어울렸다.

 급하게 만들어진 앨범인만큼 불후의 명작은 고사하고 트랙 하나하나의 퀄리티도 아주 뛰어나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집단적 움직임을 잊지 않고 이어간다는 점, 그리고 괜찮은 수준의 다양한 현재 힙합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던 앨범이었다. IMJM은 한국 힙합 내 논란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하는 데, 올해는 음악적으로도  독점하다시피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다.


https://youtu.be/guopRbfM3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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